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 현장의 소리, “총선에 바란다”

  • 입력 2016.04.01 13:59
  • 수정 2016.04.01 14:03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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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승호·홍기원·권순창 기자]

농촌 사람들도 총선에 할 말이 많다. 아니, 농촌 사람들만큼 총선에 할 말이 많은 사람도 없다. 늘상 정치로부터 소외받고 있는 것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투표 열흘 전. 농민들의 목소리는 총선 후보들에게 얼마나 많이 닿았을까. 조금이나마 현장의 소리를 더 알리기 위해 <한국농정> 기자들이 취재 중에 만난 농민들의 말을 소개한다. 지면에 싣는 것은 일곱명 뿐이지만, 농촌 곳곳엔 아직도 300만명의 목소리가 남아 있다.


“농산물 가격폭락 방관하면 도시문제 될 것”
위재호(쌀농가/강원 철원군 동송읍)

농사지은지 20년 됐으며 벼농사 2만평을 짓고 있다. 동송농협 RPC가 지난해 ㎏당 1,570원에 수매했다. 2014년 수매가는 ㎏당 1,630원이었다. 이 가격이 10년 전 가격과 비슷하다. 벼농사에서 다른 작목으로 방향 바꾸려하는데 쉽지 않다. 하우스농사도 포화상태다.
농협의 경영상황 역시 좋지 않다. 철원군은 지역농협별로 벼를 수매하는데 동송농협 RPC는 지난해 30억원이나 적자를 봤다.
농산물 가격폭락이 1~2년된 얘기가 아니다. 정부가 밥쌀용 쌀은 수입 안하겠더니 말을 바꿨다. 수입쌀이 식용쌀로만 안 풀렸다면, 정치인들이 선거 전에 했던 약속만 지켜줬다면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거다.
정부가 논을 줄이겠다는데 쌀값이 올라가면 증산정책을 펴지 않겠나.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 중국에 쌀을 수출한다고 분위기를 띄우는데 통관문제가 쉽지 않을 걸로 안다. 중국이 요구하는 품위는 지금 철원지역 농협들이 맞출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중국에서 완전미비율 95% 이상을 요구하는데 우리는 90% 수준이다. 수출하는 물량도 작아 형식적으로 보인다.
농민들 숫자가 줄고 있다. 선거구획정에서 철원군은 4개군과 합친 선거구가 됐다. 농민들이 이렇게 천대받고 있다보니 지역의 소농들이 농사를 접고 공사판으로 가고 젊은 사람들은 공장으로 간다. 농민들이 도시로 몰리면 지금 농촌의 문제가 나중엔 도시문제가 될 것이다.


“여성농어업인 행복바우처 제도 확대 시행해야”
유주영(여성농민/충북 진천군 이월면)

남편과 함께 논농사와 수박농사를 짓고 있다. 진천군에서 매년 여성농민의 복지 증진을 위해 ‘여성 농어업인 행복바우처’ 제도를 시행한다. 대상자로 선정되면 병·한의원, 약국, 영화관, 미용실, 목욕탕, 스포츠센터 등 다양한 시설에서 사용가능한 행복바우처 카드를 발급해주는데 대상 선정에 제약이 있다.
사실 농가소득만으로는 살림을 꾸리기가 쉽지 않아서 여성들이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가 흔한데 지원대상은 실제영농에 종사하는 여성농민이어야만 한다. 농민의 수가 줄고 농촌이 점점 쇠락해가는 현실에선 농민뿐 아니라 농촌을 힘겹게 지키고 있는 주민들에게까지 수혜 혜택을 늘려야 하지 않나. 예산을 좀 더 늘리더라도 행복바우처 지원 조건을 확대해 농촌에 거주하는 많은 여성주민들이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 또, 이런 제도는 진천군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행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 달라.
또 하나 덧붙이자면, 진천에 산업단지가 많다 보니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들어와 있고 실제로 영농활동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소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을 한 번씩 하고 나면 농번기철 인력 수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농사짓기가 어려울 정도다. 일손 구하기가 날로 어려워지는데 지자체하고 정부에서 농번기철 일손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를 해줬으면 좋겠다.


“친환경농업, 기댈 데가 없다”
유용국(친환경 채소농가/경기 김포시 하성면)

농약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가는 게 느껴져 친환경을 시작했고 유기농을 한 지 10년이 됐다. 건강하게 기른 농산물을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계속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다. 그나마 5년 전쯤부터 학교급식에 납품을 하면서 숨통이 트였지 그 전까진 집 팔아먹고 땅 팔아먹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오늘도 친환경제재를 사 오는 길인데 농약은 면세를 해주면서 일부 친환경제재는 과세를 하고 있다. 정책은 GAP를 키운답시고 살리려 들어도 부족할 친환경을 죽이려고만 든다. 시의원·국회의원들에게 하소연도 해 봤지만 선거철에나 잠깐 관심을 가질까 자리에 앉고 나면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아무리 얘기해도 먹히질 않아 지금은 지역 30여 친환경농가가 협동조합을 만들어 스스로 살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친환경 농업을 확대하고 기반을 잡으려면 학교급식을 도 차원에서 100% 지원하고 고등학교까지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이는 정책이 이끌어야 할 일이다. 덧붙여 저온저장창고 문제도 이곳 농민들에겐 절박하다. 지역에 대규모 저장창고 하나가 없어 양파나 감자를 경북 김천까지 가져가 저장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비용 손실이 막대하다.
아무쪼록 이번 선거에선 농업을 이끌어줄 수 있는, 1차산업이 망하면 모두가 죽는다는 걸 아는 사람이 당선됐으면 한다.


