[사설] 농협법 개정, 경제지주회사 전면재검토해야

  • 입력 2016.05.29 08:33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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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에 경제지주회사체제 시행에 필요한 법제도를 정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농협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경제지주회사체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금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지주회사를 둘러싼 논란은 2011년 농협법 개정으로 격렬하게 분출된 바 있다. 당시 농민들은 경제사업을 연합회체제로 개편하자고 요구했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주회사체제로 개편하는 것을 강행하면서 농민과 정부 그리고 농협 사이에 갈등이 촉발된 것이다.

농민들의 입장은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에 맞게 농협을 조합원에게 돌려달라는 개혁을 요구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농민조합원-지역(품목)조합-연합회-중앙회」로 이어지는 상향식 지배구조로 개혁하고 농협의 경제사업과 조직운영을 상향식 의사결정구조로 변모시켜야만 농민 조합원을 위한 경제사업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반면에 정부가 강행처리했던 지주회사 방식은 농협을 협동조합이 아닌 영리추구 기업으로 탈바꿈하는데 초점을 맞추었고, 그에 따라 농협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구조에서 농민 조합원 및 지역(품목)조합은 더욱 소외되거나 배제되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이번 농협법 개정안 입법예고안의 주요 내용 가운데 중앙회장을 이사회에서 호선으로 선출하도록 만든 독소조항은 이런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지금과 같이 대의원에 의한 간선제에서도 농민 조합원 및 지역(품목)조합이 지배구조 및 의사결정에서 소외당하고 있는데, 이사회의 호선제로 바뀌게 되면 소외당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배제당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농민 조합원과 지역(품목)조합의 발언권과 영향력이 축소되는 대신 경영성과에 목을 매는 임직원의 발언권이 커질 것이며, 농협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과 영향력이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아울러 그 연장선상에서 농협은 농민 조합원과 지역(품목)조합을 위한 경제사업 보다는 회사의 경영수익을 더욱 더 중시하게 될 것이며, 나아가 돈만 된다면 농민 조합원 및 지역(품목)조합과 경합하는 사업까지도 진출하고 우월한 자본력과 조직력을 이용해 농민이나 조합에게 피해 및 손실을 가져다주는 경우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돈벌이에 눈이 멀어 골목상권까지 침투하는 재벌과 대기업의 문어발 경영과 다를 바 없는 행태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도 껍데기는 협동조합이지만 알맹이는 기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농협이 경제지주회사체제로 바뀌게 되면 협동조합이라는 껍데기조차도 벗어던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입법예고에 따라 예상되는 농협법 개정에 대한 논란은 원칙적으로 경제지주회사체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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