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행복한 농산물 거래를 위하여…

  • 입력 2016.05.14 20:34
  • 수정 2016.05.14 20:35
  • 기자명 황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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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정미(경북 의성군 봉양면)
이젠 정말 본격적인 농번기다.

지금까지의 바쁨은 연습게임이라 할 수 있다. 연습게임이라 이리 짬을 내 글도 쓰고. 또 일주일 간격으로 비가 오니 그 덕도 커서 마감 안 놓치고 글을 써 왔다. 그러나 이 이후는 장담할 수가 없다. 이리 먼저 선전포고를 해서 내 맘을 다져 놓아야 정말 뭐 그런 일도 막을 수 있지 싶어서 나에게 하는 다짐이다.

올해 의성마늘 시세는 내가 농사 지은 지 최고로 형성되어 있다. 저장물량이 없고 작년 파종 후 내린 많은 비로 마늘이 제대로 올라오지를 못했다. 단 우리처럼 비가 내린 후에 늦게 비닐을 덮은 농가의 마늘은 그런대로 잘 올라왔다. 먼저 비닐을 덮은 집은 그 습기로 마늘이 비닐 속에서 썩어 버린 것이다. 참 농사일은 몰라서 한끗 차이로 이렇게 상황이 뒤바뀐다.

그렇게 마늘 논떼기 거
는 4월부터 시작됐고, 지금은 거래가 거의 다 된 상태이다. 우리도 우선 생활비는 써야 하기에 3분의 1 정도는 논떼기 거래를 하였다. 제일 좋은 마늘논으로 말이다. 항상 마늘상인들은 그 들에서 제일 좋은 마늘을 우선 잡는다. 그리고 나면 그 밑의 마늘논들은 자연적으로 가격이 형성된다.

농민들도 안다. 다 키운 마늘을 논떼기 거래 안하고 직접 캐 들여서 작업해 팔면 그 몇배의 돈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 하지만 연세든 어른들에겐 마늘을 캐서 높은 건조장에 거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다. 그 마늘을 거는 막대기를 환장대라 한다. 마늘 걸다 환장한다고. 먼지와 흙과 땀 범벅이 되는 건 다반사다. 코를 풀면 흙덩이가 한줌은 나온다.

작년 우리는 처음으로 제일 잘 된 마늘논의 마늘을 논떼기로 거래하지 않고 캐 들였다. 대신 여유돈을 장만하려고 새끼 밴 암소를 팔 수 밖에 없었다. 정말 그 힘든 작업 중에서도 마늘이 너무 좋아 재미가 났다. 마늘을 처음으로 내 손으로 직접 캐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래서 장사꾼들이 좋은 마늘논만 사는 구나 라는 맘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몇해 전 생각이 난다. 그때도 돈이 궁해 우리 마을의 큰손 상인에게 마늘을 팔았다. 그런데 이 상인이 마늘을 다 캐 가 놓고도 돈을 입금하지를 않는 것이다. 그때 트랙터를 구입한 터라 농기계 상회에서는 선금 입금하라고 빗발이 치고, 그 바쁜 와중에도 심성 고운 남편은 돈 안 주는 상인을 따라다니고.

세상에 이런 경우도 있나 싶었다. 난 동네 형님에게 그 상인 전화번호를 물어 전화를 했다. 그 형님 왈 ‘하 사장은 원래 마늘 캐 가서 팔아서 돈 준다’ 아주 자연스런 말에 난 기가 막혔다. 난 당장 전화를 걸어 “그런 식으로 장사 하려면 나도 해요! 우리도 돈이 급해 논떼기 거래 하는 건데 팔아서 돈을 줘요!! 그런식으로 장사하지 말아요”. 악다구니를 막 퍼 부었다. 그렇게 동네 들에서 그 상인이랑 한판 더 붙고 나서야 돈이 입금되었다.

동네는 발칵 뒤집어 졌다. 동네 젤 어린 새댁이가 큰손 상인이랑 대박 붙었다고. 나중에 들어보니 동네 어른들은 남편에게 상인한테 가서 사과하라고 난리셨단다. 이미 동네의 들은 그 상인의 손 안에 있었던 것이다. 난 그 사건 이후로 그 상인과의 거래는 일체 끓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마을의 마늘은 우리를 제외하고는 그 상인이 사들였다. 이제는 선금을 주고 마늘을 캐 가고는 마늘알이 작다는 둥 불평을 하면서 잔금을 깎는다는 것이다. 아주 추잡하게 거래를 하는 상인이다. 그 상인이 그래도 의성에서는 대상에 꼽힌다.

의성군도 이들 상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질 못해 번듯한 마늘 경매장을 지어 놓고도 운영을 못하고 자두 경매장으로 쓴다. 기술센터 담당자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답답해하면서도 어찌 손을 못 대는 모양이다. 의성 마늘 발전 연구회니 하는 단체장들은 우째튼 자기 마늘은 좋은 금으로 팔 수 있으니 더 이상 간섭하려 하지 않고
.

일년내 농사 지은 자식 같은 마늘 농사가 수확철이 되어 상인들의 손에 넘어가면서 제대로 금을 받지 못한 농민들은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농민들과 상인의 행복한 거래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은 너무 먼 소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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