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육계농가들이 계열화업체들에게 당하는 ‘갑질’은 농업계 전체에 그 악명이 자자하다. 불공정계약과 생산비를 감안하지 않는 사육비 책정이 만연하지만 계열화업체가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며 독과점한 시장에서 농가가 제목소리를 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전남 영광군 육계농민인 A씨는 하림과 15년 넘게 계약을 맺어왔지만 재계약을 맺지 못하고 4년 전 체리부로와 계약을 맺었다. A씨는 “정부가 표준계약서를 만들었지만 사용하는 업체가 없다”라며 “회사는 갑, 우리는 을이다”라고 탄식했다.
그는 “소비자는 닭 1마리를 2만원에 사는데 농가가 받는 사육비는 ㎏당 1,200~1,300원 수준이다”라며 “20년 전과 비교하면 사육비는 더 줄어든 셈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중재 역할을 해야 하는데 농가와 계열사가 알아서 해결하라고 한다. 정부정책자금도 회사로 지원되고 우린 받지 못한다”고 정부의 역할에 아쉬움을 보였다.
경기 포천시에 사는 B씨는 한우를 키우다 육계로 축종을 변경했다. ‘계열화'가 무슨 뜻인지 잘 알지 못하고 마니커와 계약한 B씨는 상대평가 방식에 놀랐다고 말했다. 상대평가는 농가에서 닭을 출하하면 회사가 일정 기간 평균을 내 농가를 평가하고 이 평가결과에 맞춰 사육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는 “처음엔 사육비를 매년 조정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10년 넘게 사실상 동결돼 있었다. 매년 올리진 못해도 2~3년에 1번은 올라야 하지 않나”고 되물었다.
B씨는 “닭이 덜 자랐는데 가져가거나 출하시기를 넘겼는데도 안 가져가기도 해 많이 싸운다”라며 “1주일 내내 키워도 병아리가 자라질 않거나 똑같은 조건에서 일했는데 다른 농가와 비교해 다 자란 뒤 체중이 모자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병아리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질때엔 보전해준다며 1만5,000수에서 2만수에 7~8만원을 주더라”고 기막혀 했다.
이어 B씨는 “악취와 소화 문제로 여러 제품을 먹이는데 약값이라고 1수당 50원을 준다. 그런데 죽은 닭은 약값을 주질 않는다”면서 “회사마다 농가협의회가 있다는데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정보가 깜깜하다”고 덧붙였다.
변대철 대한양계협회 포천시 육계지부장은 회사의 병아리와 사료 공급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변 지부장은 “닭이 고속성장을 해야 하니 고급사료가 필요한데 회사가 공급하는 사료 질은 너무 낮다. 병아리도 질이 균등하게 우수해야 하는데 계속 문제가 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회사가 종계와 사료에 투자를 안 한다. 종계관리가 안 되니 닭고기자조금으로 내년부터 백신을 놓겠다고 한다”고 전하며 “계열화업체들이 종계가 엉망인걸 알면서도 백신값을 아끼면서 그 피해는 농가가 다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