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농민들, 농업 직불금 축소 ‘맹성토’

“벼룩의 간을 빼 먹어라” … “농업의 공익적 기능 고려해 오히려 늘려야”

  • 입력 2016.04.17 17: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직불금이 몇 푼이나 된다고, 벼룩의 간을 빼 먹어라”는 목소리가 전국에서 터져 나왔다. 정부가 농업 직불금 감축을 현실화하고 있다며 전국의 농민들이 낸 성토의 목소리다.

전국농민회총연맹에선 지난 8일 긴급성명을 발표해 농업 직불금 감축 계획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어 11일엔 전남과 충남, 강원 등 전국의 농민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성난 농심을 전했다. 앞서 6일 기획재정부가 농업 직불금을 ‘2016년 재정사업 심층평가’ 대상으로 선정했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직불금 검토 용역을 농촌경제연구소에 의뢰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전농은 이를 직불금 감축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다.

전농은 이에 “정부는 쌀 수입으로 인한 쌀 재고 문제를 숨기기 위해 국민 소비량 감소와 생산량 증대가 주요 원인인양 호도해왔다”며 “작년에는 대풍이 든 상황에서도 밥쌀 수입을 감행해 쌀값 폭락에 부채질을 하고 쌀 재고문제를 최악의 상황으로 만들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전농은 이어 “대책 없는 쌀 수입으로 인해 쌀값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변동직불금 지급액이 많아지자 정부는 반성은커녕 오히려 그 책임을 농민에게 돌리고 있다”며 “변동직불금을 많이 주니까 농민들이 쌀농사를 줄이지 않는다며 농업직불금을 감축하는 어이없는 행태를 벌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자회견에 나선 광주전남 농민들은 주변 농가들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했다. 영광에서 농사를 짓는 이석하씨는 “지역 어른신들이 ‘직불금이 몇 푼이나 된다고, 벼룩의 간을 빼 먹어라’라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고, 박행덕 전남진보연대 상임대표도 “지역을 돌아보면 ‘돼지 코에 묻은 나락 등겨를 떨어 묵겠다고 하소’, ‘차라리 농민들 농사짓지 말고 손 놓고 떠나가라고 하는 게 났다’고 한다”며 직불금 축소에 대한 지역 원성을 전했다.

전국의 농민들이 맹성토에 나선 주요 이유는 농업 직불금이 생태환경과 지역사회를 보존하는 공익적 기능에 대한 사회적 지불이며 FTA 등 개방농정의 피해에 따른 국가적 보상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농업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농업 직불금을 개발하고 확대 강화하는 건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한국은 농민 1인당 보조금이 61만원 수준이며 OECD 국가 중 꼴찌다. 일본은 819만원, 미국 1,370만원. 노르웨이 2,749만원, 스위스 3,100만원 등이다.

전농은 “외국쌀 수입량을 보장해주기 위해 우리쌀 생산을 줄이겠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농업 직불금 감축에 나선 것”이라며 “그리고 한발 나아가 쌀 소득 보장은 민간보험으로 돌려 중소농부터 이탈시키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농은 더 나아가 “밥쌀 수입을 위해 우리쌀을 포기하고, 농업 직불금마저 감축하는 박근혜 정부를 심판할 것”이라며 “전체 농민의 힘으로 직불금 감축을 막는데 멈추지 않고 농민수당 등 다양한 농업 직불금을 개발하고 관철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