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취와 머위

  • 입력 2016.03.12 18:39
  • 수정 2016.03.12 18:42
  • 기자명 나현균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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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현균 한의사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풀리며 땅속에서 꿈틀꿈틀 어여쁜 새싹들이 발산하는 봄내음이 농부님들의 코끝을 간지럽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산내음 물씬 풍기는 취를 갓 뜯어다 금방 무친 취나물 한 접시와 동동주 한잔은 그런 보약이 따로 없을 지경입니다. 

취는 대부분 국화과에 속하며 우리나라에 자생종은 60여 종이고 이중 식용이 가능한 것은 24종 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취나물은 참취, 개미취, 각시취, 곰취, 미역취, 가얌취, 수리취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 산야에서 뜯은 그대로의 생채로 이용되는 곰취와 참취는 독특한 맛과 향기로 우리들의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취나물은 맛과 향기가 뛰어나고 탄수화물, 비타민A 등 다양한 영양분이 함유돼 있어 묵, 나물, 튀김, 부침 등 식용으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감기, 두통, 진통, 항암 등에도 효과가 있어 한약재로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개미취의 뿌리는 자완(紫菀), 곰취의 뿌리는 호로칠(葫蘆七)이라 하여, 예로부터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 등을 삭히는 명약으로 이용돼 왔으며, 항암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취나물의 독특한 향의 성분인 플라보노이드류와 폴리페놀류는 대장의 세균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고 탄닌류와 함께 변으로 지방 배설을 증가시켜 주기 때문에 지방이 많은 고기와 취나물을 함께 섭취하면 혈장의 지질 수준을 낮춰 주게 됩니다. 또한 쌈으로 싸서 먹을 때 나는 강한 향은 특유의 고기 냄새도 싹 가시게 할 뿐만 아니라 맛도 좋을 것이므로 취나물을 고기와 함께 섭취하면 영양에 맛까지 그야말로 최고의 음식궁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취나물을 데쳐 먹을 때에는 시들기 전에 데쳐야만 향과 맛을 제대로 살릴 수 있으며, 데친 취나물은 된장에 무치거나 된장찌개를 끓이면 짙은 향과 취나물 특유의 쌉쌀한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쌉쌀한 맛이 취와 비슷하면서 들이나 울안에서 쉽게 눈에 띄는 나물이 머위입니다.

취의 효능에 견주어 결코 뒤떨어 지지 않는 머위는 특히 유럽에서 보물과 같은 약초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머위를 이용해서 암 특효약을 개발하였으며 그들은 머위만한 항암 효과가 있는 약초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머위 혹은 머구 라고도 하는 이 봄나물은 봄철이 되면 으레 어머니가 가까운 밭이나 울안에서 직접 뜯어다 적절한 양념과 된장에 버무려 주셨던 나물로, 봄철 입맛이 없을 때 이것을 먹으면 신기하게도 없었던 입맛이 금방 살아났던 기억이 있으실 것입니다. 머위에 풍부한 폴리페놀이 입맛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소화기능을 촉진시켜 소화불량을 해소시켜 주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소화가 힘든 분들은 머위로 즙을 내어 드시면 좋습니다. 또한 머위에 함유돼 있는 콜린이라는 성분이 대장의 독소까지 해독시켜주기 때문에 식중독과 변비를 앓고 있는 사람은 물론 대장암환자에게도 적극 추천 드리고 싶은 봄나물입니다. 

머위는 뿌리와 잎, 꽃, 줄기 어느 것 한 가지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 우선 머위의 꽃은 ‘관동화(款冬花)’라 하여 기침에 특효가 있어 위에서 말씀드린 자완(취의 뿌리)과 함께 기침, 가래를 치료하는 대표적인 한약재입니다. 줄기는 들깨를 넣고 머위탕을 해서 드신다는 것 잘 아실 것입니다.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기록을 보면 “머위는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달고 매우며 독이 없다. 또 기침을 멎게 해주고 폐결핵으로 인한 피고름을 뱉는 걸 낫게 한다. 몸에 열이 나거나 답답한 증상을 없애고 허한 몸을 보해준다”고 나와 있습니다. 

머위의 바로 그 쌉쌀 씁드름한 맛에 포함된 폴리페놀성분이 간으로부터 노폐물을 담즙으로 빼내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머위를 장기간 꾸준하게 섭취하면 간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머위는 예로부터 우리네들의 입맛을 회복시켜주는 나물로 또는 폐와 간의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약재로 널리 각광을 받아 왔던 나물이자 약초였습니다. 

봄철 춘곤증으로 인해 식욕이 떨어지는 요즘, 머위와 취로 나물을 하여 먹거나 어린잎을 생으로 또는 약간 데쳐 쌈을 싸 드신다면, 입맛이 없는 분들은 금방 입맛을 회복하여 봄농사를 짓는데 도움이 되실 거라 생각하여 소개드렸습니다. 

민초들 특히 농부님들이 어려운 시기입니다. 힘내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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