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탓 전에 문제해결 기반조성 했는지 돌아봐야

이동필 장관, “소비자 축산 외면 막아야” 경고 … “많이 노력한 것처럼 요구” 쓴소리
축산단체장들 수급대책 묻자 “시간 갖고 논의해야”

  • 입력 2016.03.27 17:47
  • 수정 2016.03.28 08:43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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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같은 ‘현장’을 바라보면서도 현실인식과 문제해결 방향은 정반대였다.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 축산분야 업무 보고 대회는 무엇을 보는지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가가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 자리였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22일 경기도 안성 농협 안성팜랜드에서 열린 축산분야 업무 보고 대회에 참석해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켜며 회의를 주관했다. 회의를 주재하는 이 장관 뒤로는 ‘국민에게 사랑받는 축산업을 만들겠습니다’란 표어가 내걸렸다.
 

▲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22일 경기도 안성시 안성팜랜드에 전시한 등급별 축산물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이 장관은 회의를 시작하며 구제역 발병과 관련해 “현장에서 보면 축산농가는 물론이고 지자체도 적당한 방역조치를 하지 않았기에 다시 발생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논산에서 구제역이 발병해 조사하니 아직 항체형성률이 20%도 안 되고 신고도 제대로 안됐다”며 농가의 위기의식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 장관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등 방역관련 기관들에겐 “전화예찰을 470만건을 했는데도 그 노력이 축산농가에 제대로 전달이 안 된 것 같다”며 “사후점검 등 개선이 필요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 장관은 “가축분뇨 악취문제는 더 미룰 계제가 아니다”라며 “정부가 여러 정책을 통해 애쓰지만 축산농가, 지자체, 주민도 같이 환경을 개선해 가야겠다”고 당부했다. 농협에겐 “환경개선은 농가의 개선의지가 중요한데 축협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거라 본다”며 적극적인 문제해결 노력을 주문했다.

7개 기관 업무보고와 2건의 현장 사례보고, 그리고 질의응답까지 마친 뒤 이 장관은 “우리 축산업이 한우산업이 보여준 것처럼 고품질로 차별화를 촉진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며 “구제역과 AI가 계속 발병하고 악취도 계속 나는데 소비자들이 저래선 안된다 축산을 없애고 차라리 수입해서 먹겠다 할 수 있다. 이런 얘기를 막으려고 우리가 가축분뇨와 질병을 고민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가 거부하면 이제는 시장에서 살 수가 없다”며 “조금 더 소비자에 다가가고 사랑받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조성이 안됐다는 점을 설명하며 정부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준복 건국대 교수는 “백신을 사용하자 바이러스가 숨어서 움직이고 이를 찾기 쉽지 않다”며 “(바이러스가)지하에 있다 터지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바이러스 맞춤형 백신을 만들어서 보급해야 하는데 구제역R&D센터를 이제야 발족했다”며 “센터는 연구시설이고 생산시설이 급한데 400억원 정도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0년부터 논의됐는데 현실화되지 못했다”며 “연구가 끝나면 정부도 백신을 신속히 보급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두환 경남과기대 교수는 “악취문제가 현안이지만 기술개발도 안됐고 현장에 악취를 저감할 기반도 없다”고 털어놨다. 김 교수는 “그런데 아주 많이 노력한 것처럼 요구하고 있다”라며 “결국 인력을 육성해야 하고 치밀한 전략이 수립돼야 하고 예산도 대폭 지원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이어 “영세한 사각지대에 놓인 축산농가들에겐 특별한 지원을 해야 한다”라며 “축산인들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축산업은 지난 20여년 동안 생산액이 연평균 4.7%씩 성장하는 고성장을 했으며 타 농업분야에 비해 자본집약화와 전문화도 크게 진전했다. 그러나 외적 성장에 걸맞는 인력 육성과 정부 지원은 뒤따르지 못했다는 게 이번 업무 보고에서 노출된 셈이다. 농식품부 역대 최장수 장관인 이 장관이 당장의 실적보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반조성에 나섰다면 상황이 달랐을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날 보고 대회에선 축산농가들의 최대 관심사인 수급조절대책은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질의응답 시간에야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생산농가들은 한우가격이 높은데도 불안에 떨며 마음 놓고 번식을 못 한다”고 전하며 “수급조절 안정대책이 나와야 농가가 번식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정병학 육계협회장은 “닭은 4년 뒤면 완전개방돼 무관세로 수입한다”라며 “계열화돼서 그런지 이에 관한 정부차원의 중장기 대책이 없다”며 “4년 뒤 국산 닭고기를 소비자들에게 먹일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이천일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수급대책은)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 자급률 목표 등을 보며 논의를 같이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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