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전북, GMO로부터 살아남기

  • 입력 2016.04.22 09:42
  • 수정 2016.04.22 09:44
  • 기자명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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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진 원광대 교수

지난 1월 익산시장 재선거에 출마를 하고 나서 공약을 정리하던 중 문득 아주 오래 전 익산에서도 GMO 실험이 이루어졌었다는 어렴풋한 기억이 떠올랐다. 10년 가까이 살았는데 왜 그때서야 생각이 났을까? 아마도 농촌진흥청이 있던 수원을 중심으로만 사고해 왔기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그 기억을 토대로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익산에서는 GM벼가 오랜 동안 시험재배되었고 그것이 작년 9월 문제가 됐던 바로 그 벼임을 알게 되었다. 그 사이 특허까지 받았다. 

선거에 출마한 사람으로 이것을 문제 삼으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할 겨를도 별로 없었던 듯하다. 아니, 어쩌면 이것이 후보자로서의 인지도를 높여줄 것이라는 마음이 한 구석에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기자회견을 했다. 2015년을 끝으로 폐쇄되었다고 하지만 사후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험장이었던 송학동은 익산에서도 벼 재배를 가장 많이 하는 오산면과 붙어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은 썰렁했고 이름을 알리기 위한 쇼 정도로 생각하는 기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일까? 이미 전주 농촌진흥청으로 자리를 옮겨간 GMO 시험재배장과 이웃한 완주 이서면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셨고 대책위원회를 꾸리는 준비를 시작했다. 그렇게 전북에서의 GMO 반대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GMO 반대운동은 그동안 소비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던 게 사실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재배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농민들의 주된 관심사도 아니었고 연구·개발단계에서 성공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었기 때문에 시험재배를 우려할 정도까지 가지도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그것이 농민들의 눈 앞에까지 왔다. 김제평야, 만경평야, 우리나라 5대 벼 생산지가 있는 이 곳에 GMO 시험재배장, 그것도 GMO 벼 시험재배장이라니. 상식적으로 이것은 도저히 용납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지금도 법적인 기준을 다 지켰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적인 기준은 형식적인 기준일 뿐이다. 일정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으면 격리라고 인정해 주는 법적 기준으로는 직접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경험 속에서 나오는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다. 철저한 격리와 그에 따른 관리체계, 그리고 사후 모니터링까지 모든 것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안된다. 수 천 번 말해왔지만 그동안의 과학 산물은 공장생산을 중단하면 중단이 가능했지만 GMO는 살아있는 생물체라서 생산중단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디까지 얼마나 퍼져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지금도 상업적 재배는 국민의 동의가 없으면 안할 것이지만 연구·개발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기술에서 세계적인 추세에 뒤떨어지면 안된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러나 연구·개발 이후에 실험실에서 일단 나오면 GMO는 얼마든지 퍼져 갈 수 있고 완전한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미국에서의 GM옥수수와 GM벼, GM밀 사례에서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농촌진흥청은 꾸준히 GMO 개발의 필요성을 노골적으로 주장해 왔다. 그리고 상업적 재배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외국의 GMO 옹호론자들을 불러다 각종 세미나며 설명회 등을 개최해 왔다. 한 편으로는 국민의 동의가 없으면 안할 테니 걱정 하지 말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그러나 이 말은 이제 신뢰를 잃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자신들의 주곡만큼은 GMO를 재배하지 않는다. 주산지 인근에서의 시험재배는 더욱 그렇다. 

전주로 옮겨온 농촌진흥청, 그리고 그 산하의 연구기관, 과학이라는 이름의 연구자들 모두에게 전북도민들이 경고를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GMO를 전북에 들일 수 없다는 저항이 일어날 것이다. 그 시작이 4월 29일 오후 3시 농촌진흥청 앞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전북은 GMO로부터 살아남기를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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