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 20대 국회서 다시 논하라

  • 입력 2016.04.08 17:04
  • 기자명 한승호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지난달 23일 두 명의 철원 주민이 홍천을 향해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철원의 맨 끝 마을인 대마리 용담마을을 출발해 화천, 양구, 인제를 거쳐 홍천에 도착하는 300여km의 대장정이었다. 이들은 생활권이 전혀 다른 홍천, 철원, 화천, 양구, 인제가 하나의 선거구로 묶인, 이른바 ‘공룡선거구’의 국회의원 한 명이 서울 면적의 10배에 이르는 농촌지역을 모두 대표할 수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묵묵히 발걸음을 내딛었다.

총 면적 5,969.9㎢, 20대 총선에서 강원도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선거구에서 당선될 국회의원이 지역 현안을 살피고 민심을 듣기 위해 발로 뛰어야 할 면적이다. 인근 선거구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선거구의 경우도 총 면적이 5,112.3㎢에 이르러 지역 대표성을 지닌 국회의원이 지역 민심을 직접 살피고 해결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구수와 표의 등가성만을 고려한 선거구 획정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농어촌 선거구가 축소되고 반대급부로 수도권 의석이 늘면서 날이 갈수록 황폐해져가는 농어촌을 대변할 국회의원 수 또한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직능대표라 일컬어지는 비례대표에서도 농민(을 위한) 후보를 내세운 정당은 더불어민주당과 민중연합당 뿐이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진보 정당을 자처하는 정의당마저 비례대표 면면에서 농민 후보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지난 1일 홍천군청 앞에서 도보행진 해단식을 가진 철원 주민들은 “전체 농촌의원의 감소로 농촌은 더욱 황폐화 될 수 있다”며 “헌법의 진정한 지방자치 분권의 실현과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시군구 별로 1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약은 사라지고 정쟁만 난무한 선거전, 또 각 정당의 갈등관계 보도에만 치중한 언론 환경 속에서 이들의 의미 있는 발걸음이 제대로 알려지기란 애초부터 어려웠다. 그러나 20대 국회는 아로새겨야 한다. 선거구 획정은 단지 인구수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 환경, 미래가치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20대 국회에서 선거구 획정 문제가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지 않고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논의되길 바란다. 그러하기에 무엇보다 먼저, 오는 13일 유권자의 지혜로운 한 표가 더욱 절실하다. 투표하자. 나를 위해.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