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임 농협중앙회장 취임에 부쳐

  • 입력 2016.03.12 12:11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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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2일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통해서 선출된 김병원 당선자가 3월 14일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한다. 그러나 선거 이후 선거법위반 논란에 휩싸여 취임 이후 과연 적극적인 행보를 할 수 있느냐 하는 우려가 있다. 당선 이후 지금까지 노출된 행적을 보이지 않은 것도 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위축된 것이란 풀이도 그럴듯해 보인다.

농협중앙회장은 우리 농업 절반의 영향력을 가졌다는 농협의 수장으로 그 책무가 막중하다. 비상임 회장으로 권한도 책임도 없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회장 선거와 그리고 취임까지의 과정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있다.

농협중앙회장이 되면 무엇을 할 것이며, 앞으로 농업 농민 농촌을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농민들은 전혀 알 수가 없다. 알려진 것은 선거 때 발표한 공약 몇 가지에 불과하다. 그래서 한국농정에서는 선거 이후 인수위원회를 꾸려 이후 농협을 이끌고 갈 계획을 공론화하는 등 체계적으로 업무를 파악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알려진 것은 을지로 허름한 지하 주차장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했다는 것뿐이다. 당선자의 검소하고 소박한 모습은 박수를 받을 만하겠지만 ‘지하 사무실’이 ‘농협개혁의 산실’이라고 받아들이기는 억지스럽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농협중앙회장이라는 자리가 의전형 자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3월 14일 취임식 이후 예정된 농협중앙회장의 첫 일정이 ‘농협이념 중앙교육원’ 개원식에 참석하는 것이다. 출발부터 행사 참여라니 맥이 빠진다.

취임 첫 일정은 적어도 신임 회장이 자신의 소신과 농협개혁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와는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 꺾이면 꺾일수록 농민들이 농협중앙회장 취임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가 된다. 또한 농협은 농민의 농협이 아니라 직원들의 농협이라는 뿌리 깊은 냉소도 무관심을 한몫 거든다.

그래서 신임 농협중앙회장은 기존의 회장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선 선거 때 공약했던 농협 개혁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천명해야 한다. 그리고 농민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농민의 농협으로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럼으로 농민과 함께 농민들의 힘으로 농협을 개혁해야 한다. 그래야 농협도 우리농업도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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