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누가 농사를 지어야 하는가

  • 입력 2016.05.13 10:17
  • 수정 2016.05.13 10:19
  • 기자명 임영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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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환 변호사

한국 농촌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한 농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줄어들어 이제는 특정 대기업의 그것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일까. 정부의 농업정책은 규모화와 기업화를 통해 농업을 육성·발전시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입장은 통계만 보더라도 바로 알 수 있다.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농업인과 농업법인으로 나누고 이를 합쳐 농업경영체라고 지칭한다. 이에 따라 경쟁력 있는 농업경영체를 육성하고 그 소득을 안정시키기 위해 이 법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농업인은 통상 농민으로 이해하면 되고 농업법인은 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으로 나누어지는데, 영농조합법인은 우리가 주위에서 많이 보는 협동조합이라 볼 수 있고 농업회사법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회사의 형태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농촌인구는 계속 줄어드는데 반대로 농업법인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농조합법인의 경우, 2004년 4,425개에서 2014년 1만1,599개로 약 3배 정도 늘어났고, 농업회사법인의 경우, 2004년 1,067개에서 2014년 4,883개로 약 4배 정도 증가했다. 이 대목에서 정부의 농업에 대한 기업화 정책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정부의 이러한 농업 육성정책 자체를 싸잡아 비난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농업이 담보해야 할 식량주권, 먹거리 안전 등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기업화 정책은 그 범위와 내용을 구체화하고 한계지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농업정책은 시장주의 원칙이라는 명분 하에 결국 소수의 생산자만 살아남는 독과점 구조로 나아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 농업법인을 육성하겠다는 명분 하에 현재는 농사를 짓지 않는 이도 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에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참여비중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농업회사법인이 주식회사일 경우 농사를 직접 짓지 않고도 그 회사주식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실제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은 농업회사법인의 주식을 보유하여 계열사로 관리하고 있다. 물론,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하여 지금 당장 대기업이 농업에 진출하여 독과점 구조를 만들고 중소농들이 퇴출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편, 정부는 여전히 농민들의 눈치를 보고 있기는 하지만 대기업이 하루빨리 농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여 한국의 농업이 경쟁력을 갖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정부는 올 초 ‘농림어업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하면서, 농업특화단지를 조성하여 생산용지를 최대 30년까지 장기임대하고, 대기업이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하거나 인수합병하면 계열사 편입을 7년간 유예하겠다는 등의 입장을 표명하였다. 결국, 정부는 대기업을 참여시켜 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농업법인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이다. 이미 법률적으로는 대기업이 진출하는데 하등의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나아가 정책으로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여기서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 민주화에 대해서는 새삼 언급하지 않겠다. 농업과 농업인들을 육성·발전 시켜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정된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역시 다른 산업과 비교해 뒤떨어진 농촌과 농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임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육성·발전의 대상은 바로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이 우선이어야 한다. 자본과 인력이 있다고 해서 그 대상과 자리가 대기업에 우선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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