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 값의 20%만 준비하라고?”

농민들은 왜 ‘예탁사육’ 말하나

  • 입력 2016.04.29 15:37
  • 수정 2016.04.29 15:59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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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위탁사육을 반대하는 농가들이 내세운 대안은 ‘예탁사육’이다. 위탁과 예탁, 엇비슷한 단어의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한우 소유가 축협이냐 농민이냐에 있다. 궁극적 ‘자가사육’을 목표로 하되 자금력이 뒷받침 되지 않은 농가를 위한 중간단계, 예탁사육에 대해 알아본다.

▲ 한우농가들은 초기투자 부담이 적고 자가사육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예탁사육을 선호한다. 사진은 전북 완주군 한 한우농가의 축사. 한승호 기자

입식·사료값, 농축협 대출로 해결

예탁사육이란 쉽게 말해 축협에서 자금을 빌려 한우를 구입한 후 출하 시에 이를 되갚는 방식이다. 초기 투자비용 부담이 대폭 감소한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달 22일 무진장축협 위탁사육 반대 집회 때도 농가들이 내건 조건이 위탁사육 비율을 줄이고 예탁을 늘리라는 것이었다. 예를들어 100두 위탁농가를 기준으로 80두는 위탁, 20두는 예탁 전환을 통해 단계적으로 자가사육의 기반을 마련토록 한다.

예탁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담보능력이 부족한 농가들도 생축을 담보로 입식자금과 사료자금 모두 농협에서 대출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초기투자 부담을 한방에 해결하고 농가는 사육에 전념할 수 있다. 정읍 샘골농협과 순정축협이 예탁사육 형태의 농가 대출을 수년째 지속하고 있다.

송아지값 20%만 필요 … 사료값도 걱정 없어

샘골농협의 실제 사례를 보자. 보통 7개월령 송아지를 매입하는데 현 시가 기준 300만원이 든다. 이 중 농가는 20%(60만원)만 보증금 형태로 농협에 예치하면 출하 때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없다. 농가와 예탁계약을 체결하면 샘골농협은 300만원의 80%(240만원) 비용으로 농가 소유의 소를 매입한다. 이후 농가가 원하는 사료회사와 농협이 공급계약을 맺는다. 보통 한우 한 마리당 월 사료값 15만원이 드는데 이를 매월 농협이 사료회사에 정산한다. 20개월 사료비로 총 300만원 소요.

이렇게 사육한 한우를 농가가 700만원에 출하를 한 경우, 농협은 송아지 값 300만원 + 사료값 300만원 + 이자합계(금리 6% 내외) 약 45만원을 정산 받는다. 총 645만원 중에 예치금 60만원을 농가에 돌려주면, 한우 한 마리를 키운 농가수익은 100여만 원이 된다.

허수종 샘골농협 조합장은 “소를 잘 키워서 가격 좋으면 농가 수익도 늘어난다”면서 “지난 2012년, 2013년 한우시장이 불황이었을 때 농협 힘으로 버티던 농가들이 요즘 힘을 좀 받는다. 소 값의 20%만 부담해 자립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 이 사업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물론 연대보증인도 세우고, ‘한우위탁 심의회’ 심의를 통해 대상 농가를 선정한다.

지자체 이자지원도 ‘관심’

전북 진안군의 경우 중소 한우농가의 입식·사육시 발생하는 금융부담을 덜기 위해 이자지원 사업도 시행 중이다. 진안군 친환경농업과 관계자는 “한우 불황 시기를 거치며 한우농가가 대폭 감소했다. 최근 한우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재입식 여유가 없는 농가들을 위해 1억원 대출금에 대한 4% 이자분을 26개월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홍삼한우 브랜드 육성을 위해 기존의 한우농가 대출 이자지원 사업을 재정비 했다”면서 “홍삼한우에 출하를 완료했다는 사실이 입증된 농가에 대해 일종의 후불식 지원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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