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과 더불어

  • 입력 2016.02.28 15:26
  • 수정 2016.02.28 15:31
  • 기자명 이해영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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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영 한신대 교수

김현종 참여정부시절 통상교섭본부장이 더불어민주당에 ‘입사’했다. 두루 알다시피 한-미 FTA의 주역이다. 참여정부 출범 때부터 발탁되어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내다 UN대사도 역임했다. 그 뒤엔 삼성전자에 ‘입사’해서 사장자리를 맡았다. 그가 삼성의 사장으로 갈 때도 논란이 많았다. 정부의 고관을 지낸 사람이 물러 난지 얼마 되었다고 이해당사자이기도 한 사기업 사장으로 옮겨가나, 이것이 고위공직자의 윤리로 볼 때 적절한 건지가 논란의 핵심이었다. 

이래저래 삼성과 참여정부의 유착 여부에 말이 많은 데 그 중 한-미 FTA가 빠지지 않는다. 한-미 FTA가 참여정부의 생각인지 아니면 삼성이 참여정부에 던져 준 안인지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 당사자가 물러난 뒤 바로 삼성으로 입사했으니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이래저래 참여정부-삼성-김현종 이 커넥션은 그 자체 움직일 수 없는 정경유착의 사례라 할 만하다. 나중에 <위키리크스>라는 매체가 폭로한 미대사관 비밀전문에는 그가 한-미 FTA 교섭당시 미제약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우리의 약가적정화방안에 반대하며 ‘필사적으로 싸웠다’는 말이 나온다. 그리 보면 이 ‘유착’이 그저 국내적 차원뿐만 아니라 국제적 곧 한미 간에도 있지 않았나 그런 의혹을 살 만 하다. 

그를 데려다 저어기 강남 어디에 전략 공천한다고 하더니, 다시 인천 어딘가에 출마한다고 한다. 누가 그를 데려 왔는지, 김종인 위원장이 영입했다지만 실상 문재인 전 대표가 역할 했다는 소문도 없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본인이 밝힌 입사소감에서 문 전 대표와의 인연을 강조하니 말이다. 정치권에서도 그에 대한 시선은 그다지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나 젊은 여성의원 장하나의 지적은 서늘하다. “국민여러분께서 아직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 대해 … 용서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그가 밝힌 다른 입사소감도 마찬가지 흥미롭다. 일종의 출마의 변이자 자기 정당화라 보면 되겠다. 

먼저 그는 TPP 등 ‘메가 FTA’를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고 한다. 아마 우리가 TPP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지금 상황이 몹시 안타까웠나 보다. 그래서 한-미 FTA 등 개별 국가와의 FTA가 마무리되었으니 만큼, 더 큰 FTA를 맺는데 자신과 더불어민주당이 앞장서야 한다, 뭐 이런 취지로 들린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이분이 현장을 떠난지 오래돼 업무 감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지금 정부도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TPP에 대한 이해타산을 아니하지 않았고, 그래서 한-중 FTA가 우선 순위 상 앞에 있다 보니 TPP가 차순위로 배정된 것뿐이다. 다시 말해 TPP는 더불어민주당이나 이 분이 주도 안 해도 이미 하기로 되어 있다. 그런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조차 FTA 그것도 더 큰 FTA에 앞장 서겠다 하니, 우리 농민이야 또 벙어리 냉가슴 아닌가. 

그리고 “개성공단은 폐쇄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대신 F-22전투기나 3,000톤급 핵잠수함 건설을 허가해주는 등 ‘대가’를 미국이 주면 말이다. 그런데 이 또한 국제정치맹이나 할 법한 가소로운 소리다. 개성공단은 박근혜 정부 훨씬 이전부터, 미국이 진즉부터 손톱 밑에 가시처럼 여겨왔다. 왜냐하면 북한붕괴에 보탬이 안 되고, 나아가 한미일 3각 군사동맹에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 미국이 주긴 뭘 준단 말인가. 개인적으로 이분과 국회공청회 등에서 수차례 논쟁한 바 있다. 한-미 FTA협정문에 개성의 ㄱ도 없지 않냐는 나의 지적에, “아니다 한-미 FTA를 통해 앞으로 북한에 수많은 개성공단을 지을 수 있게 되었고, 협정문에 개성공단을 넣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식의 답변을 한 기억이 있다. 실제 참여정부는 한-미 FTA 협정문에 개성공단을 명시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고, 또 이를 위해 많은 것을 양보했다. 하지만 협상 당사자가 이제 이를 부정한다. 

그리고 그는 한중이 ‘자유무역구를 상호 개방해 금융, 의료서비스 등이 진출’하잔다. 참 삼성스러운 발상이다. 금융을 주력으로 하고, 또 의료민영화도 주도하고 싶은 모양이다. 누구의 증언에 따르면 삼성 사장 김현종은 기업이익이 국가이익이라고 그 시절에 말했다고 한다. 허나 지금 중국은 한국이 사드배치하면 ‘힘과 행동’을 보이겠다고 하는 판에 참 물정모르는 소리다. 

그래서 이제, 다시 더불어민주당에 묻고 싶다. 당신들 누군가? 백남기 선생같은 분이 얼마나 더 나와야 만족할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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