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친구야 반갑데이~

  • 입력 2016.04.30 10:28
  • 기자명 황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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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정미(경북 의성군 봉양면)
얼마 전에 결혼기념일이 지나갔다. 3년 전 생전 첨으로 들에 나가려는 맘을 접고 하루 시간을 내 둘이서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를 떠났다. 칼국수도 한 그릇 하고, 오는 길에 옷가게 들러 쇼핑도 하고 왔다. 그렇게 단둘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라 좋았다. 그래서 그 다음해부터는 한달 전부터 달력에 굵은 매직으로 표시를 해 놓고 이번엔 뭘 할까를 고민했다. 그래, 맘만 있고 찾아보지 못한 내 동창생을 찾아 가보자.

고등 때 단짝처럼 지내다가 각자 취업을 하면서 울산으로 대구로 떨어져 편지만 왕래하다 먼저 결혼을 한 친구는 아이와 결혼 생활로 바빴고 나는 그것이 섭섭해 서로 뜸해졌다. 나도 결혼을 하면서 더 정신없는 생활에 아예 기억도 없이 살고 있는데, 그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친구의 고향은 공교롭게도 내가 살고 있는 의성이다. 고등 때 친구 집인 사곡에 마늘 캔다며 한번 와 본적이 있다. 작약꽃이 한밭 가득 피어 있었고, 그때는 소로 마늘을 캐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연락이 된 친구는 농촌의 맏딸로 자라 누구보다 촌의 실정을 잘 알아서 나의 걱정을 많이도 한다. 지난 일철에는 남편이랑 커다란 수박 한 덩이를 들고 일손을 도우러 왔다. 그러던 친구가 난데없이 유방암이란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을 해서 수술을 했고, 십여 차례에 걸친 항암치료와 더 많은 방사선 치료까지 지금은 끝난 상태다.

친구네 집인 울산은 우리집에서 2시간 30분이나 걸렸다. 남편은 공사중인 도로를 매끈하게 운전을 하고 있었고, 난 옆에서 커피에 과일을 입안에 넣어주는 친절을 베풀어 준다. 온통 주택으로 빽빽한 곳인 친구집에 찾아가니 집안은 무슨 레고로 만든 집처럼 한치의 티끌도 없다. 온통 뒤죽박죽인 우리집에 왔을 때 친구가 어떤 맘일까 싶어진다. 친구의 남편이 달려왔다.

대뜸 나를 보더니 많이 젊어졌단다. 작년 마늘철에 첨 봤을때는 꼭 첨 장가 갔을 때 장모님 그 모습이었단다. 하긴 연배가 비슷하긴 하다. 중년의 두 부부는 울산 바닷가를 돌면서 맛난 회도 먹고 소주도 한잔 하면서 회포를 풀었다. 나는 가발이 어색한 친구의 모습이 자꾸 안쓰러웠다. 같이 술도 한잔 못하고…. 그래서 친구는 귀촌을 하고 싶어 한다. 빈집과 산 쯤에 붙은 땅을 구해 보라는데 요즘은 쉽지가 않다.

거칠고 힘겹게 살아온 결혼 20년이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아이들 큰 병 없이 자라 주었고, 두 부부 지금껏 별 탈 없으니 그것으로 만족이다. 초등 동창회에 나갔더니 친구 왈 “야 정미야 난 니 머리 뽀글뽀글 찌지고 새까매서 오는 줄 알았다”라고 한다. 촌 아지매 그대로를 이야기 하는 것이리라. 그때는 내가 농사짓는 것에 대해 친구들은 니가 왜 농사짓냐며 머리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부러워한다. 나이가 든 탓도 있겠지만 이젠 크며 자랐던 고향이 그리운 모양이다. 이미 터전을 잡고 정착을 한 우리가 그들 맘 속에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같이 귀촌을 하고 싶지 귀농 할 맘은 없단다.

회색 도시의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 레고 같은 집안에 갇혀 있을 친구를 생각하니 맘이 짠하다. 하긴 친구 남편도 나의 생활을 보고 맘이 무척이나 안쓰러웠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집이랑 좀 많이 떨어진 곳에 땅을 구해 보란다. 친구 일 구덩이에 사는데 보고 있을 수도 없고…. 허긴 나도 그게 편하긴 하다. 내 일이 바쁘다고 괜히 친구를 원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빨리 적당한 자리가 생겨 친구가 도시에서 벗어나 맑은 공기에서 자연과 벗하며 건강하게 살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들의 활기로 우리의 농촌도 생기를 얻어 더욱 젊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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