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금색 품질인증’ 전통주가 뜻하는 것은

좋은 제도 잘 알리는 일부터 우선해야

  • 입력 2016.03.06 11:55
  • 수정 2016.03.06 12:18
  • 기자명 정석태 국립농업과학관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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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_<기고>정석태 국립농업과학관 농업연구관]

▲ 정석태 농업연구관

술의 원료는 농산물이다. 술을 빚는다는 것은 곧 농산물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국내 주류산업에 있어서 국산 원료를 사용해 제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통주로 분류되어 있는 민속주와 명인주 그리고 지역특산주다. 이들 전통주는 주세의 50%를 감면받는 혜택을 누린다.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는 주류에는 이것 말고도 일반주류 면허의 막걸리와 증류식소주 약주(청주) 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 주류들은 전통주의 범주에 들어가지 못해 주세 감면 혜택을 받지는 못한다. 똑같은 막걸리나 증류식 소주인데도 불구하고 전통주로 분류된 것은 세금 혜택을 받고 그렇지 않은 것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농산물을 많이 활용하게 하는 정책과도 동떨어져 있다.

전통주 정책은 우리농산물 특히 쌀의 수급조절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조선시대에 흉년이 들게 되면 으레 들고 나온 정책이 바로 금주령이다. 조선시대에는 농산물을 절약하기 위해 금주령을 썼다면, 이제는 우리 농산물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전통주 활성화 정책을 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어떻게 하면 전통주산업 활성화를 통해 우리 농산물 소비를 촉진할 수 있을까? 간단하게 정리하면, 우리 농산물 소비를 많이 하는 전통주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면 된다. 그런데 현재 법적으로 전통주로 분류되어 있는 업체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너무 한정적이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법적인 전통주 개념이 일반인들의 전통주에 대한 생각과는 사뭇 다르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막걸리는 전통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법적으로 막걸리는 대부분 전통주가 아니다. 그렇다면 막걸리가 외국술이란 말인가? 증류식소주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발효 및 증류기술에 바탕을 둔 증류식소주 제조업체가 우리농산물을 사용해 재래식소주를 만들지라도 일반 소주제조업 면허를 가지고 있다면 전통주가 아니다. 따라서 주세 감면 혜택도 없다. 주류의 종류에 따라 전통주가 분류된 것이 아니라 똑같은 주류라도 면허의 종류에 따라 전통주인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참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전통주에 대한 일반인의 개념을 수용하면서 우리술 제조에 우리농산물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을까? 현재 전통주와 세금 혜택을 동시에 적용하는 것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즉 일반인들의 관점에서 볼 때 전통주라고 인증되는 술(예를 들어 막걸리나 약주, 청주, 증류식소주 등)은 전통주의 범주로 분류하고, 주세 감면에 있어서는 국산 농산물을 100% 사용하는 주류에 대해서 주세 감면 혜택을 주면 된다. 물론 우리농산물을 사용한다고 무한정 주세 감면 혜택을 줄 수는 없다. 술의 종류에 따라서 적정량에 대해서 주세감면 혜택을 줌으로써 우리농산물 소비 촉진과 국제적인 협상카드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주류관련 정책 중에는 주류품질인증제도도 있다. 일반 주류품질인증을 통과하게 되면 녹색 품질인증서가 주어진다. 그런데 국산원료를 100% 사용해 빚는 술에 대해서는 특별히 금색 품질인증서가 주어진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르기 때문에 판매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주류 품질인증을 획득해야겠다는 업체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주류품질인증제도는 주류의 품질을 높이고 국산농산물의 소비를 촉진시키려는 좋은 제도였지만 소비자에 대한 홍보 부족과 생산자들에 대한 인센티브 부족으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제라도 우리농산물을 100% 사용하는 금색 인증 제품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조달청의 나라장터에 전통주가 들어가게 되었다는데, 이런 곳에 금색 품질인증을 받은 업체의 제품이 우선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인센티브도 한 방법이다. 현재 우리농산물 촉진과 관련되는 좋은 제도들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는 것보다는 훨씬 간단하면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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