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200일이 남긴 과제] 국가폭력 근절을 위한 과제는?

물포 등 유해성 장비 도입 시 국회 예산 불허해야

  • 입력 2016.05.27 11:36
  • 수정 2016.05.27 14:42
  • 기자명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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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은경 기자]

“민주주의 기본은 ‘(누구나) 말할 수 있다’, ‘나 말해야 된다’이다.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아닌 거리에 나와서 쌀 수입개방반대에 대해서 얘기했던 것뿐인데, 그것 자체가 생명을 걸어야 한다는 게 너무 참담하다.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소재 인권운동사랑방 사무실에서 만난 최은아 활동가는 백남기 농민 사태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지난 해 12월 초 사태의 심각성에 놀란 인권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민중총궐기 국가폭력진상조사단’을 꾸리고 조사활동을 펼쳤다. 지난 2월 조사활동을 마치고 지금은 보고서 작성도 마무리된 상태. 그리고 6개월이 지났다.

 “국가폭력은 ‘물포 발사’만이 아닌 지금도 진행중”

그는 먼저 “국가폭력이라는 게 물대포 한 순간 쏜 걸로만 끝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국가폭력의 범주를 사건 발생 전·후 과정까지 포함해 좀 더 넓은 범위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민중총궐기 하루 전날부터 갑호비상령을 내려 전국에서 가용할 수 있는 경찰들을 서울로 전부 집결시키고, 법무부 장관을 포함한 5개 부처 장관들이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불법 행위에 대해서 엄단하겠다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는 “사건 발생 후, 정부에서는 사태를 해결하려는 그림이 아닌 민중총궐기는 폭력집회였고, 엄청난 수사대를 꾸려 민노총 한상균 위원장을 비롯해 1,500여 명의 참가자들을 소환해 폭력집단으로 매도했다. 피해자(진상조사)에 집중해야할 시점에서 (피해자가)국가의 준엄한 판단을 받아야 되는 프레임으로 전환시켰다”고 전체적인 맥락을 설명했다.

그는 “사건발생 전과 후, ‘공식 부인’ 전략을 취했던 그 일련의 과정 전부를 국가폭력의 파노라마로 한데 묶어서 봐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국가폭력은 과거형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자행되고 있다. 백남기 농민의 몸은 갈수록 악화되어 가고 있고, 가족들은 고통 속에 살고 있다.

국가폭력조사활동을 하며 피해자 사례를 많이 수집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그는 그 원인이 정부와 경찰에서 선제공격하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한 것에서 찾았다. 그는 “피해자들을 많이 드러나게 하려고 제보도 받았지만 사실상 많지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면서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순간, 자신이 집회에 참여했다는 범법자가 되니까 시민들한테는 어려운 일이다. 드러나지 않은 피해규모가 훨씬 더 많다”고 덧붙였다.  

▲ 민중총궐기 국가폭력조사단에서 조사활동을 펼친 인권운동사랑방 최은아 활동가는 국가폭력방지를 위해 책임자 처벌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국가폭력 방지 위해 책임자처벌 급선무
또 현 시점에서 “(국가폭력을 진두지휘한) 책임자 처벌이 제일 중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2005년 홍덕표, 전용철 농민 사건 당시에도 허준영 경찰청장도 정치적으로 사퇴했지만, 이후 정부산하기관 사장이 됐으며, 용산 참사도 마찬가지. 실질적인 책임자가 정치적으로 책임져야할 그 국가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전혀 처벌받지 않았다.

그는 “경찰 수뇌부들이 승승장구 승진하게 되니, 일선 경찰도 적법절차 준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위법하든 상관없이 정치 권력자들의 뜻에 따라 행위를 하게 된다. 이번 민중총궐기를 지휘했던 책임간부들도 모두 승진했다. 물대포 맞고 사람이 쓰러져도 효과적으로 잘 제압하면 승진한다는 논리가 경찰내부에 관행으로 자리 잡게 된다”고 우려하고, “책임자 처벌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렇게 경찰 폭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바뀌지 않는 한 같은 피해가 계속 발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유해성장비 도입 시 국회 예산 불허 등

무소불위의 국가폭력을 막기 위해 최소한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조사단에서는 오는 6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물포 관련 국제심포지엄을 준비하고 있다. 독일에서 경찰의 물포 사용으로 70대 노인이 실명한 것과 관련해 그 자리에 있던 전직 판사, 소송을 같이 했던 사람을 초청할 예정이다.

최 씨는 “영국도 물포를 사용하려고 했다가 독일의 사례를 보고 불허했다. 그 사회에서는 위해성 장비, 치명적인 무기를 도입할 때, 사회적 논의를 거친다. 한국은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낸 세금이 역설적이게도 우리 국민을 사지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회에서 이런 준무기에 해당하는 유해성 장비를 도입할 때는 예산을 불허할 수 있는 법적 장치와 시민을 상대로 사용되어지는 경찰 장비들은 철저하게 시민 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현재 인체에 유해한 파바나 캡사이신 사용에 대해서도 최소한 유해성을 검증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민은 없고 국가만 있는 나라, 경찰 무전기록 공개해야

아울러, 경찰의 공권력 집행은 철저히 법에 근거해야 하고 그 행위는 기록으로 남겨야 추후 평가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의 집회현장에서의 활동방식 등에 대한 정보접근이 가능해야 된다는 것. 현재는 무전기록 공개요청에도 경찰에서는 무전기록이 없다고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는 “시민을 전제로 국가가 있는 건데, 우리(나라)는 국가만 있다”고 개탄하고, “과거 전용철, 홍덕표 농민이 사망한 것과 용산 참사 철거민 등은 지금 백남기 농민의 사건과 유사점이 있다. 이 사회에서 자기 권리를 위해서 싸우는 사람들한테 가해지는 폭력이 권력자의 입장에서는 ‘너희들 말도 하지마. 거리로 나오지도 마’ 이런 메시지가 밑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본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200일째 되는 날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종로1가 주변에서 1인 시위를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 문제가 청문회까지 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의제화 할 수 있도록 인권운동차원에서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또 “6월 국제 심포지엄을 하면서 한국의 물포나 차벽이 집회시위현장에서 사라지도록 하는 대중 캠페인을 비롯해 국회적인 차원에서의 어떤 문제의식을 확산해서 입법화 될 수 있도록 하는 고민을 갖고 있다. 청문회를 하게 되면 조사단에서 쓴 보고서가 진실을 규명하는데 일조가 됐으면 한다. 정치적으로 푸는 건 결국 시민의 힘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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