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업] 식량부족국가 지정, 어떻게 봐야 하나
[통일농업] 식량부족국가 지정, 어떻게 봐야 하나
  •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 승인 2016.03.27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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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최근 유엔 산하 국제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 9일 발표한 「식량상황보고서」를 통해 34개국을 식량부족국가로 지정했다고 밝혔는데, 이 보고서에 의하면 북측이 올해 식량부족국가로 재지정됐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국내 수구세력이나 미디어매체들은 이구동성으로 북측이 다시금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다. 한 발 더 나아가 식량부족이 극심해지고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까지 겹치면서 내부의 불만이 극도로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극심한 식량난을 거론하는 것은 무지몽매한 침소봉대이자 객관적 사실을 무시하고 주관적 열망이 과도하게 반영된 전망에 불과하다. 왜 그런가는 FAO 보고서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올해 북측의 식량부족량을 약 44만톤으로 추정했다. 자체 생산을 통해 스스로 자급할 수 있는 식량을 제외하면 약 44만 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물량은 전체 식량 소비량의 약 8~8.5% 정도에 해당한다. 이는 곧 전체 식량 소비량 가운데 약 91.5~92.0% 정도는 스스로 자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량자급률이 90%를 훌쩍 넘는 국가에서 극심한 식량난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2014~2015년 북측의 식량자급률 92~93%와 비교할 때 그다지 큰 차이도 없다. 예년에 비해 약 1% 정도 자급률이 낮아진 것을 두고 극심한 식량난이 재현될 것으로 침소봉대하는 것은 상식적인 판단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그러면 FAO는 어떤 생각으로 북측을 식량부족국가로 다시 지정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FAO가 밝히고 있는 공식적인 대답이 있고, 전문가들이 추론하는 비공식적인 평가가 있다.

먼저 FAO의 공식적인 대답을 보도록 하자. FAO는 약 44만톤의 식량부족량을 충당하는 방법으로 국제사회의 지원과 북측의 자체수입을 거론하면서, 지난 2월 초까지 국제사회의 지원 물량이 약 1만7,600톤 밖에 확보되지 않아 식량부족량의 96%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북측의 식량부족이 예년에 비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까지가 FAO의 공식적인 대답이다.

그 다음부터는 전문가들이 추론하는 비공식적인 전망이 개입한다. 북측은 국제사회의 지원 외에 다른 나라로부터 식량을 수입할 수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당연히 수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년간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은 연평균 몇만톤 정도에 불과했다. 약 35~40만 톤에 달하는 식량부족량을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을 하여 충당해 왔다.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리 고강도의 대북 제재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북측이 이들 국가로부터 식량을 수입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이 조금 줄어든다 하더라도 북측은 수입을 통해서 충분히 충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극심한 식량난을 운운하는 것은 객관적인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러한 주장은 식량난이 극심해지기를 바라는 수구세력의 주관적 바람이 과도하게 반영된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FAO는 북측의 식량수입을 고려치 않고 식량부족국가로 재지정 했을까? 이 부분은 국제기구로서 FAO의 조직논리가 개입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 세계 식량부족국가에 식량을 지원하는 세계식량계획(WFP)은 FAO 산하에 설치되어 운영되며, 식량지원에 필요한 대부분의 자금을 회원국의 현물 또는 현금 기부로 충당한다. FAO/WFP 입장에서는 회원국으로부터 가급적 더 많은 기부금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이 자기 조직의 존립근거와 실적 달성을 위해 매우 중요다. 이 때문에 북측이 자체적으로 식량을 수입할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자신들이 2월까지 확보한 식량지원 물량이 매우 적다는 점만을 근거로 북측을 식량부족국가로 재지정한 것이다.

마치 북측이 다시금 식량난으로 고통 받기를 바라는 수구세력의 과도한 기대를 제외하면 그 어디에도 극심한 식량난을 전망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북측이 다른 나라로부터 식량을 수입하여 충당하도록 내버려두기 보다는 지금 국내에 과잉되어 있는 쌀을 북측에 제공하여 나누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개성공단 마저 일방적으로 폐쇄해 버리는 박근혜정부하에서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나중에라도 서로 식량을 나누는 공동체의 희망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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