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불륜에 부부사원 퇴직강요, 원주원예농협 이대로 괜찮나?

조합 정상화 요구한 이사들 오히려 해임 … 업무추진비 과다 사용 논란에 노동부 근로감독까지

  • 입력 2016.05.27 11:11
  • 수정 2016.05.29 19:51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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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 지난달 26일 강원도 원주 아모르 웨딩홀에서 열린 원주원예농협 임시총회에서 일부 대의원들이 “취재할 필요 없다”며 취재진을 막아서고 있다. 맨 왼쪽에 서 있는 이가 심진섭 조합장. 한승호 기자

조합장 불륜 추문에 이은 부부사원 퇴직강요, 업무추진비 과다 사용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원주원예농협에서 조합운영의 정상화를 요구해온 이사진 4명을 해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원주원예농협은 지난달 26일 강원도 원주 아모르 웨딩홀에서 임시총회를 열었고 지난 3월 원주원예농협 윤리경영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한 오형동·이원준·이진형·유관하 등 이사 4명의 해임을 결정했다. 비밀투표도 아닌 총회 참석 대의원 50여명의 거수로 결정했다.

해임 이유는 △임원 선거시 법령과 정관 위반 △전 전무 김모씨와 주기적인 만남과 조합장 선거 개입 추정됨 △시기별·정황상 직원 노조설립과 은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추측됨 △개인적인 행위가 지나쳐서 농협 업무에 지장을 줌 △사업추진 및 조합 발전에 노골적이고 맹목적인 반대 행보 등이다. 추측과 추정이 대부분의 근거였지만 한 차례 소명 속에 일사천리로 가결됐다. 그 배경엔 심진섭 조합장의 독단적 조합운영에 걸림돌이 돼서라는 게 이사들의 목소리다. 또한 “해임될 사람이 오히려 권력을 휘둘러 우리를 해임시켰다”며 억울한 심경을 밝혔다.

이들에 의하면 애초 이날 처리해야할 안건은 2가지였다. 이사 4명 해임의 건과 함께 심진섭 원주원예농협 조합장의 징계의 건도 다뤄져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지가 안됐다는 이유로 심 조합장에 대한 징계의 건은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심 조합장의 경우 지난 2월 불거진 불륜 추문과 관련 농협중앙회의 감사 결과 임원의 품위유지 위반에 의한 공신력 실추를 근거로 ‘견책’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심 조합장이 원주원예농협 하나로클럽 입점업체 관계자의 처와 2013년 8월부터 2014년 8월까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것이 들통나서다. 심 조합장은 내연녀의 남편으로부터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제기돼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으로부터 올해 1월 3,000만원의 배상판결을 받아 2회에 걸쳐 배상금 전액을 지급했다. 도덕적인 문제도 컸지만 이사진에 의하면 심 조합장은 입점업체에 임기 내 퇴점없는 영업을 보장하는 확인서를 써주는가 하면 월 임대료를 10% 할인해주기도 했다.

이에 이사진은 지난달 23일 열린 이사회에서 이를 상향해 사실상의 해임인 ‘개선’의 징계를 결정했다. 개선은 견책보다 상향징계라 총회를 거쳐야만 해서 이날 징계가 이뤄질 예정이었던 것이다. 조합장 해임이 가시화되자 이사 해임 건을 조합장이 나서 준비해왔다는 게 이사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원주원예농협은 지난 4월 부부사원에 퇴직을 강요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농협중앙회에선 지난 4월 불합리한 인사운용에 따른 공신력 실추를 근거로 원주원예농협을 1년 동안 신규 지원제한 대상농협으로 지정한 바 있다. 지난달 고용노동부 원주지청은 원주원예농협에 대해 수시근로감독을 실시하기도 했다. 부부사원 퇴직 종용 실태조사 과정에서 이외에도 노동법 위반 의혹이 여럿 나와서다.

게다가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원주원예농협지회에선 업무추진비와 법인카드 과다 사용 문제를 제기하며 농협중앙회에 감사를 청구했다. 2010년 2,600만원이던 일반사업 업무추진비가 2015년엔 4,200만원이나 사용됐다. 2017년 책정된 예산은 7,200만원으로 2010년 대비 2.76배나 증가한 것이다. 법인카드 사용금액도 2010년엔 1억100만원에서 2015년 2억700만원으로 2.05배 증가했다.

조합원들이 잇달아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계장부 열람을 요청했지만 원주원예농협은 이를 거부했다.

이날 임시총회 취재과정에서 대기업 총수를 비호하는 것 같은 직원들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언론은 물론이고 일반 조합원의 참관까지 막아 나섰다. 직원들이 업무방해라며 으름장을 놓는 사이 괄괄한 대의원들이 등장해 기자를 밀쳐내는 장면은 협동조합이 아닌 이익단체의 모습이었다. 더불어 심 조합장은 취재를 요구하는 기자와 유리문을 밀고당기면서 조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2009년 실시된 조합장선거에서 39세의 나이로 당선돼 전국 최연소 조합장이라는 기록을 보유한 심 조합장. 당시 젊은 패기와 열정으로 표밭을 누볐다는 평가를 받은 심 조합장이 불륜 추문으로 입은 도덕적 타격과 연이어 터진 문제를 두고 어떤 선택을 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해임이 결정된 이사들은 농림축산식품부에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해임 취소를 위한 법적 소송도 준비할 예정이다. 심 조합장도 해임된 이사들의 결정이라며 사실상 조합장 해임 결정을 뒤엎기 위한 시도를 할 것으로 보여 법적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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