“젊은 사람 살 수 있는 농촌 돼야”
최효진(고령농민, 82세/경기 연천군 백학면)

일전에 지병으로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사고로 팔까지 다쳤다. 큰 병원이 의정부에나 나가야 있는데 매번 아침에 출발해 2시간을 가야 한다. 그나마 저녁 늦게 아플 땐 참을 수밖에 없다.
농촌에 살다 보면 소외돼 있다는 느낌을 참 많이 받는다. 젊은 사람들이 있다면 활기라도 있을텐데 동네에서 가장 젊은 사람이 60대, 70대다. 병원이 있는 것도, 학교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농사는 1년을 지어 봐야 소득도 안 나온다. 자녀 셋에 손주 다섯이 있지만 같이 살래야 살 수가 없는 환경이 돼 있다. 그나마 요즘은 둘째 아들이 농사일을 도와주고 있어 한결 수월하다.
경로당에서 노인들끼리 술을 마시면 즐겁지 않고 씁쓸할 때가 많다. 이번 총선 후보들에게 농촌 발전에 신경써 달라고, 농촌 좀 잘 살게 해달라고 당부드린다.


“한우 소농 무시해선 안 된다”

김성권(한우농가/강원 철원군 동송읍)

한우와 육우 합해서 150두 남짓 사육하고 있다. 육우는 한우를 사지 못해서 함께 들였다. 요새 한우 가격과 마찬가지로 육우 가격도 괜찮다. 육우는 한우보다 빨리 출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봤자 가격이 좋을 때 소를 다 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1달에 평균 4마리 출하하고 있다.
비육과 함께 번식도 하고 있지만 송아지도 들여야 한다. 지금 시세는 좋지만 변동이 심해서 송아지 입식을 평소보다 30% 정도 줄였다. 자칫 송아지 가격이 큰소 가격이 될 수 있다.
정부가 한우 수급불안을 걱정하고 있다는데 번식기반을 망가뜨린 게 정부 아닌가. 소농이 번식기반인데 (정부는)지난해까지 도태시켜오지 않았나. 그래서 송아지를 받을 곳이 없는거다. 정부가 우리나라 전통의 한우 소농들을 무시해선 안 된다.


“정치인들, 농촌에 할 일이 많다”
윤갑현(과수농가/경기 파주시 법원읍)

포도와 배 과수원을 30년째 하고 있는데 최근 FTA 피해를 날로 체감하고 있다. 수입산 과일이 맛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다 국산 과일은 인건비나 영농자재가 너무 비싸 경쟁하기가 무척 힘들다. 당장 포도가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다른 과일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그나마 정부에서 하던 지원사업이 지금은 다 융자사업으로 바뀌었다. 예전 지원사업으로 장만한 농기계가 다 노후화됐고 새로 장만하려면 빚을 내야 한다. 빚을 내면 이젠 갚을 수가 없다. 지원정책 확대가 절실하다.
아직까지 정당이나 후보들 공약 중에 와닿는 것이 없다. 말로만 1차산업 운운하지 유권자도 얼마 없는 농촌엔 신경을 안쓰는 것 같다. 아직도 농촌엔 정치인들이 할 일이 많다.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좀더 관심을 갖고 바라봐 주길 바란다.


“의료소외 해결해야”
임명선(진천군보건소 방문간호사)

아무래도 농촌이 도시보다 의료사각지대도 많고 의료취약계층도 많다. 현재 진천군보건소에서 방문간호사로 7년째 일하고 있는데 거동이 불편하거나 거리가 멀거나 교통수단이 없는 지역으로 의료방문을 다닌다. 실질적인 의료활동도 하지만 농촌의 독거노인에 대한 정서적지지 활동도 크다. 자주 방문해서 인사를 나누고 대화하고 집을 살펴보는 일들이 그렇다.
그러나 보건소 간호사 수가 한정적이고 방문할 가정이 많다 보니 좀 더 세심한 배려를 못할 때가 많다. 또한, 이마저도 지역별 편차가 커서 방문간호가 아예 이뤄지지 않는 지역도 있다. 의료에서 소외되는 주민, 지역이 없도록 예산 및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덧붙이자면, 일하는 사람의 신분이 안정적이어야 의료대상자에게도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방문간호사의 경우 비정규직이 많은데 무기계약이나 정규직으로의 전환도 점진적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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