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국적 기업 횡포 막는 제도적 장치 시급하다

  • 입력 2016.05.08 10:46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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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37년간 사용해왔던 (주)경농의 ‘데시스’가 올해 1월부터 바이엘크롭사이언스의 ‘데시스’로 바뀌었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경농 데시스’든 ‘바이엘 데시스’든 당장 아무 문제가 없다. 약효 성분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 가격이 대폭 오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 농약 원제사의 독점적 횡포를 예고하는 사건의 일단이고 더불어 다국적 기업의 횡포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1980년 바이엘은 (주)경농에 데시스 원제를 독점공급하고 상표명을 독점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두 회사는 특별한 계약 갱신 없이 원제를 공급하고 제품을 판매해 왔다. 관행적으로 계약이 자동 연장돼 37년간 계약이 유지 됐다고 이해했던 것이다. 그런데 바이엘크롭사이언스에서 올해 7월부터 데시스 공급중단과 판매중단을 일방 통보하는 한편 바이엘크롭사이언스에서는 지난 1월부터 데시스라는 동일한 상표명으로 제품판매를 시작했다.

결국 37년간 쌓아놓은 경농의 브랜드 가치가 하루아침에 바이엘크롭사이언스로 넘어가고 말았다.

더 큰 문제는 바이엘크롭사이언스의 이러한 횡포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농에서 제초제 ‘바스타’를 판매한 지 13년 만에 시장규모가 100억원을 넘어서자 바이엘이 가져갔고 한국삼공의 리젠트, 팜한농의 안트라콜, 코니도 등도 100억원대가 넘는 시장으로 성장하면 바이엘크롭사이언스가 어김없이 빼앗아 갔다.

바이엘크롭사이언스는 원제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원제를 공급하면서 자사의 상표 사용을 강요해 왔다. 이후 브랜드 가치가 형성되면 회수해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상습적으로 자행해 왔던 것이다. 결국 바이엘은 국내에서 특별한 영업활동 없이 국내 제조업체가 키워 놓은 영업권을 한순간에 고스란히 빼앗아 가는 것이다. 이는 다국적 기업이 보이고 있는 전형적인 약탈 행위다. 이러한 바이엘크롭사이언스의 횡포에 국내 제조업체는 불이익을 우려해 이렇다 할 반발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최근 (주)경농이 나섰다. 공식적인 이의제기는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식 제소할 예정이다.

지금 당장은 국내 제조업체의 피해가 문제지만 장기적으로는 다국적 원제사들이 주요 농약시장을 독점해 가격인상 등 농민들의 피해도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농민들을 위해서라도 농약 원제사와 국내 제조사와의 공정한 계약이 이뤄지고, 원제사의 횡포를 방어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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