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수박 팰릿출하 사실상 의무화

공사, 시설현대화사업 맞물려 불도저식 추진
정부지원 불확정 … 농가 피해는 어쩌나

  • 입력 2016.05.08 10:39
  • 수정 2016.05.08 10:4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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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박현출, 공사)가 가락시장 수박 팰릿출하 의무화를 선언했다. 지난 1일을 기점으로 사실상 산물출하는 받지 않고 있는 상태다. 본격적인 출하시즌을 앞두고 농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지원은 아직 불투명하다.

도매시장은 기본적으로 농산물의 수탁을 거부해선 안된다. 그러나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은 ‘환경개선 및 규격출하 촉진 등을 위해’ 예외품목을 두고 있으며 여기에 표준규격을 갖추지 못한 수박이 포함된다.

지금까지 수박은 산지에서 산물상태로 트럭에 적재해 도매시장에서 하차와 동시에 선별작업을 진행했다. 작업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에 시장 내 물류가 정체되고 선도가 떨어지는 등 도매시장 최대의 물류비효율 사례로 꼽혔다.

공사는 지지부진했던 수박 물류효율화를 달성하기 위해 내년부터 가락시장에서 팰릿출하 외엔 일체 수박 출하를 받지 않겠다는 강력한 방침을 세웠다. 그런데 지난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그 사전조치를 보면 △산물출하분의 반입과 하차는 허용하되 선별작업을 제공하지 않으며 △하차 순서도 가장 나중으로 미루는 등 사실상 당장 지금부터 산물출하를 받지 않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일 이후 가락시장에 수박 산물출하는 전무하다.

▲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가락시장 수박 팰릿출하를 돌연 의무화해 농가 피해가 우려된다. 사실상 산물출하를 받지 않고 있는 지난 2일 가락시장에서 수박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
출하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공사와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이 2억5,000만원을 조성해 팰릿당 1만원씩의 물류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김연호 고창 황토배기-G 수박공선회장은 “팰릿출하는 바로 출하자들의 경제손실로 연결된다. 공사의 물류비 지원을 받는다 쳐도 수박 한 덩이당 300~400원의 손실이 나는데, 우리 작목반의 경우 여름 한 철에만 적게 잡아도 1억원의 손실이 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나마도 지원이 오래 가긴 힘들다. 윤덕인 공사 유통물류팀장은 “물류비 지원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면 7월 말엔 예산이 소진될 것 같다. 다른 품목에서 예산을 끌어오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건은 정부의 지원이다. 공사는 농식품부에 수박 물류효율화를 위한 물류비 지원으로 2017년 예산 39억원을 요청해 놨지만 아직 지원이 이뤄질지, 규모가 얼마나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공사 측은 정부 지원이 없이는 물류개선을 할 수 없음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 당장이다. 정부에서 예산을 따낸다 해도 그것을 투입하고 시설을 조성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린다. 공사 측은 가락시장으로 들어오는 산물출하분을 일단 강서·구리 등 지방도매시장으로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소화능력이 부족한 지방도매시장에 물량이 몰리면 수박가격이 곤두박질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가락시장 외 전국 농산물 도매시장들도 수박 물류효율화에 나설 계획을 갖고 있다.

이석철 가락시장 서울청과 경매사는 “팰릿출하를 도입해야 하는 건 맞지만 시행을 하려면 적어도 작년부터 정부 지원이나 홍보가 이뤄졌어야 했다. 갑자기 이렇게 되니 산지의 고충이 엄청날 것”이라며 “올 여름 수박의 20~30% 정도가 시장에 못 들어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윤덕인 공사 팀장은 “현 상태로 5월은 잘 넘길 수 있으리라 보는데 6월 중순 물량이 폭주하면 분명히 문제가 발생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의 방침은 수정할 뜻이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했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2단계 사업을 앞두고 수박 물류효율화는 필수적인 선결 과제라 공사로서도 재고의 여유가 없는 분위기다. 모든 부담과 혼란은 산지로 넘어가버린 가운데 여름철 수박 홍수출하기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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