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제학은 어떤 학문인가

농업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세계화와 한국농업 〈1〉

  • 입력 2007.02.01 00:00
  • 기자명 관리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농업경제학은 자본주의사회에서의 농업의 특수한 제현상을 경제원리론을 기초로 하여 그 본질을 해명해 가야 한다. 사진은 전농 부경연맹의 한미FTA저지 농민실천단의 교육모습

“경제법칙과 모순·대립되는 현상 규명해야”

자본주의적 생산·교환·분배관계가 연구 대상
독점단계에서 농업발전 왜곡 밝힐 필요도 있어

특별기고
김 병 태
건국대 명예교수


농업경제학은 이론경제학의 한 부분이고 그 연구 분야는 농업이라는 특수한 산업부문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경제일반을 연구하는 일반이론경제학에 대하여 농업경제학은 공업경제학, 상업경제학과 함께 부문경제학의 하나이다.
따라서 농업경제학은 농산물을 생산해 가는 과정에서의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생산관계) 및 교환·분배관계, 즉 농업을 둘러싼 사람과 사람들의 경제관계에 관하여 연구한다. 그리하여 농업경제학은 농업의 생산·교환·분배의 제 법칙을 명확하게 한다.
그런데 자본주의 일반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이론경제학과 따로 농업경제학이라는 특수한 경제학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단지 농업이라는 자본주의 경제의 하나의 생산부문에 관해 상세한 연구를 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농업에서는 경제학의 일반이론이라든지 경제법칙과 일견 모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자본주의 경제의 일반법칙을 기초로 해서 해명하여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농업경제학의 대상=자본주의 경제 아래서의 농업경제학의 대상은 첫째로 자본주의적인 생산·교환·분배관계이다. 즉, 공업부문에서와 같이 농업부문에서도 자본주의가 지배하고 있어, 여기에서도 자본주의 경제법칙이 관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데, 농업자본의 증식과정이라든지 축적과정을 연구하고 거기서의 농업부문의 특수성을 밝히는 일이다.
그것은 농업자본이 농업노동자, 특히 계절적 일용노동자를 고용하는 과정, 농업의 기계화가 진전되면서 대경영에 의해 소경영이 쫓겨나는 과정, 농업자본의 낮은 회전율, 농업에서의 지대, 농산물 가격의 문제, 농공간의 불균등 발전의 문제 등이다.
둘째로 이같은 농업발전의 특수성, 후진성 때문에, 어느 자본주의국가라도 많건 적건 남아있는 소농문제가 그 연구대상으로 된다.
그리하여 이 연구를 위해서는 분할지 소유라고 하는 자본주의 형성의 역사적 과정에까지 찾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즉, 농업에서의 상품생산의 발전이라든지, 농민층의 분해, 자본주의 농업의 형성과정을 고찰한다.
셋째로 독점단계의 농업경제이다. 자본주의하의 농업경제의 일반적 특질을 명백히 한 다음에, 독점 자본주의 단계의 농업경제의 특수성, 예컨대, 독점단계에서의 농업발전의 왜곡을 밝힐 필요가 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오늘의 농업경제학의 과제는 종래의 자유경쟁을 기본으로 한 자본주의 농업이론만으로는 해명되지 못하는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날의 WTO, FTA 등을 앞세운 국제독점자본, 다국적자본, 초국적자본이 신자유주의 기치아래 세계화를 부르짖고 세계시장에서 패권을 휘두르고, 강대국의 농업공황을 후진국에 전가하고 있는 현단계의 농업경제는 종래의 이론만으로써는 해명되지 못하는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물론 자본주의 일반의 농업의 발전 법칙을 기초로 해서 해명해 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지만, 독점단계에서의 농업의 과잉생산 공황의 격화, 농공간의 격차확대, 독점자본의 농업자본 및 소농에 대한 농산물유통, 금융 등을 통한 지배와 수탈, 제국주의, 신자유주의의 식민지·종속국의 농업지배, 농업위기의 격화와 국제 독점자본과 유착한 국내 독점자본의 농업정책의 전개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넷째로 농업·농민문제의 전망이다.
이상과 같은 과정에서 농민운동, 소비자의 안전식품 확보 운동, 자연을 지키는 환경운동들이 그 대상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현재의 농업·농민문제의 해결의 전망을 밝힐 필요가 있다.
나아가서 당면의 농업과 먹거리를 둘러싼 제 문제, 즉 식량확보를 위한 자급의 문제, 식품의 안전성과 관련한 농약의 문제, 농림어업을 지켜서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문제 등, 자본 및 국민 전체의 문제에 대한 해결방향도 명백하게 해 가지 않으면 안된다.
다섯째 농업부문의 특수성으로서의 후진성의 문제.
농업부문에서도 공업부문에서와 같이 자본주의의 발전법칙이 관철한다. 그러나 양자간에는 법칙의 관철방식이 다르다. 즉, 농업에서는 공업에 비하여 생산력의 면에서나 생산관계면에서나 그 발전이 뒤떨어진다.
“이것은 모든 자본주의제국의 고유현상이고 더구나 이 현상은 국민경제의 갖가지 부문간의 균형의 파괴, 공황, 물가 등에 가장 깊이 숨겨진 원인의 하나”로 되고 있다.
이 농업의 후진성이 기본적으로 어디서 오느냐 하는 견해의 차이는 농업경제의 관점도 크게 달라지게 한다.
