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업] 당 대회가 제시한 식량자급 가능할까

  • 입력 2016.05.14 20:38
  • 수정 2016.07.25 21:18
  • 기자명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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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1980년 제6차 당 대회 이후 36년 만에 열린 제7차 당 대회에서 농업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목표가 제시됐다. 2016~2020년 동안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결정했는데, 그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가 식량의 자급자족을 달성하는 것이 포함돼 있는 점이 시선을 끈다.

내각에 대해 당이 우위를 갖고 국가를 운영하고 있는 북측의 특성상 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당 대회의 결정사항은 곧 국가의 최고 의사결정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북측으로서는 향후 5년 이내에 식량자급을 달성하겠다는 국가적 목표와 의지를 분명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만성적인 식량부족 국가로 인식되고 있는 북측이 앞으로 5년 내에 식량자급을 달성하겠다는 선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과연 계획한대로 그 목표가 실현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식량자급이라는 목표를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2000년대 이후 북의 식량생산이 완만하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경제 전반의 토대 역시 비교적 꾸준히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5년 동안 지난 1990년대와 같은 경제 전반의 극심한 위기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식량자급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 진다.

북측의 입장에서 보면 식량자급은 전혀 생소한 경험이 아니다. 이미 1980년대 후반까지는 식량자급을 이뤘던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1989~1991년 동구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1993~1995년 대규모 자연재해 등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 식량생산이 크게 감소해 식량부족으로 큰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석유와 철강재 등 원자재 분야에서 우호적 무역을 해 왔던 동구 사회주의권이 급작스럽게 붕괴하면서 북측은 전력과 에너지의 공급이 부족하게 됐고, 이는 기초공업을 비롯한 산업전반의 가동률 저하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농기계, 비료, 농약, 비닐박막 등 농업생산에 필수적인 물자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되어 식량생산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게다가 홍수와 가뭄 등 잇따른 자연재해는 농업의 생산기반 자체를 심각하게 파괴하였고, 식량생산도 급격하게 타격을 받아야만 했다. 국제식량농업기구(UN/FAO)에 의하면 1990년대 중반 이후 한때 북측의 식량생산이 약 250~260만 톤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며, 식량자급률 역시 50%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소위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고 2000년대 이후 완만하지만 북측의 식량생산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기록하면서 식량자급률도 지속적으로 높아졌고, 식량부족 현상도 그만큼 개선됐다. 특히 2008년 이후 남측이 비료지원과 쌀 차관을 중단한 이후에도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북측의 식량생산은 약간 주춤한 듯 보였으나 곧바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왔다. 그 결과 최근 2~3년 동안 북측의 식량자급률은 약 91~93% 수준에 도달하게 됐다.

미국을 비롯한 외부의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식량생산 및 식량자급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북측의 식량생산 기반이 그만큼 튼튼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량생산에 필요한 물자의 공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기초공업을 비롯한 산업전반의 생산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농업과학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새로운 농업기술 개발 및 보급, 협동농장을 비롯한 경제관리방식의 개선으로 노동의욕 증가 등도 식량생산 증가 및 식량자급률 제고에 기여했다.

이번 제7차 당 대회에서 향후 5년 이내에 식량자급을 달성할 것을 목표로 제시한 것은 결국 이상과 같은 조건을 고려한 것이라 보여 진다. 경제 전반이 완만하지만 꾸준히 개선되고 있고, 농업생산 자재와 새로운 농업기술 그리고 농업관리방식의 개선효과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식량생산 증가추세를 이어간다면 2020년까지 식량자급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번에 발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보면 전력과 에너지 문제의 개선, 기초공업 등 인민경제 선행부문의 발전, 사회주의 책임관리제와 같은 경제관리방식의 개선 등과 같이 그동안 식량생산 및 식량자급률 증대를 뒷받침했던 경제운영의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점도 식량자급이라는 목표 달성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북측의 식량자급이 현실로 다가올수록 앞으로는 식량과 비료가 과거와 같이 남북관계에서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는 힘은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 대신 한반도 전체의 식량주권을 높이기 위해 남북이 서로 도움이 되는 식량협력의 가능성이 그만큼 더 높아지게 될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북측이 식량자급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현실을 고려해 남북관계 및 남북 농업교류협력의 새로운 틀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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