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육우 농가, 급속한 규모화로 번식기반 무너지나?

농촌형 ‘구조조정’에 소농 설자리 잃어 … 축산농가, 한우 사육기반 붕괴 우려에 ‘한숨’

  • 입력 2016.05.01 16:39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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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축산업 하면 떠올릴 수 있는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1990년대만 해도 농촌 어르신이 소규모축사에 소와 돼지를 몇 마리씩 키우던 풍경을 볼 수 있었지만, 현재는 공장화된 축산농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는 축산업의 급속한 규모화로 변한 축산농가의 현실을 보여준다.

2016년 1분기 한·육우 사육농가는 9만2,597호로 전년대비 9%가 줄었다. 축산물 시장이 개방된 1995년 53만2,226호에서 20년 만에 5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축산업 규모화는 1990년대 축산물 시장 개방과 맞물려 있다. 정부에선 농업선진국에 맞선 경쟁력 확보라는 명복으로 규모화·전업화 정책을 폈다. 국내 축산업의 체질을 변화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지만 농촌형 ‘구조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시설현대화를 위한 정부의 자금 지원이 이뤄지면서 생산성이 향상되고 소득은 증대됐지만 소규모 번식농가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해서다.

1998년 IMF 경제위기가 터지자 사료자급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사료값 폭등으로 소값보다 사료값이 높은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적자가 누적된 농가에선 사료 먹일 돈이 없어 야반도주하겠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는 것이 축산농가의 전언이다. 사육과 가격 불안 등 불안정 요소가 늘다보니 전업농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언제나 폐업은 소규모 농가의 몫이었다.

소규모 농가의 눈물 속에 규모화는 안정을 되찾고 더 진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은 공급과잉을 불렀고, 축산물 가격하락으로 이어졌다. 또한 세계경제가 출렁일 때마다 사료값 폭등으로 인한 여파도 계속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013년 자유무역협정(FTA) 폐업지원보상제도 지원품목으로 한우가 선정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2013~2014년 2년에 걸쳐 1만9,001농가의 21만 마리에 대한 폐업지원금을 지급했다. 이중 암소는 15만9,740두에 이른다. 더불어 폐업 신청 농가의 90% 이상이 50두 미만의 소농으로 알려졌다. 규모화로 인한 번식기반 붕괴 우려가 그저 기우가 아님을 증명하는 수치다.

현장의 한우농가에선 책상 모서리에서 나온 규모화가 한우 사육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장탄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효신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은 “당장 번식소농이 줄어들면서 암송아지가 줄다보니 사육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가격이 상당히 불안정하고 입식이 안정화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부의장은 “규모화로 인한 질병과 식품안전성도 문제지만 경영적 접근으로 농촌공동체가 붕괴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친환경 축산과 지역순환, 복합영농의 형식으로 가야 한다. 계속해서 규모화·전업화로 간다면 농촌이 어떻게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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