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 녹용 팔려고 국내산 앞길 막나

생녹용 식품섭취, 한의사협 조직적 반대 … 사슴농가 “유별난 횡포” 격앙

  • 입력 2016.03.06 06:47
  • 수정 2016.03.06 23:24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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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해부터 추출가공식품류에 한해 생녹용 원료사용이 제한적으로 허용됐지만 수입녹용을 앞세운 한의사단체의 조직적인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의사들의 국내산 생녹용 식품 섭취 반대 움직임에 사슴농가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발생한 사슴만성소모성질병을 언급하며 당분간 국내산 사슴뿔(녹용) 식품섭취 자제를 권고했다. 그러면서 “한의의료기관에선 뉴질랜드, 러시아 등의 의약품용 녹용을 건조한 채 각종 안전성 검사를 통과한 것만 사용한다”라며 수입녹용의 안전성을 주장했다.

한국사슴협회는 “(한의사협회가)겉으로는 국민보건을 운운하지만 속셈은 우리 농가의 생녹용을 식품으로 사용 못하게 하고 값싼 수입산 건녹용을 독점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사슴협회는 한의사협회가 보도자료를 배포한 다음날인 25일 “경남 사슴농가에서 사슴만성소모성질병이 발생해 해당농가 전두수를 살처분하고 거래관계가 있는 사슴농장을 포함 총 107두를 예방 살처분하는 등 질병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히며 “생녹용이 위생상 하등의 문제가 없음에도 한의사협회가 횡포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대복 사슴협회 사무총장은 “녹용 역시 소고기나 돼지고기처럼 축산물일 뿐이다. 한의사들이 유별나게 대응한다”고 말했다. 신 사무총장은 “현재 국산 생녹용은 1냥(37.5g)에 8,000원 대인데 뉴질랜드산 전지는 1냥에 4,000원 대에 수입된다”면서 “한의사들이 수입산 건녹용을 쓰는 이유는 단가 차이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생녹용은 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를 개정하며 제한적으로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식약처 개정고시에 따르면 생녹용은 추출가공식품류에 한해 털을 제거하거나 90℃ 이상의 열수 등을 이용해 3회 이상 세척 뒤 냉동상태로 포장 및 보관 유통하면 원료로 사용된다.

윤혜정 식약처 식품기준과 과장은 “지금까지 정보에 의하면 사슴만성소모성질병이 사람으로 전염은 안 된다”라며 한의사협회의 국내산 녹용 식품섭취 자제 권고를 일축했다. 윤 과장은 “또다른 안전성에 관한 정보가 나오지 않는 한 국내산 생녹용의 제한적인 식품원료 지위는 인정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5월 한의사협회 임원들이 식약처를 상대로 개정고시 취소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취임한 서종구 사슴협회 회장은 “한의사들이 대형로펌 변호사를 선임해 농가들의 근심이 깊다”라며 “국내산 녹용이 우리나라 소비의 20%도 미치지 않는데 농가들이 생녹용을 팔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고 호소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1위 녹용 소비국가이지만 수입산 소비가 국내산을 앞지르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지난해 사슴뿔전지 수입중량은 184톤(2,916만5,000달러)에 이르며 이 중 뉴질랜드산이 143톤(1,948만 5,000달러)을 차지했다. 지난해 한-뉴질랜드 FTA가 발효되며 뉴질랜드산 녹용에 붙는 관세(20%)도 15년 내 철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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