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 위탁사육 7년, 남은 건 헐은 축사뿐”

축협 갑질·쥐꼬리 소득에 ‘위탁→예탁’ 전환한 박종남씨

  • 입력 2016.04.29 11:36
  • 수정 2016.04.29 11:49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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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안혜연 기자]

전북 완주군 경천면에서 한우 사육을 하는 박종남(56)씨는 3년 전 축협 위탁사육을 중단했다. 축협의 간섭이 심한데다 돈은 벌리지 않고, 내 소가 아닌 남의 소를 기른다는 데서 오는 박탈감 때문이었다. 박씨는 “위탁사육 해서 남은 것은 헌 축사”라고 말한다. 

박씨는 지난 2005년 축사를 신축했다. 하지만 축사를 짓는 과정에서 많은 자금이 들어가 막상 소를 사자니 부담이 됐다. 축사를 지어놓고 그대로 비워둘 수는 없던 차에 소를 기르기만 하면 사료와 위탁수수료를 제공한다기에 축협의 위탁사육을 시작했다. 

하지만 위탁사육을 하다 보니 박씨는 “축협의 머슴밖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소의 소유권이 축협에게 있다 보니 사료를 얼마씩 줘라, 소를 몇 마리 출하해라, 몇 마리 이상 위탁은 안 된다, 자체적으로 소를 기르는 것은 안 된다 등 축협의 간섭이 정말 심했죠. 축협의 사료를 먹이는 건데 육질이 안 나온다고 뭐라 하고. 또 육질은 소의 혈통이 크게 좌우하는데도 농가의 관리가 소홀한 탓이라고 하고….” 

▲ 축협 위탁사육에서 예탁사육으로 전환한 박종남씨는 “송아지를 사는 부담은 늘었더라도 내 소라는 자긍심에 마음이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한승호 기자

무엇보다 돈이 되지 않았다. 소 100두를 위탁받아 기르던 박씨가 한 달에 최대로 많이 받을 수 있던 위탁수수료는 230만원. 그 와중에 한 달 위탁수수료가 두당 2만3,000원에서 2만2,000원으로 줄었고, 축사가 언제나 100마리로 꽉 차 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평균 위탁수수료는 이보다 더 내려간다. 그리고 두 달에 한 번 깔짚을 갈아줄 때마다 150만원이 들어갔다. 기타 비용까지 생각하면 정말 남는 게 없었다. 박씨는 “몸 건강해 다른 막노동을 하면 일당 10~17만원을 줍니다. 무엇 하러 이 짓 하고 있겠냐는 말이죠”라고 헛웃음을 지었다. 

또 소 값이 아무리 좋아도 농가에 떨어지는 것은 없었다. 소 등급에 따라 농가에 주어지는 인센티브는 있었지만 좋은 등급을 받는 소의 비율은 크지 않았다. 

박씨는 “이런데도 돈이 없으니 위탁사육을 또 하게 되더라구요. 축협 조합장은 예탁사육을 공약으로 걸어 놓고는 지키지 않고, 왜 안 하냐 물으면 중앙회에서 자꾸 태클 걸어 못한다고만 했죠”라고 토로했다. 

결국 세 번째 출하를 마치고 박씨는 위탁사육을 중단했다. 현재 박씨는 다른 축협과의 예탁사육, 한살림과의 계약을 통해 소를 출하하고 있다. 부족한 자금은 농협에서 대출을 받는다. 

“어제 경매장에 가보니 최고로 비싼 송아지가 450만원 이더라구요. 소규모로 번식우를 기르던 사람들이 폐업하고 암소를 많이 죽인 결과가 벌써 피부로 느껴지는 거죠. 만약 송아지를 400만원 주고 사서 사료를 400만원어치 먹이면 나중에 그 이상의 값을 받고 팔아야 하는데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그래서 송아지를 많이는 못 사요.” 

그러나 박씨는 송아지를 사야하는 부담은 늘었을지라도 위탁사육을 할 때보다 마음이 훨씬 편하다고 말한다. “예탁사육은 일단 내 소니까 자긍심을 갖고 키워요. 대신 운이 나빠 소 가격이 폭락해 적자를 볼 수도 있지만 위탁사육 할 때보다는 스트레스가 덜 하고 자부심이 있어요.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긴 힘들더라도 축협의 위탁사육은 예탁사육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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