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면·계열화업체 횡포에 육계농가 고통 가중

“불량 병아리·저질 사료 공급해놓고 잘 키우라니…”

  • 입력 2016.05.01 15:07
  • 수정 2016.05.01 15:08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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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육계농가들이 계열화업체들에게 당하는 ‘갑질’은 농업계 전체에 그 악명이 자자하다. 불공정계약과 생산비를 감안하지 않는 사육비 책정이 만연하지만 계열화업체가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며 독과점한 시장에서 농가가 제목소리를 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전남 영광군 육계농민인 A씨는 하림과 15년 넘게 계약을 맺어왔지만 재계약을 맺지 못하고 4년 전 체리부로와 계약을 맺었다. A씨는 “정부가 표준계약서를 만들었지만 사용하는 업체가 없다”라며 “회사는 갑, 우리는 을이다”라고 탄식했다.

그는 “소비자는 닭 1마리를 2만원에 사는데 농가가 받는 사육비는 ㎏당 1,200~1,300원 수준이다”라며 “20년 전과 비교하면 사육비는 더 줄어든 셈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중재 역할을 해야 하는데 농가와 계열사가 알아서 해결하라고 한다. 정부정책자금도 회사로 지원되고 우린 받지 못한다”고 정부의 역할에 아쉬움을 보였다.
 

▲ 포천지역 육계농민인 B씨는 육계 5만수 남짓을 사육하고 있다. 그는 “회전은 빠른데 일은 많고 시간에 쫓긴다”고 고충을 털어놨다.한승호 기자

경기 포천시에 사는 B씨는 한우를 키우다 육계로 축종을 변경했다. ‘계열화'가 무슨 뜻인지 잘 알지 못하고 마니커와 계약한 B씨는 상대평가 방식에 놀랐다고 말했다. 상대평가는 농가에서 닭을 출하하면 회사가 일정 기간 평균을 내 농가를 평가하고 이 평가결과에 맞춰 사육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는 “처음엔 사육비를 매년 조정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10년 넘게 사실상 동결돼 있었다. 매년 올리진 못해도 2~3년에 1번은 올라야 하지 않나”고 되물었다.

B씨는 “닭이 덜 자랐는데 가져가거나 출하시기를 넘겼는데도 안 가져가기도 해 많이 싸운다”라며 “1주일 내내 키워도 병아리가 자라질 않거나 똑같은 조건에서 일했는데 다른 농가와 비교해 다 자란 뒤 체중이 모자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병아리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질때엔 보전해준다며 1만5,000수에서 2만수에 7~8만원을 주더라”고 기막혀 했다.

이어 B씨는 “악취와 소화 문제로 여러 제품을 먹이는데 약값이라고 1수당 50원을 준다. 그런데 죽은 닭은 약값을 주질 않는다”면서 “회사마다 농가협의회가 있다는데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정보가 깜깜하다”고 덧붙였다.

변대철 대한양계협회 포천시 육계지부장은 회사의 병아리와 사료 공급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변 지부장은 “닭이 고속성장을 해야 하니 고급사료가 필요한데 회사가 공급하는 사료 질은 너무 낮다. 병아리도 질이 균등하게 우수해야 하는데 계속 문제가 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회사가 종계와 사료에 투자를 안 한다. 종계관리가 안 되니 닭고기자조금으로 내년부터 백신을 놓겠다고 한다”고 전하며 “계열화업체들이 종계가 엉망인걸 알면서도 백신값을 아끼면서 그 피해는 농가가 다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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