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 신고는 농업경영체 등록자만? 임차농은 어떻게 하라고

지주-농민 ‘갑을’ 관계에 경영체 등록 쉽지 않아

  • 입력 2016.03.12 18:32
  • 수정 2016.03.12 18:47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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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안혜연 기자]

▲ 농업경영체에 등록되지 않은 임차농이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올해 초 제주시 한림읍의 한 양배추 밭에서 농민들이 수확을 하고 있는 모습. 한승호 기자

이번 제주도 냉해·한파로 인해 제주도청이 농가로부터 피해 신고를 받는 과정에서, 농업경영체에 등록하지 않은 임차농이 누락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농가의 반발로 농업경영체에 등록하지 않은 임차농도 피해 신고를 할 수 있게 됐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32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한파 그리고 냉해로 인한 피해까지 극심한 몸살에 시달리고 있는 제주도 농가를 대상으로 도청은 지난 1월 23일부터 25일까지 농작물 피해 신고를 받았다. 

하지만 피해 신고를 위해선 농가가 농업경영체에 등록돼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임차농의 경우 신고 조차 할 수 없었다. 당연 농가의 비판이 이어졌고, 제주도는 지난달 하순 추가 냉해 피해 접수를 받으면서 농업경영체 등록이 안 돼 있더라도 경작확인서를 제출하면 접수가 가능토록 기준을 수정했다. 경작확인서는 마을 이장, 촌장이나 지주 등에게서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확인을 받는 증명 서류다. 

도청 관계자는 “자기 경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에 의해 피해 신고를 받았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농사를 지어도 농업경영체에 등록이 안 돼 있거나 농지원부가 없는 분들이 신고를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농업경영체 등록제도는 정부가 농지에 고유 번호를 붙여 농가 지원에 활용하는 제도지만 이번 경우와 같이 제도의 허점이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허창옥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의원은 “농지원부가 없고 농업경영체에 등록되지 않은 임차농들이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관련 조례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4년도 우리나라 임차농의 비율은 전체 농민의 59.3%에 이른다. 그리고 임차농 중 상당수가 농업경영체에 등록돼 있지 않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임차농이 농업경영체에 등록하고 싶으면 땅 주인이 임대차계약서를 써줘야 하지만, 양도세 감면 혜택이나 기타 다른 목적으로 구두 상으로만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임대 기간도 1~2년으로 짧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농민이 지주에게 임대료를 지불해도 통장에 ‘임대료’라고 따로 명시가 되는 것도 아니다. 땅이 없으면 농사를 짓지 못하기 때문에 임차농은 지주에게 불만이 있어도 이를 표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전남 나주시 산포면에서 시설농사를 짓는 임형주씨는 “지주가 직불금 등 지원금을 부당 수령하는 경우는 예전보다야 많이 줄었지만, 지금도 대도시 사람들이 투기 목적으로 농촌의 땅을 산다던가, 단기 계약을 하고 농지원부를 안 준다던가 하는 경우는 더러 있다”고 농촌 현실을 전했다. 

농식품부 정보통계정책담당관 관계자는 “농업경영체에 등록하고 싶다는 임차농의 요청은 많이 들어온다. 이를 위해선 농사를 짓고 있다는 증명이 필요한데,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거나 땅 소유주가 경작을 하고 있다고 구두로 확인해 주는 경우도 인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소유주가 원하지 않을 경우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임차농을 위해 등록 해주면 소유자와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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