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민인권선언에 정부가 적극 나서라

  • 입력 2016.05.22 12:28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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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7일부터 20일까지 제네바에서 유엔인권이사회가 개최됐는데, 이 자리에서 유엔인원이사회가 직접 나서서 농민인권에 대한 국제협약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에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국내에서는 정부와 언론조차 제대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생소한 얘기지만 유엔에서는 인권이사회를 중심으로 지난 2012년부터 “농촌지역 소농과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향상시키는 선언”을 국제협약으로 추진해 왔다. 다만 미국의 강력한 반대와 한국, 일본, 유럽 등 주로 OECD 국가들이 반대 내지 기권이라는 방식으로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대다수 국가들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선언문이 채택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농민의 기본적 권리 보장과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한국의 농민운동과 국제농민연대조직인 비아 캄페시나가 제시한 농민인권선언이 유엔인권이사회에 의해 적극 수용됐고, 유엔 총회에서도 과반수가 훨씬 넘는 다수 국가의 지지를 받고 있다.

농민인권선언 초안에 의하면, 우선 농민과 농촌노동자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권리를 국가가 의무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폭력에 의한 쓰러진 백남기 농민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한국은 유엔인권이사회가 제시한 가장 기초적인 농민의 권리조차도 보호하고 있지 못하는, 매우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동 초안에는 종자, 물, 토지, 생물다양성, 농업기술 등의 측면에서 그동안 농민들이 요구해 왔던 식량주권 차원의 권리도 농민인권에 포함하고 있다. 식량주권의 핵심개념과 주요내용 대부분이 농민인권선언에 포함되어 있다. 한마디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가장 어두운 그늘에서 고통 받는 농민과 농촌노동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지속가능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 권리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그동안 소극적 반대 내지 기권이라는 방식으로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어서 다른 찬성 국가들로부터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방치 내지 무관심 속에서 농민들의 자체적인 노력만으로 이 정도의 진전을 이룬 것만도 기적에 가까운 성과일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미국 등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지 말고 농민인권선언 채택을 위해 적극적이고 당당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시민사회와 국회 역시 농민인권선언 실현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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