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전농 14기 “살아있네”

  • 입력 2016.04.01 13:36
  • 수정 2016.04.01 13:37
  • 기자명 강광석 강진군농민회 성전면지회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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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광석 강진군농민회 성전면지회 사무장

이광석 의장님은 임기를 마치고 14년 지방선거 전북도지사 후보로 나가 짬짝 놀랄만한 성적을 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시선이 싸늘한 시기, 송곳하나 꽂을 데 없는 단단한 여론의 바위틈 사이에서 일궈낸 결과기에 더욱 소중하다. 10.3%, 진보당 광역시도 후보 중 10%를 넘긴 두 곳 중 한 곳이었다. 

이광석 의장님은 지금 농민당 대표를 하고 계신다. 민중연합당 공동대표다. 당신도 왜 쉬고 싶지 않았겠는가. 아마, 후배들의 간곡한 부탁을 늘 그랬던 것처럼 뿌리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3월 17일 민중연합당 고홍·보성·장흥·강진군 위두환 후보 출마기자회견장, 보성역 백남기 회장 쾌유기원 천막농성장 앞에 세 사람이 모였다. 전농 14기 이광석, 위두환, 이대종. 의장은 당대표로, 총장은 지역구 농민후보로, 정책위원장은 농민당 비례후보로 이렇게 세 사람이 모였다. 

위두환 후보는 출마를 결심하며 개인적으로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쪽 팔리지 않아야 한다, 출마를 못한다고 생각하니 이렇게 지금 쪽팔린데 한 10년 지나 되돌아보면 얼마나 쪽팔리겠냐. 시간을 돌릴 수는 없다. 어려운 싸움을 피하는 순간, 활동가의 인생은 끝난다.” 그는 후보 방송 대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자리에서 의장님을 걱정했다. “아들 같은 승철이(노동자당)와 손자 같은 손솔(흙수저당)과 참 그림이 안 나오는데 의장님은 누가 보필하는지….” 

이대종 후보는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14년 지방선거에 나갈 때는 안 된다고 생각하니 홀가분하고 재미있었는데 비례후보는 된다고 생각하니까 결정할 수 없었다. 전국적으로 출마한 네 명의 지역구 농민후보가 농민비례 한 명 당선시키기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하니, 이들의 시체를 밝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칼잡이 이대종 답지 않게 약간 목소리가 떨렸던 것 같다. 위두환 후보는 내내 이대종 후보의 말을 곱씹었다. “그 마음 잊지 않으면 된다. 전농이 있고 그를 믿는 농민당원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 된다.” 격려사에나 나올 법한 입바른 소리를 진짜 신념으로 간직하고 사는 사람들, 이들의 이름이 전농 14기다. 한-미 FTA 투쟁을 이끌었던 사람들, 13년 겨울, 나락값 보장을 요구하며 천막도 없이 국회 앞에서 한 달을 노숙한 사람들, 진보당의 탄생과 명멸을 최일선에서 함께했던 사람들, 정 많고 여리고 홍어에 막걸리 좋아하는 사람들. 전국농민회총연맹 14기 지도집행부들이 여전히 최전선에 있다. 

2011년 11월 어느 날, 한미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날치기 통과된다는 첩보를 입수한 두 사람이 전농집행부 숙소 근처 중국집에서 독주 한잔을 들이켰다. 이광석과 김선동. 그들이 무엇을 논의했는지는 두 사람 다 함구하고 있어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11월 국회비준 과정에서 김선동 의원이 보여준 건 한마디로 모두의 상상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 위두환 후보 출마 기자회견장에서 이광석 의장의 사자후는 이런 것이었다. “제 2의 김선동이 필요합니다. 보성군민여러분, 백남기 어르신을 살리기 위해 제 2의 김선동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만약 국회에 김선동 의원이 있었으면 정부가 밥쌀수입을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위두환이든 이대종이든 한명만 가도 니들은 다 뒤졌어.” 나는 속으로만 살짝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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