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도소매 분리, 우려 속 출발

7월부터 점진적 추진 … 중도매인 일단 협조
‘청과직판 가락몰 이전’ 큰 산 남아

  • 입력 2016.05.22 12:19
  • 수정 2016.05.22 12:21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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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도소매 판매형태가 혼재돼 있던 가락시장이 일대 정비를 꿈꾼다. 기존 도매권역과 신축 소매권역 ‘가락몰’의 도소매 분리가 그것이다. 그러나 소매를 담당하게 될 직판상인들이 여전히 가락몰 입주 자체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박현출, 공사)는 지난 18일 기자설명회를 열고 가락시장 도소매 분리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경매장이 위치한 도매권역에서는 소매영업을 제한하며 신축 가락몰에서는 소매와 소분·소포장 도매를 제약없이 할 수 있다.

확실한 분리를 위해 공사는 도매권역 영업시간을 통제한다. 올해 18시~익일16시를 시작으로 연차적으로 영업시간을 줄여 과일동 신축(2024년 예상) 이후엔 18시~익일10시로 고정한다는 방침이다. 영업시간 외엔 고객들의 승용차 입장을 막을 계획이고 도매 및 정가수의매매 업무는 시간에 관계없이 가능하다.

시행 첫 단계인 올 하반기엔 강제가 아닌 계도 형태를 취한다. 다만 도매권역의 소매고객 주차료 할인권은 판매를 중지한다. 시설현대화사업이 완료되는 시점에는 전적으로 사전에 ID카드를 발급받은 사람과 차량만이 도매권역을 출입할 수 있다.

▲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지난 18일 기자설명회를 열어 가락시장 도소매 분리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가장 큰 제약을 받게 되는 쪽은 중도매인이다. 그러나 수산부류 중도매인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데 반해 청과부류 중도매인들은 일단 공사의 안을 수용키로 했다. 1단계 18시~익일16시 시간제한은 영업활동에 큰 지장을 주지 않으며 연차적인 제한 확대는 추후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신우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사무총장은 “도소매 분리를 시간제한을 통해 인위적으로 하려는 건 무리가 있다. 일단 16시까지의 제한은 수용했는데 그 이후는 시설현대화와 함께 소비자 이동에 따라 자연스럽게 도소매 분리가 되도록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작 큰 반발은 중도매인이 아니라 오히려 수혜를 받아야 할 청과직판상인들이 하고 있다. 공사가 직판상인의 요구에 따라 추진했다는 도소매분리지만 가락몰 입주 거부의 주체인 청과직판상인협의회(회장 김이선, 협의회)와는 무관하다. 협의회는 가락몰에 도소매 영업제한이 없다 해도 사실상 도매영업을 할 수 없는 환경임을 강조하고 있다.

직판상인들은 공사의 기자설명회 직전 공사 건물 앞에서 “현실성 없는 도소매 분리 반대한다”는 구호로 집회를 열었다. 청과직판상인 문복덕(70)씨는 “아침에 한 사람이 도매로 가져가는 물량이 고추로 치면 10박스, 400근이다. 이걸 소매로 팔려면 하루 종일 걸릴 뿐더러 400명의 소비자가 찾아와야 한다”며 울부짖었다.

▲ 기자설명회에 앞서 같은날 오전 가락시장 청과직판상인들은 공사 앞에서 가락몰 이전 거부 집회를 열었다.
공사 측은 가락몰에 최적의 소매영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중도매인뿐 아니라 도매권역 전체의 소매영업 단속에 나선다. 시장 내 노점상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태도지만 점포 전대, 매매참관인 영업 등 불법영업에 대해선 5년 중장기 계획을 갖고 근절해 나갈 방침이다. 강민규 공사 임대사업본부장은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이 완료되면 시장 내 불법영업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대신 가락몰 직판상인들은 판매상품 중 도매시장 거래고시품목만큼은 반드시 가락시장 중도매인들로부터 구입해야 한다. 김성수 공사 유통본부장은 “그 동안은 외부에서 들이는 상품에 대해 관리가 느슨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앞으로 이 부분은 철저히 관리하겠다”며 “기존 시장엔 16개의 출입구가 있었지만 출입구가 한정적인 가락몰에서는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도소매 분리는 어디까지나 청과직판상인들의 가락몰 이전을 전제로 한다. 직판상인들이 복지부동의 자세로 입주를 거부하는 가운데 공사는 명도집행을 거론하며 이들을 압박하고 있다. 반쪽짜리 도소매 분리가 될지, 거센 충돌이나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지 앞으로 한 달여의 시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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