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협동조합 정신을 다시 생각하자

  • 입력 2016.04.30 10:3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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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무진장축협은 한우협회의 요구를 수용했다. 전북지역 한우 농민들을 중심으로 한우협회는 3년 전부터 대기업 농업 진출 반대 활동을 벌여 왔다. 표현은 대기업 농업 진출 반대지만 내용은 축협의 한우 위탁사육 반대다. 이러한 활동은 2014년 3월 농협 전북지역본부와 합의서를 교환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무진장축협에서 합의서를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위탁사육 규모를 확대하면서 한우협회와 무진장축협이 정면충돌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농협이 본연의 역할을 간과하고 농업생산에 참여하는 것이다. 축협은 1990년대 초부터 생축사업을 시작했다. 생축장은 번식우 사업장으로 우량 송아지를 생산해 조합원들에게 공급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번식우 사업은 기술과 많은 노동력이 소요되고 또한 위험부담이 큰 사업이다. 그러다 보니 축협 생축장은 번식우 사업을 축소하고 상대적으로 위험부담과 관리비용이 적게 드는 비육 사업으로 전환했다. 이후 한우 브랜드화 사업이 본격 시행되면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위탁사육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당시의 명분은 고품질 한우 생산과 안정적인 공급이다. 허나 사실상 2000년 후반부터 소 값이 상승하면서 위탁사육은 축협의 안정적 수입을 보장하는 사업이었고 아울러 축협의 사료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도 절실했다.

런데 축협의 한우 위탁사육은 협동조합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은 사업이다. 협동조합은 경제적 약자인 농민들이 모여 자본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조직인데 오히려 조합원이 쌓아놓은 자본으로 조합원들을 종속시키고 소작농화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점진적으로 위탁사육을 축소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축협이 송아지 구매자금과 사료 값을 일부 융자하는 한우 예탁사업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농민들이 양축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온힘을 집중해야 한다. 더불어 농민들의 개별적 사육으로 발생하는 품종개량 고품질화 안정적 출하 보장의 문제는 농협이 중심이 돼 농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은 농협에 부담이 가겠지만 장기적으로 농민 조합원들이 탄탄한 생산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결국 협동조합의 지속가능을 보장하는 길이다. 이것이 협동조합의 본연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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