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문 여니 달래가 ‘봄봄’ 하네

사진이야기 農·寫 농한기 소득작물로 효자노릇 ‘톡톡’

  • 입력 2016.03.20 18:10
  • 수정 2016.03.20 18:27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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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밭에 남았다. 달래를 캐는 여성농민들 뒤로 다듬어진 달래가 한 묶음씩 놓여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 달래를 캐기 전 줄기를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정리하는 것도 일의 한 순서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더디 올 듯 했던 봄이 시나브로 왔다. 겨울의 황량한 때를 씻어내기엔 아직 이르건만 하우스 문을 열고 마주하는 풍경이 ‘봄봄’ 한다. 알싸하고 향긋한 달래 향이 코끝을 자극하더니 이내 입가에 침이 고인다. 냉이와 더불어 봄이 옴을 알리는 대표적 봄나물, 달래. 겨우내 양분을 머금고 있다가 연녹색 줄기를 흙속에서부터 밀어 올린 달래에 봄의 기운이 한껏 스며든다.

지난 15일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달래 캐는 작업이 한창이다. 일방석에 앉은 여성농민들은 고명딸의 머리카락을 빗질하듯 달래 줄기를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모으며 다듬더니 호미 대신 세발 쇠스랑을 이용해 달래를 뿌리째 큰 덩이로 캔다.

이어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살살 흔들며 뿌리에 붙은 잔흙을 털어낸 뒤 포장 작업을 위해 한 묶음씩 모아 놓는다. 여성농민이 훑고 지나간 자리엔 말끔히 정리가 된 달래가 작은 동산을 이루듯 촘촘히 놓여 있다. 친환경 유기농으로 재배한 덕에 별도의 세척과정 없이 100g씩 소포장하는 달래는 한살림과 지역 농협 등에 출하돼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포장 작업을 위해 상자에 가득 담긴 달래를 옮기던 김학천씨는 “겨울철 농한기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시작한 일이고 보니 한겨울에 물을 주는 게 가장 어려웠다”며 “물을 줄 때마다 하우스 자재들이 동파되지 않도록 시설관리에 보다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경 종구를 파종한 뒤 지난달부터 수확을 시작한 달래는 본격적인 농번기를 앞두고 필요한 영농자금 마련에도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씨의 아내 최순희씨는 “친환경 유기농으로 재배하면서 한살림에 납품하다 보니 고정된 가격을 받을 수 있어 그나마 살만하다”며 “생산자로써 믿고 사주는 소비자들이 있어 너무 든든하고 고맙다”고 덧붙였다.

쌉싸래한 맛과 향을 자연 그대로 즐길 수 있어 ‘봄의 전령사’로 더할 나위 없는 달래, 오늘 저녁엔 달래와 두부를 송송 썰고 풋고추와 마늘을 다져 넣은 진한 달래된장국을 식탁 위에 올려보면 어떨까. 이미 와 버린 봄을 느끼기에 달래 만한 것도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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