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회원들과 함께 ‘참벗공동체’ 일군 정효진 전농 충남도연맹 부의장

“지속가능한 농민운동 위한 협동과 연대”

  • 입력 2016.03.18 17:24
  • 수정 2016.03.18 17:38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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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WTO, FTA 등 개방농정으로 인해 암울한 먹구름이 드리워진 농업·농촌의 현실 속에서 대안 경제와 패러다임의 전환, 새로운 철학 등의 해법이 절실하다. ‘희망’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농민을 찾아 농업·농촌이 행복해지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려 한다. 매달 1회씩 게재한다. 편집자 주

“예전엔 싸움을 하려면 주변 농민들과 입씨름부터 시작했는데 이제는 우리의 얘기를 이해는 해준다는 거지. 우리가 특출나게 뛰어난 것도 아니고 우리가 100% 맞는 것도 아니지만. 흔히 으른들이 ‘데모하는 놈, 빨갱이’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갸들이 열심히는 햐’라고 하니까.”

충남 부여군 홍산면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다. 정효진(57) 전농 충남도연맹 부의장은 대안적 농민운동의 형태로 ‘참벗공동체’를 7년 동안 일궈오며 생긴 작은 변화라고 설명했지만 보수화되고 있는 사회현실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변화일 터.

농민회원들이 홍산면에서 만들어낸 변화는 농민회 활동의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를 준비하면서 마을간담회와 이장단회의도 척척 진행됐다. “예전엔 이장단 회의를 하자 그러면 회원들이 말해봤자 씨알도 안 먹히는데 창피만 당한다며 어려워했던 상황이었지. 근데 지금은 한번 하자 그러면 일사천리로 진행돼. 콧방귀도 안 뀌던 사람들도 나서니, 그만큼 농민회 이미지가 좋아진 것이지.” 이런 분위기를 모아 지난해 충남 부여에선 범군차원의 우리쌀먹기운동본부까지 구성했다.

1996년, 고향인 충남 부여군 홍산면에서 농사를 짓게 된 정 부의장. 어릴 때부터 어깨너머로 농사짓는 걸 봐왔다는 그였지만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정 부의장의 눈에 무엇보다 불합리한 농촌현실이 제일 먼저 들어왔다. 암울한 농촌 현실을 개탄하던 정 부의장은 자연스럽게 농민회를 만나게 됐다. “분명히 내 스스로 농민회를 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당시 부여군농민회 홍산면지회에서 조직적으로 가입시키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웃음).” 정 부의장은 농민회가 탐낼 정도로 준비된 농민운동 인재였던 셈이다.

그리곤 본격적으로 농촌현실을 바꿔내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1998년이었지. 하우스와 노지 등에서 고추농사를 지어서 농협에 팔아달라고 하면 아무 말이 없더라고. 이걸 따져야겠는데 혼자해선 들어주지도 않고 그래서 참벗이라는 이름으로 작목회를 만들었지.” 정 부의장은 농협이 농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껴 참벗이라는 이름으로 주변 서른세 농가를 모아 작목반을 만들었다고 기억했다. 참벗공동체의 시초다. 하지만 고추값 폭락으로 농사지을 여력이 없어지자 포기하는 농가가 생기고, 참벗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작목반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런 이후에도 농민회 활동은 계속했지만 주변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집회도 가고 회의도 해야 하고 할 일도 많았고,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하고. 그런데 주변에선 데모나 나가지 농사도 못 짓는다는 시선이 쌓여갔지.” 농민회 회원은 떨어지고 활동가들은 지쳐가는 상황에서 돌파구가 필요했다.

2010년 정 부의장을 포함한 4명의 농민회원이 주축이 돼 참벗공동체를 되살리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선택한 것이 한살림이다. “전술적으로 선택한 것이지. 생산한 딸기의 안정적 판로가 확보됐으니까. 조금이나마 내년 농사에 대한 걱정을 덜게 됐어. 그리고 내가 집회에 가도 누군가 한명은 남아서 하우스 관리를 했지. 그러니까 농사가 잘 됐지.”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참벗공동체에서 농업법인을 만들어 회원들 스스로가 농산물 출하액의 5%를 떼어 출자를 했다. 지난해까지 7,000~8,000만원을 모아 농지를 마련했고, 정부와 부여군 등에서 저온냉장시설과 공간마련 등을 위해 3억원의 지원을 받아 4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더불어 참벗공동체 회원농가는 18농가로 늘었다. 물론 농민회에 가입해야 회원이 될 수 있다. 권혁주 전농 충남도연맹 사무처장은 “농민회가 경제사업에 관여하면 휩쓸리게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운동과 협동을 모범적으로 만들어 온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농민운동을 하기 위한 현장에서부터의 협동과 연대”라고 평가했다.

그렇게 주변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다. 여기엔 대안적 농민운동을 선택한 정 부의장과 부여군농민회원들의 역할도 있었지만 농업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도 작용했다는 것이 정 부의장의 설명이다. 정 부의장은 “지금 행복하냐고 물으면 행복하다고 답할 수 있는 농민은 아무도 없다”며 “농민들이 행복해지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내년에 지을 농사에 대한 걱정이 없게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정 부의장은 아울러 “참벗공동체가 새롭게 태동하면서 젊은 농민이든 누구든 농사짓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라도 농사지을 수 있도록 토지공개념 차원에서 토지재단을 고민했다”며 “덩치가 커진 만큼 차근차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농민운동을 더 잘하기 위해 부여 농민들이 선택한 참벗공동체가 농촌현장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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