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송아지 공급한다던 생축장은 어디로…

축협 생축장, ‘사업장’으로 변질된 지 오래

  • 입력 2016.04.29 11:39
  • 수정 2016.04.29 11:48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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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안혜연 기자]

▲ 번식우 위주로 생축장을 운영하는 축협은 극소수다. 사진은 충북 충주축협 생축장의 비육우사.

우량 송아지를 농가에 공급한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전국 축협 생축장의 비육우 비율은 번식우보다 월등히 높다. 축협 관계자들에게 그 이유에 대해 물었다. 

전북 남원축협
“처음 생축 사업을 시작했을 때 축협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남원은 번식우가 기반이라 출하할 물량이 없었다. 그래서 축협 자체적으로 비육우 비율을 늘리게 됐다. 현재 전북 6개 축협이 모여 통합 브랜드 ‘참예우’를 만들었다. 요즘 같이 소 물량이 부족할 때 물량을 조달하기 위해서라도 비육우를 기르는 것이다.” 

임실축협
“금융 쪽에서 소득을 올리기 힘들어 소라도 키워야 한다. 또 번식우는 사람이 하루 종일 붙어 있어야 한다. 전문가도 힘든 것이 번식우다.” 

전주김제완주축협
“송아지는 폐사율이 높고 질병 관리가 어렵다. 인건비도 많이 들어가 적자 위험이 크다. 또 사료 공장이 생기면서 시범 사료 사육 사업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 예천축협
“번식우는 비육우보다 관리하기 어렵다. 비육우는 사료만 주면 되지만 번식우는 발정부터 시작해서 수정, 송아지 관리 등 인력과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 관리 방법 자체가 비육우와 다르다.” 

충북 충주축협
“우리 축협 판매장이 두 곳이다. 농가에만 맡기면 안정적으로 한우를 공급할 수 없어 비축용으로 비육우가 필요하다. 소가 부족해 남원으로 사러 다닌 적도 있다.” 
 

위 축협 직원들의 답변을 보면 축협이 번식우보다 비육우에 치중하는 이유는 ‘판매장 물량을 충당하기 위해’, ‘번식우 관리가 어려워서’, ‘소득을 올리기 위해’로 정리할 수 있다. 번식우를 길러 우량 송아지를 농가에 공급한다는 본 목적은 이미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다. 

제일 큰 문제는 축협이 비육우 사육에 집중하면서 비육우를 기르는 조합원이나 농가와 직접적인 경쟁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남원축협의 한 조합원은 “공판장에서 하루 도축할 수 있는 물량은 정해져 있다. 그런데 성수기라 생축장과 농가 물량이 한꺼번에 몰릴 때 축협 사료를 먹이지 않는 농가는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받는다던가 하는 점 때문에 농가 사이에서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김필기 한우협회 임실군 지부장은 “근본적으로 소를 출하해 이익이 발생하면 농가가 벌어야 하는데 협동조합으로 돌아가 버리는 구조다. 조합원들이 해야 할 것을 축협이 나서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신대균 한우협회 충주시지부 사무국장은 “생축장은 한우 개량 등 농가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을 해야 하는데 소득사업으로 변질됐다. 비축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핑계라고 본다”며 “농협이 신경분리 되면서 축협이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소밖에 없는 느낌이다. 번식우를 통한 우량 송아지 공급 사업이 이윤이 안 남는 것도 아니다. 좋은 송아지는 농가에서 두당 200만원에도 갖고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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