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농촌에 젊은 여성이 줄어든다구?

  • 입력 2016.03.27 01:28
  • 수정 2016.03.27 01:29
  • 기자명 심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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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문희(전남 구례군 마산면 )
젊은 여성이 줄어든다.

며칠 전 언론에선 농촌지역의 젊은 여성 수가 크게 줄어 자치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게 뭐 어제 오늘의 이야기인가?

91년 농촌으로 시집와 딸 셋을 낳고 큰딸 나이가 25살이 다 되도록 지금껏 나는 마을에서 새댁이다. 아마 내 뒤로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기에 그럴 것이다.

농촌으로 시집간다 했을 때 부모님은 무슨 지옥으로나 가는 양 극구 말리시며 눈물바람을 하셨다.

아마 딸의 인생에 농민이라는 것이 고생길의 시작임을, 농촌에서 여성들의 삶이 어떤 것인지 알고 계셨기에 그러셨을 것이다.

“세 딸이 농촌에서 함께 사는 게 꿈 이예요” 했지만 막상 큰딸의 나이를 보니 나도 앞이 막막해 진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찌 그리 변한 게 없는지 답답하다.

2016년 봄 여전히 농업의 해체, 농민층의 분해, 농촌붕괴는 가속화 되고 있다.

대보름 달집에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커다란 만장을 들고 불놀이를 해 봐야 농사를 짓겠다는 젊은 청년들(물론 여성남성 모두를 지칭한다)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그나마 농사를 지으려 맘먹었지만 농민들의 결혼은 사회적 문제가 된지 오래되었고, 심지어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주여성들과의 결혼이 장려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한마디로 첩첩산중이다. 그래도 어찌되었건 살아가야 하기에 농민들은 더 많이 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그렇다고 수입이 보장되기나 하나? 농가부채는 우리의 허리를 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자살과 야반도주 등 농업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키워낸 농산물이 제값을 보장받는 것, 절박하고도 소박한 요구이다. 하지만 개방농정은 농민들의 꿈마저도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여성농민들에게 가사일과 농사일의 이중삼중의 부담은 삶의 질을 크게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여성들로 하여금 농촌을 떠나게 하는 주된 요인이 되어버린 것이고 자식들에게 자신들의 삶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계기가 되어버렸다.

선거철이 되니 너나없이 농민의 아들 딸이라며 이야기 하고 있다. 농민의 아들딸이라는 작자들이 에미에비도 몰라보고 이토록 농업과 농촌을 벼랑 끝으로 몰고 온 것이다.

때가 되면 투표하라. 그런 이후 당신들은 얌전히 집에 틀어박혀 있어라.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고 너희들은 오로지 황소처럼 일만 하면 되는 것이다?

모든 결정은 권력에 의해, 농민들은 참여자가 아니라 구경꾼에 머물게 하고 정치인에게 구걸하는 신세가 되어버렸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 잡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고 불합리 한 것은 고쳐 세워야 한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보여지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농민들이 직접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씨앗을 뿌리는 봄이다. 자식농사 아스팔트농사 선거농사 잘해야 할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젊은 여성이 살고 싶은 농촌! 여성농민이 행복한 농촌 건설!, 젊은 여성농민에게 희망을, 나이 드신 여성농민에게 영광을!

몇 해 전부터 여성농민회의 슬로건이었다. 물론 지금도 여전하다.

국민의 기본권인 식량주권을 지켜내고 농민들의 농부권을 회복해나가는 일을 미루지 말자.

농촌에서 벌어지는 각종 차별과 억압을 함께 없애나가자. 모두가 인간으로 함께 삶을 영위해 나가는 농촌사회를 만들어 나가자.

다음세대의 딸(아들)들을 위해 현재의 우리들이 하나하나 바꾸어 나가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과연 희망을 찾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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