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에 빠진 제주 월동채소

2월 특집호

  • 입력 2016.02.07 13:21
  • 수정 2016.02.07 14:07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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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편집국]

▲ 겨울당근 주산지인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의 한 밭에서 농민들이 당근을 수확하고 있다(왼쪽). 무 주산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의 한 밭에서 농민들이 무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 겨울양배추 주산지인 제주시 한림읍 상대리의 한 밭에서 농민들이 양배추를 수확하고 있다(왼쪽). 제주 양채류 중 한 작목인 브로콜리를 농민들이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제주농업하면 보통 감귤을 생각한다. 감귤은 제주도에서 거의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주도는 감귤과 더불어 월동채소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아열대기후 특성에 따른 동계작목 재배는 제주농업의 특징으로 그 동안 경쟁력을 갖춰 왔다. 감귤과 마찬가지로 겨우내 시장에 공급되는 월동채소의 대부분이 제주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제주도는 월동채소의 주산지로 권위를 누려왔다.

그러나 지금 제주 월동채소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여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 월동채소가 소득작목으로 각광 받자 재배면적이 급증했다. 그리고 나날이 확대되는 농업개방으로 말미암아 사시사철 들어오는 수입농산물이 제주 월동채소 시장을 빼앗아 가고 있다. 결국 농민들은 자구책으로 월동채소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해마다 비상품을 산지폐기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또한 제주 월동채소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지난 여름 이후 잦은 비로 인한 생육부진과 병충해로, 초겨울에는 이상고온으로 수확시기가 한 달 이상 앞당겨졌다. 이로 인해 육지 채소들과 생산시기가 겹치게 돼 제주 농민들은 가격하락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1월 말에는 유례 없는 폭설로 막대한 피해를 당했다.

그뿐 아니다. 수년간 같은 작기에 같은 작물 재배로 인한 연작피해도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병충해로 인한 상품성 저하는 영농비용 증가, 가격하락, 수확부진 등으로 농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러한 여러 피해가 맞물려 2월 현재 월동채소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되고 있지만 농민들은 수확할 것이 거의 없다.

또한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막대한 물류비용을 감당해야한다. 항공 또는 선박을 통해 육지로 운송돼 도매시장에 들어가 거래되는 과정에 발생하는 물류비용은 농산물가격의 30%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이 모두 출하농민들 몫이다. 가격이 폭락할 경우 출하농민이 물류비를 물어 줘야하는 경우도 있다.

한때 겨울 밥상의 푸른 채소를 전담하던 제주 월동채소 농사가 이제는 실로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수입개방으로 인한 공급 과잉,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의 불안정, 연작피해, 과중한 물류비 부담. 오늘날 제주 월동채소가 감당해야하는 문제다. 이는 비단 제주농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주농업은 한국농업의 축소판이다.

한국농정신문은 지난해 9월 제주감귤 특집을 보도했다. 두 번째 제주농업 특집으로 2월 특집호에서 제주 월동채소를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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