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축산진출 저지, 축협부터 시작

한우협회 무진장축협 투쟁 승리
‘기업진출 저지’ 깃발을 세우다

  • 입력 2016.04.30 10:2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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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전국한우협회(회장 김홍길)의 적극적인 투쟁으로 무진장축협 사태는 지난 22일 일단락이 됐다(관련기사 2면). 기업의 한우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축협을 상대로 일어선 투쟁. 여기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우협회는 여러 축산단체 중에서도 대기업 축산진출 저지의 선봉을 자청하고 있다. 한우는 경종농업의 쌀과 비견될 만큼 축산에서 상징적 의미가 큰 품목이기 때문이다. 얼마 남지 않은 토종종자 자원으로서 농민 정서를 대표하며, 농가단위 연구와 조직화 등 자생적 기반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품목이기도 하다.

실질적인 비중도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한육우 농가 수는 9만2,597호. 생산액을 따져도 축산 전체 대비 20%로 상당하지만 농가 수를 따지면 87%로 압도적인 수준이다. 기업이 한우에 진출한다면 축산업 전체를 점령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단적으로 얘기해 현 상황에서 기업이 한우에 진출할 여지는 작다. 한우는 공판장 출하체계가 확고한데다 농가와 농협 간의 연대가 강해 상당한 투자와 유인책을 쓰지 않고선 기업이 끼어들기 어렵다. 닭과 돼지에 비해 장기투자가 필요하고 수익의 불확실성이 큰 점도 부담이다. 닭과 돼지는 육가공이라는 보다 안정화된 유통경로 물색도 가능하지만 한우는 고기 유통이 절대적이다.

현재 기업의 한우 진출은 몇몇 지역 한우브랜드에 기업이 참여해 출자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또 일부 사료회사에서 사양시험을 위해 1,000여두 규모 농장을 운영, 한우농가로부터 “필요 이상의 규모”라고 지탄을 받는 정도가 전부다.

그렇다면 한우협회의 이번 대규모 투쟁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일단 축산업 뿐 아니라 농업 전체에서 큰 의미를 갖는 품목인 만큼 기업 진출을 원천봉쇄한다는 성격이 강하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여건이 갖춰진다면 언제라도 기업들이 시선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표성이 있는 품목이기 때문에 농축산업 진출을 노리는, 혹은 진출해 있는 기업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김영원 한우협회 정책지도홍보국장은 이번 투쟁에 대해 “기업이 한우에 진출할 빌미 자체를 주면 안된다는 생각이 컸다. 화옹과 상주의 유리온실 사건을 봐도 알 수 있듯 사전에 확실하게 막아내지 못하면 나중엔 정말로 힘든 상황이 닥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다 중요한 투쟁 목적은 협동조합으로서 농축협의 역할과 본분을 바로세우는 데 있다. 기업진출 저지에 앞서 ‘집안 단속’을 철저히 한다는 의미다. 민간기업과 다를 바 없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축협의 위탁사육·생축장 실태를 바로잡음으로써 스스로 기업 진출 반대의 명분을 다잡을 수 있다. 큰 범주에선 축산단체들이 갈망하는 대기업 축산진출 제한 법안 마련의 전초작업이 될 수도 있다.

한우농가가 굳건히 자립성을 유지하고 있는 데는 협동조합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농축협이 조합원을 위해 헌신하는 일에 집중한다면 앞으로도 기업이 한우에 진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협동조합형 패커가 기업형 패커의 대안으로 각광받는 등 기업 진출에 대해선 최근 농축협의 역할이 점점 더 크게 요구되고 있다.

김재민 농축식품유통경제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축협이 협동조합으로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쉽게 들어올 수 없다”며 “한우에서 축협을 중심으로 대기업이 들어오지 못하는 구조를 견고히 만들어 낸다면 이미 기업이 상당수 진출해 있는 다른 축종에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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