그 제1은 원인을 전적으로 농업생산의 기술적 과정의 특질에서 찾는 견해이고, 제2는 오히려 농업에서의 토지소유, 즉 사회적 관계의 특질에서 찾는 견해이다. 또 농업발전 자체의 원인을 농업생산의 노동과정의 특질, 즉, 기술적인 측면에 두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 농업부분의 공업부분에 대한 상대적 지체는 본래적인 것이 아니고 자본주의 특유의 현상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자본주의 이전 사회에서는 농업은 오히려 사회의 생산의 기본을 이루었고 농업생산력의 발전이 사회의 생산력의 발전을 대표하고 있었다. 봉건제 하에서도 공업은 자립적인 산업부문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농업속에 포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업의 후진성의 원인을 그 기술적 과정의 특질에서가 아니고 사회적인 측면에서 찾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농업의 후진성을 그 기술적 측면에서 구하는 견해에서는, 특히 농업생산이 유기적 생산, 즉 동식물의 육성이라는 데서 그 원인을 찾는다.
확실히 오늘날에도 이 자연적 과정을 인위적으로 콘트롤하는데 곤란은 있지만 지난날에는 이 사실이 농업발전을 오히려 도왔다. 즉, 농업이 자연적인 생산력의 도움을 받아서 보다 생산적인 산업부문으로 될 수가 있었다. 앞으로도 또 이같은 사태가 닥쳐올 지도 모른다.
여섯째로 불균등 발전의 원인, 즉 농업의 후진성의 원인은 농업생산의 사회적 측면에서 찾지 않으면 안된다. 사회적 총자본의 재생산 과정에서 보면 농업은 소비재 생산부분(제2부문)에 속하여 자본의 유기적 구성도가 낮아 제 1부문의 생산재 생산부문보다는 발전이 뒤떨어진다.
그런데 이것으로는 농업이 같은 제 2부문에 속하는 다른 소비재 생산의 공업에 비해서도 뒤떨어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이점에서는 또 하나의 조건, 즉 농업이 토지의 이용, 토지소유와 관련된 독특한 문제가 있어 이를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곱째 토지소유의 역할.
농업생산은 공업과는 달리 토지가 갖는 단순한 입지(立地)적 조건 외에, 토지자체가 작물을 생산하는데 기본적 생산수단으로 된다. 그리하여 토지의 비옥도가 농업생산의 성과를 좌우하는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또 농업은 공업에 비하여 그 자본액이나 노동자수 보다는 넓고도 양질의 농지를 더 필요로 한다.
그런데 이 농지는 자본주의 하에서는 모두 개인의 사적 소유로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영국과 같이 농업의 자본주의화에 가장 합리적인 근대적 토지소유가 확립되어 있는 곳에서도 역시 토지소유가 농업생산을 방해하고 있다.
예컨대 농업의 기술적 성과도 차액지대 제2의 형태(동일 토지에 제2, 제3차의 추가투자로 얻어지는 초과이윤)로 지주에게 지대로 지불하게 되고 토지소유자의 부를 증대시킨다. 또 토지개량과 같이 농지에 결부된 농업투자에 의한 제 설비라든지 지질의 개량 등은 계약이 종결될 때는 그대로 토지 소유자의 소유로 되고 만다.
이 때문에 토지와 결합된 농업투자 자체가 곤란하게 된다. 또 지주에게 지불하는 절대지대(농업과 공업간의 자본의 유기적 구성도의 차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농업부문의 평균이상의 초과분)의 존재도 농산물 가격의 인상요인이 되어 그만큼 수요의 확대를 가로막는다.
미국과 같이 농업자본가가 주로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곳에서도 토지의 집중은 오히려 곤란하게 되고, 가령 토지를 사들이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른바 지대의 선불(先拂)인 거액의 토지구입자금을 필요로 하고 중요한 농업기계라든지 비료 등의 투자를 압박한다.
소농과 같은 영세한 토지는 지가가 더 비싸서 토지이외의 농업투자를 크게 압박하는 것 뿐만 아니고 또 가지고 있는 토지와 가까운 곳에서 토지를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하여 토지를 한곳에 모은다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
따라서 농업발전 지체의 주된 원인을 농가의 넓은 토지이용의 필요성과 다른 한편에서의 토지소유에 의한 방해라는 것에서 찾지 않으면 안된다.
여덟째 농산물가격의 변동.
농산물 가격의 끊임없는 변동은 합리적인 윤작을 끌어드리는 것이 매우 어렵다. 소규모 영농은 시장교섭력이 약해 가격변동에 합리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농업후진성의 주된 원인은 역시 농업의 사회적 측면에서 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하여 농업경제학은 이같은 사회적 원인으로부터 오는 농업의 후진을 해명하는 것이 중요과제로 되어있다. 이같은 농업발전의 후진이 농업경제의 특수성이 만들어 가는 것이어서, 농업발전의 후진을 기초로 해서 농업경제의 특수성을 해명해가지 않으면 안된다.
▶농업경제학의 연구방법=농업경제의 현상으로부터 출발하여 그 소재(素材)를 세부에 걸쳐 소화하고 그 발전형태를 분석하여, 그 요인들 속의 내적유대를 탐색해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본주의사회에서의 농업의 특수한 제현상을 경제원리론을 기초로 하여서 그 본질을 해명해 가야 한다.
또 농업과 도시자본과의 관련도 밝혀가야 한다. 요컨대 지금까지의 농업경제학연구의 과학적 성과를 내 것으로 함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한국 및 외국농업의 현실을 올바로 파악함으로써 농업이론을 발전시키고 오늘날 연구자에게 부하된 이론적·실천적 과제에 올바로 부응 해 가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