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격보장 조례’ 반대하는 농식품부, 지자체에 패널티 으름장

수급정책 혼란 이유로 ‘정부사업 배제’ 압박
농식품부 ‘가이드라인’ 맞춰 수정·보완 요구
“중앙정부, 능력 없으면 방해나 말아야” 쓴소리 이어져

  • 입력 2016.05.07 08:06
  • 수정 2016.05.07 08:16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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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산물 최저가격보장 조례(최저가격보장 조례)가 본격 가동도 전에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조례의 문제점을 들어 ‘정부사업 배제’·‘패널티’ 등 갖은 수단으로 압박하고 나서자 지자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곤경에 빠진 상황이다. 지자체의 자구책까지 막아나서는 농식품부의 편협한 농정에 농민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다.

최저가격보장제도란 농산물 값의 하한가를 정해 시장가격이 하한가 이하로 떨어지면 그 차액을 농가에 지급한다는 농가소득 안정 방안이다. 각 지자체들은 농민들에게 최소한 생산비는 보장하게 한다는 취지로 조례를 제정·시행 중이거나 준비 중이다.

▲ 농민들이 겪는 적자농사 고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때문에 “생산비와 적절한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가 현실화 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양파생산비 보장을 촉구하는 무안 농민대회 모습. 한승호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0일 ‘최저가격 조례관련 시군관계자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참석대상은 최저가격보장 조례를 제정·시행 중이거나 제정을 준비 중인 지자체 담당자 40여 명이다. 설명회 목적은 하나. 농식품부가 최저가격 조례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달라는 당부를 위한 자리였다.

이날 농식품부가 ‘최저가격보장 조례’에 대한 문제점으로 제시한 것은 △가격 보장에 따른 과잉생산 유발, 이에 따른 타 지역 농가 피해 발생 △정부의 관측고도화, 산지조직화, 면적조절 등의 수급정책 혼란 △수입보장보험, 밭직불제 등 중앙정부 제도와 중복 △WTO 감축 대상보조 해당 등이다.

참석자 A씨는 이날 분위기에 대해 “정부 농산물 수급정책하고 어긋나니까 조절하라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A씨는 “농식품부로 담당자들을 불러 모아 사실상 최저가격보장 조례를 보류시키기 위한 자리로 풀이 된다”며 “시군별로 품목에 대한 가격보장이 되면 생산과잉, 가격 하락 문제가 발생해 중앙정부가 컨트롤 할 수 없다는 것이 농식품부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유통구조 개선과 수급안정 차원의 ‘조례 가이드라인’을 5월 중에 제시할 예정이다. 참석자들은 “농식품부는 이 가이드라인에 맞춰 조례가 이미 제정된 지자체는 ‘개정’을, 조례를 준비하는 곳은 이에 준하는 제정을 요구했다”고 공통된 말을 전했다.

참석자 B씨는 “만약 이번 회의 이후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모든 농정사업에서 배제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 행자부를 통한 교부세 감액 불이익도 줄 수 있다는 발언도 했다”며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재정상태가 빈약한 지자체 입장에선 ‘최강’의 경고장이나 마찬가지다.

“농식품부에 사업 신청하고 기다리는 지자체 입장에선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또 다른 참석자는 “행정이 무슨 힘이 있나. 농민들 요구, 의회 요구 다 수렴해서 만들어 놓은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다. 조례를 이제 막 제정하려는 곳도 있지만 이미 시행하고 있는데 왜 이제 와서 중앙정부가 나서는지 의아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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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설명회를 주최한 농식품부 박정훈 원예산업과장은 “지금은 (조례가) 사실상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최저가격보장 조례가 확대되는 분위기이고,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어서 설명회를 개최했다”며 “상식적으로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보장을 해 준다는 안전장치가 있으면 무조건 심는다. 농산물이 많든 적든, 계속 생산해야 돈을 더 줄 거란 기대심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결국 농산물 수급상황에 큰 혼란을 초래한다”고 조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또 “조례 자체에 반대한다거나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수급정책과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에 있다”면서 “하지만 수급조절을 위한 제도가 아닌 직접적인 가격 지지는 국제적 기준에도 위배 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앙정부의 ‘불이익’ 언급 부분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박 과장은 “정부 정책하고 발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다. 따로따로 놀겠다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라며 “그날(설명회)은 정부가 수급정책과 관련한 계획을 설명하고 의견을 달라는 자리였다”고 의미를 희석시켰다.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 박형대 정책위원장은 “중앙정부가 농산물의 최저가격을 보장 못하니 지자체에서 하려는 것인데, 능력이 없으면 방해나 말아야 한다. 그야말로 농정 무능력의 바닥을 보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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