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본 축산업 규모화·계열화 실태

한·육우 사육 농가 1995년 이후 5분의1로 줄어 … 지난해 10만호 붕괴, 현재 9만2,597호

  • 입력 2016.05.01 16:38
  • 수정 2016.05.02 09:58
  • 기자명 박경철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육계 95%·양돈 25% 계열화 … 대기업 사육부분 독·과점화 양상 나타나

   
   
 

한국 축산업은 1990년대 축산물 시장이 개방되면서 ‘규모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93년 12월 UR(우루과이라운드) 타결과 맞물려 WTO 체제에 급속히 편입되면서 정부에선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으로 규모화를 통한 해법을 모색했고, 이에 따라 축산업 농가 형태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규모화’는 말 그대로 농가의 규모를 기업형 혹은 공장형으로 키워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소규모 농가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농협경제연구소 축산연구실에선 한국축산의 변화를 ‘농가 감소’와 ‘규모화’로 요약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통계를 보면 축산업의 규모화가 어떤 결과로 나타났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의 가축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2016년 1분기 한·육우 사육농가는 9만2,597호로 사육 마릿수는 259만5,712마리다. 축산물 시장이 개방된 1995년엔 53만2,226호 237만2,483마리였다. 2015년 2분기엔 10만호가 붕괴된 9만8,544호였다. 한·육우 사육농가가 20여년 만에 5분의1 수준으로 줄며 급격한 규모화가 이뤄졌다. 규모화 정도를 알 수 있는 농가당 평균 사육두수는 1995년 4.46마리, 2016년 28.03마리다. 사육두수 50두 미만의 소규모 농가는 2015년 3월 8만7,942호에서 2016년 3월 7만8,900호로 9,000호가 줄었다. 전체 한·육우 사육농가의 10.3%가 1년 사이에 감소한 셈이다.

젖소는 1995년 2만4,902호 55만77마리, 2016년 5,481호 40만8,516마리다. 농가당 평균 사육두수는 1995년 38.04마리에서 2016년 74.53마리로 늘었다.

육계는 1995년 17만9,347호 7,804만2,026마리 2016년 3,071호 1억6,722만8,017마리다. 사육농가는 60분의1 수준으로 줄었고 사육수수는 두 배가 넘게 늘었다. 농가당 평균 사육수수는 1995년 435.15마리에서 2016년 5만4,453.93마리로 늘었다. 돼지는 1995년 5만786호 585만3,137마리, 2016년 4,761호 1,031만5,230마리다. 사육농가는 10분의1 이 안될 정도로 줄었고 사육두수는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농가당 평균 사육두수는 1995년 115.25마리에서 2016년 2,166.61마리로 20배 가까이 늘었다.

축산전업농가는 한·육우 50두 이상, 젖소 50두 이상, 돼지 1천두 이상, 닭 3만수 이상 규모다. 규모화에 따라 축산전업농가가 증가하면서 전체에서 차지하는 사육두수 비중도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농협경제연구소 축산연구실에 의하면 1995년과 2013년의 전업농가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사육비중을 보면 한·육우는 8%에서 58.4%로 7.3배 증가, 젖소는 17.8%에서 85.7%로 4.8배 증가, 돼지는 36.5%에서 90.2%로 2.5배 증가했다. 닭은 2006년 74.7%에서 2013년 86.9%로 1.1배 증가했다. 한·육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축종에서 90% 전후의 사육을 전업농가가 담당하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 축산연구실은 “한·육우 전업규모 이상의 농가에게 필요한 것은 경영안정이고 전업규모 미만 소형 농가들은 소득안정이 시급하다”며 “특히 전업미만이 88%나 되는 한·육우농가는 전체 사육의 42%를 차지하며 번식 등 산업기반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규모가 큰 전업 이상 규모 농가와 전업 미만의 소규모 농가를 구분하고 ‘경영안정’과 ‘소득안정’을 추구하는 이원화된 축산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양돈과 육계는 1990년부터 규모화를 넘어 계열화가 가속화했다. 2012년 기준 육계는 95%, 돼지고기는 약 25%가 계열업체에서 생산되고 있다. 육계의 경우 생산비가 다른 축종에 비해 낮은데다 생산기간이 짧고 자본회전율이 빨라 계열화 진행속도가 가장 빨랐다. 육계와 양돈의 계열화는 그동안 축산농가의 소득안정과 축산업 발전에 기여한 측면도 있으나 생산요소의 품질문제, 평가방식, 계약관계 등에 있어서 농가와 계열업체 간 갈등이 끊이지 않아 문제가 됐다.

김재민 농축식품유통경제연구소 연구기획실장에 의하면 육계에선 하림과 마니커 등이 대표주자라 할 수 있고 양돈에선 도드람, 부경양돈과 같은 양돈농협과 선진과 팜스코, 이지바이오와 같은 사료회사 중심의 수직계열화가 공존하고 있다.

2010년 1월 정부가 경쟁력 강화를 명목으로 일정규모(모돈 500두 이상의 양돈업, 5만수 이상의 양계업) 이상 축산업에 대기업 참여를 금지하는 축산법 제27조를 삭제한 이후 사육, 사료, 유통 등 축산 전후방 산업에 걸쳐 대기업의 진출이 가속화되며 독·과점화 되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 축산연구실에 의하면 육계는 상위 5개 업체의 산업집중도(CR: Concentration Ratio)가 2010년 53.9%에서 2012년 54.8%로 0.9%p 상승했다. 양돈에선 2010년 18.6%에서 2012년 20.8%로 2.2%p 상승했다. 시장 혼란과 기업 종속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양돈농가는 경영안정 및 생산기반 보호를 위해 ‘축산법 제27조’의 부활을 요구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