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물, 하루에 얼마나 마시면 좋을까요?

  • 입력 2016.03.18 11:48
  • 수정 2016.03.18 11:51
  • 기자명 박현우 경희 도담한의원 원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현우 경희 도담한의원 원장

진료실에 환자가 들어오면 맥을 짚고 어디가 아픈지, 언제부터 아픈지 이야기하고 난 뒤 우선 묻는 것이 있다. 식사는 잘 하시나요, 잠은 잘 주무십니까. 이 두 가지는 매우 중요하다. 잘 먹고 잘 자면 어떤 병이든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한 것이 있다면 아무래도 회복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식사를 잘 하시는지 물을 때 나는 추가로 꼭 대변 상태와 소변 상태를 묻는다. 위와 장에서 소화 흡수가 잘 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다. 환자분들에게 “대소변상태가 소화흡수와 관계 있어요”라고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지만 내 의중을 먼저 아시고 상세히 대답해주신다. 짧게는 몇 달 전, 길게는 수십 년 전 일까지 기억해서 하나라도 더 의사에게 도움을 주려고 애를 쓰신다. 

식사를 잘 하시는지 물을 때 또 하나 더 묻는 것이 있다. 바로 ‘물을 얼마나 마시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물으면 대개 환자들은 마치 큰 잘못이라도 한 듯이 미안해한다. “하루에 물을 2L씩 마셔야 하는데 못하고 있어요. 먹으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되네요.” “물을 마시려고 생수병을 챙겨나가는데 맨날 까먹어요. 먹어야 되는데….” 

물은 정말 하루에 2L를 마셔야 하는 것일까? 2L는 아니더라도 많이 마셔야만 건강해지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적게 마시면 몸에 해로운 것일까? 

우리 몸에 좋다는 약재들은 빠짐없이 다 써있다는 동의보감 탕액(湯液)편에 맨 처음 등장하는 약재가 바로 ‘물’이다. 동의보감은 이렇게 말한다. “물은 일상생활에서 늘 쓰는 것이어서 사람들이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하늘이 사람을 낳되 수곡(水穀, 물과 곡식)으로 기른다는 것을 전혀 몰라서이니 물이 사람에게 어찌 중요하지 않겠는가?” 물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다.

한의학의 고전 황제내경은 말한다. “수곡(水穀)은 모두 위(胃)로 들어가고 오장육부는 모두 위(胃)에서 기를 받는다.” 오장육부가 움직이려면 위장이 물과 곡식을 잘 소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니 다시 말하면 우리 몸은 물과 곡식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주의 깊게 읽었다면 옛사람들이 물과 곡식, 즉 물과 밥을 따로따로 보기 이전에 하나로 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물과 밥의 적당량은 얼마일까? 쉬운 것부터 따져보자. 밥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배고플 때 먹어서 배부르면 그만 먹어라. 활동이 많을 때는 충분히 먹고, 활동이 적을 때는 많이 먹으면 체하니 너무 배부르게 먹지 않는다. 물도 밥과 같다고 생각하면 결론은 간단하다. 목마를 때 마셔서 목이 마르지 않으면 그만 마셔라. 활동이 많을 때는 충분히 마시고, 활동이 적을 때는 많이 마시면 체하니 너무 과하게 먹지 않는다.

동의보감 담음(痰飮)문에는 물을 많이 먹어서 생기는 병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음병(飮病)에는 8가지가 있다. 모두 술을 마시고 찬 기운을 맞았거나 물을 많이 마셔서 생기는 것이다. (중략) 마신 물이 흩어지지 않아서 병이 된 것이다.” 쉽게 말하면 밥을 많이 먹으면 체하듯이 물도 많이 마시면 체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을 적게 마시는 것보다는 많이 마시는 게 좋지 않느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 하루에 물을 한잔도 마시지 않는 사람은 물 섭취량이 부족한 게 아니냐고 말이다. 

물을 한잔도 마시지 않는 사람은 정말 물을 마시지 않는 것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물을 마시지 않는 사람도 쌀에 물을 부어서 한 밥과 물을 넣고 끓인 국과 찌개를 먹는다. 삶고 쪄낸 반찬을 먹을 때도, 과일을 먹을 때도 물을 먹는다. 물을 전혀 마시지 않은 것 같아도 실은 음식 속에서 물을 어느 정도 섭취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물을 많이 마셔서 좋은 사람들은 억지로 물을 줄일 필요는 없다. 사람마다 타고난 체질과 오장육부가 달라서 필요한 물의 양이 많은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얼마만큼 물을 마셔야 하는가에 정답은 없다. 아니 정답은 내 몸이다. 내 몸이 무엇을 얼마만큼 원하는지 잘 귀 기울여 듣고 그런 자신을 믿고 사랑해주는 것만큼 건강에서 중요한 것은 없다. 다만 원치 않게 갈증이 나서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 분, 혹은 이제껏 물이 당기지 않았는데 억지로 물을 많이 마셔서 몸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걱정인 분들이 있다면 근처 한의원에 방문하셔서 내 몸에 진액이 잘 돌고 있는지, 열이 있거나 찬 곳은 없는지 한의사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