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금이나 제대로 받으면…”

사진이야기 農·寫

  • 입력 2016.05.15 20:59
  • 수정 2016.05.15 21:15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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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비포장 농로를 따라 트랙터가 굉음을 울리며 달리자 뿌연 연기가 피어오른다. 트랙터 후미에 달린 트레일러엔 수십여 개에 달하는 모판이 오와 열을 맞춰 촘촘히 쌓여있다. 볍씨에서 터 손 한 뼘만큼이나 자란 모가 얕은 진동에도 바람에 일렁이듯 흔들린다.

모 심을 논에 오니 아직 이앙기가 도착 안했다. 3,000만원을 웃도는 가격에 구입한 이앙기에 말썽이 생겨 농기계 수리센터에 맡긴 게 오전, 모내기철에 이앙기가 말썽이니 속이 그만큼 더 탄다. 먹구름 잔뜩 찌푸린 날씨에 저녁부터 내린다는 비마저 흩뿌리니 일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부담에 마음만 더 초조하다.

이윽고 수리센터 직원이 이앙기를 싣고 오자 잠시 시운전을 한 뒤 모내기에 나선다. 6조식 이앙기에 모판과 비료를 싣고 직사각형으로 경지 정리된 논을 천천히 오간다. ‘착착착착’ 하는 소리와 함께 모판이 실린 틀이 좌우로 움직이며 모를 심자 행여 뜬 모가 발생하진 않는지 이앙기 운전대를 잡은 농부는 연신 뒤를 돌아본다.

지난 9일 전북 순창군 풍산면 대가리 김정룡(45)씨 논에서 모내기가 한창이다. 없는 일손에 도움이 되고자 부모인 김순곤(76), 김선희(65)씨도 이른 아침부터 들녘에 나와 울력을 보탠다. 물 댄 논에 모심는 모습을 보자 말썽 많은 이앙기에 노심초사 했던 오래된 농부의 시선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수리센터 직원 또한 이앙기의 오작동 여부를 확인하며 일손을 거든다.

올해 200마지기 나락 농사 중 약 50마지기 모내기를 마친 시점이건만 농부는 벌써 수확철 나락값에 대한 걱정부터 앞선다.

“일반벼 시세가 안 좋으니까 (농민들이) 조벼도 많이 심고 찰벼도 많이 심고 해. 문제는 조벼 빌(벨) 때 하락한 값이 찰벼에도 또 일반벼에도 연달아 이어질 것 같아서 그게 걱정이지. 나락금(값)이나 제대로 받으면 좋겠는데….”

쓴웃음을 지으며 말끝을 흐린 그의 말을 곱씹는다. 불안한 미래에 저당 잡힌 농부이건만 언제 그랬냐는 듯 이앙기 운전대를 손에 잡은 그는 모가 논에 잘 심기는지 자꾸 뒤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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