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냉이와 쑥

  • 입력 2016.02.28 15:29
  • 수정 2016.02.28 15:30
  • 기자명 나현균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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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현균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장

입춘이 지나며 바람 끝이 한결 부드러워 졌습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펴고 다시 봄 농사를 준비하려니 몸이 예전 같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때 권해드리고 싶은 약초가 바로 냉이입니다. 

냉이는 십자화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로 전국의 들과 밭에서 흔히 자라는데, 우리가 회를 먹을 때 함께 먹는 와사비는 바로 냉이의 사촌격인 고추냉이의 뿌리입니다. 

이른 봄철 몸이 나른하고 기운이 없으며 밥맛이 없을 때 냉이를 잘게 썰어서 죽에 넣어 끓여 먹으면 비위의 기능을 향상시켜 밥맛이 좋아지고 기력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냉이에는 단백질, 비타민, 회분, 섬유질, 탄수화물, 칼슘, 인 등 영양성분이 골고루 들어 있어 겨울철 부족해지기 쉬운 무기질과 미네랄을 보충해 줍니다. 또한 냉이는 간에 쌓인 독을 풀어주고 지방간을 치료하는 데도 효과가 높습니다. 

냉이를 된장국에 끓여 함께 먹으면 위, 간, 장의 기능이 모두 좋아짐은 물론 술독의 해독에도 좋은 만큼, 가뜩이나 속상한 일이 많은 농부님들의 아침밥상에 속풀이 국으로 그만이라 생각됩니다. 

「농가월령가」의 2월령에도 기록되어 있듯이 냉잇국은 민가에서 단연 가장 많이 먹는 봄철의 국 가운데 하나로,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온 애틋하고도 사랑스러운 봄나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뽀얀 쌀뜨물을 받아서 모시조개를 한 움큼 넣고 된장을 풀어서 끓이면 그 쌉쌀한 맛과 향긋한 내음이 봄맞이 국으로는 최고에 속하는 음식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의학에서는 냉이의 뿌리를 포함한 모든 부분을 제채(齊寀)라 하여 약재로 쓰는데, 꽃이 필 무렵 채취하여 바로 쓰거나 햇볕에 말려 두었다 쓰기도 합니다. 

냉이는 이질이나 설사, 출혈을 멎게 하는 약으로도 쓰며 냉이의 씨는 제채자(薺菜子)라 하여 눈이 아프거나 시력이 떨어질 때 달여 먹으면 좋습니다. 

냉이와 더불어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 또 하나, 쑥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단군신화에도 등장하는 쑥은 예로부터 오랫동안 우리민족과 애환을 함께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아무데서나 쑥쑥 잘 자란다고 하여 쑥이라 불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쑥은 환경의 변화에 따른 적응력이 매우 높아 강수량이 많건 적건, 기온이 높건 낮건, 바람이나 눈과 서리 등 기상의 심한 변화에도 결코 쓰러지지 않고 꿋꿋이 그 자리를 지켜내는 특성이 있습니다. 쑥의 이러한 꿋꿋함과 끈질김은 어쩌면 우리 민족의 민족정신을 닮은 것도 같습니다. 바로 이런 꿋꿋한 기상이 우리 민족의 정신으로 표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단군신화에서도 쑥을 등장시키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쑥은 전 세계적으로 250여종이 있지만 이중 식용으로 쓸 수 있는 것은 15종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 적은 식용 쑥 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의 쑥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겨울바람을 꿋꿋이 견뎌내고 봄의 전량사로 뽀얀 고개를 내미는 어여쁜 쑥은 차디찬 기운을 견뎌낸 만큼 그 기운은 더워서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도 남음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부인들의 자궁을 따뜻하게 해주어 냉증을 개선하는 효과가 높습니다. 또한 혈압이 높아 중풍의 위험이 있는 분들도 쑥차를 상복하면 혈관이 튼튼해져 출혈예방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울러 봄 쑥은 혈액 속 백혈구 수를 증식시켜 면역력을 높이는 기능까지 있습니다. 

특히 입냄새가 심한 분들은 쑥을 차로 끓여 상복하시길 권합니다. 쑥차를 입안에 머금고 있다가 조금씩 넘기면 쑥 향이 입안에 가득하여 구내염이 벌써 다 달아난 듯 상쾌한 기분이 들 것입니다. 쑥 향기의 주성분은 치네올(Cineol)이라는 정유성분인데, 이 치네올에 살균과 살충작용이 있어 입안의 구취를 유발시키는 부패균들을 제거함은 물론이고, 소화 불량성 구내염 또한 위염을 치료하는 효과 덕에 해결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쑥은 위염을 직접 치료할 뿐만 아니라 위와 장의 혈관도 튼튼하게 만들어 장운동의 활성을 도와 쾌변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상에서 말하는 쑥은 우리가 흔히 나물로 먹는 참쑥을 의미합니다. 참쑥 외에 약으로 쓰는 쑥 중에 인진쑥은 참쑥과는 달리 성질이 차갑습니다. 따라서 몸이 차가운 사람보다는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 좋습니다. 간염 초기나 급성간염을 앓고 있는 사람은 인진쑥을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옛날 중국의 명의 화타도 이 인진쑥을 이용하여 황달을 치료하였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이른 봄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다시 펴고 일터에 나서야만 하는 우리 농부님들, 봄의 전령사인 냉이와 쑥으로 된장국을 끓여 먹으면 그 그윽한 봄내음 만으로도 우리 몸에 생기가 넘쳐날 것입니다. 국민의 밥상을 지키는 길이 바로 나라를 지키는 길이라 믿으며 항상 몸 바쳐 일하시는 농부님들! 새 봄과 함께 더욱 건강하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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