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촌 발전, 소비자 의식 변화와 병행해야

  • 입력 2016.03.25 11:36
  • 수정 2016.03.25 11:37
  • 기자명 우희종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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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희종 서울대 교수

도시의 정신없이 쫓기는 생활 속에서 조금이라도 몸과 마음의 건강함을 찾는 도시인이라면, 자그마한 텃밭에서 자신의 간단한 먹거리는 스스로 만들고 언제나 흙냄새 맡으며 생활하는 건강한 전원주택 생활을 잠시라도 생각해 보지 않은 이는 없다. 물론 도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낭만적인 농촌과 대부분의 농가가 처한 현실과는 꽤나 거리가 있다. 또한 실패한 많은 귀농자들은 단지 물리적 환경만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오랫동안 같이 생활해온 농촌마을 속에 갑자기 들어온 외지인에 대한 폐쇄적인 마을문화로 말미암은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에 살고 있는 사람이나 도시인, 그리고 설령 도시로 되돌아 온 귀농자를 포함해서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것은 농촌에서의 건강한 먹거리다. 바쁜 도시생활과 농촌생활에서 가장 차이나는 것이 먹거리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교통 혼잡과 매연 속에 각종 첨가물과 양념 범벅인 도시 먹거리에 젖어있던 이들에게 자연친화적이고 소박한 농촌 먹거리는 단지 몸의 건강식이라기보다는 정서적 건강함마저 주고 있다.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소위 슬로우 푸드라고 하는 먹거리운동이 펼쳐지는 것도 자연스런 흐름이다. 

한편, 다른 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밀물처럼 진행되면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포함해서, 요즘 국회의원 선거철을 맞이한 농촌 지역에서는 각종 농촌 발전에 대한 밑그림과 공약 등이 제시된다. 말만 들으면 그동안 힘들고 억울했던 상황도 술술 풀리고, 무슨 좋은 일이 당장이라도 생길 것 같다. 농촌이 발전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당연한, 그러나 늘 선거철에나 등장하는 낯익은 구호도 들린다. 

그러나 정부나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농촌 지원과 제도 개선으로 과연 농촌 발전이 이뤄질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지 언제나 말만으로 끝나서가 아니라 실제로 그런 현란한 수치와 장밋빛으로 가득한 농촌 지원과 발전 계획들이 진행된다 해도, 정말 우리가 기대하는 농촌의 변화와 발전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다. 

과거 어느 아나키스트가 말한 것처럼 만물은 서로 돕는다고까지 말하지 않더라도 세상은 서로 연결돼 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만이 아니라 생각해보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그렇다. 대부분의 농촌 생산물 소비자는 도시인이다. 그렇다면 농촌문제를 농촌의 문제로만 생각하는 것은 매우 기형적이다. 어찌 보면 현재 한국 농축산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의 원인과 해법 열쇠는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농가의 현실문제는 도시인들과의 관계선상에 있으며 그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농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환상에 가깝고 결국 탁상공론이 된다. 

진정 농촌을 위한다면 농축산인들이 도시인들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고 거꾸로 도시인들은 농촌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에 근거한 현실적 농촌 발전 계획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한 그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인 도시인들의 먹거리 의식 변화도 유도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조금이라도 건강한 삶을 생각하는 이들은 농촌의 소박한 밥상의 소중함을 안다. 농촌 발전을 생각한다면 이런 도시 소비자의 의식변화 및 확산 운동을 같이 병행할 필요가 있다.

농촌에 있는 부모님 모두 도시에 있는 자식들과 친지들에게 좋은 농촌 먹거리 보내준다는 정도로 머물지 말고, 종종 전화해서 소비자들의 공감을 보다 강조하고 넓히도록 하자. 당장 우리에게 돌아오는 돈이 적어진다고 생각하지 말고,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그런 지원과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당장 효과는 보이지 않을지라도 꾸준히 노력할 때 농촌과 도시가 같이 건강해 질 수 있다. 농촌 발전은 도시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를 전제로 한다.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식들의 의식변화이자, 농촌 자신의 의식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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