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매시장 요구에 의해 협상 거래 방식 활성화 될 것”

박현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

  • 입력 2016.02.05 17:42
  • 수정 2016.02.07 13:43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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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안혜연 기자]

지난해 4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박현출 사장이 올해 1월로 임기 9개월 차를 맞았다. 박 사장에게 가락몰, 물류 효율화, 시장도매인제 등 시장 현안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안혜연 기자·사진 권순창 기자 

▲ 박현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

지난해 12월 가락몰을 개장했는데, 아직 청과직판상인의 이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청과직판상인들이 가락몰로 이전하지 않으면 도매권역 시설현대화 공사 착수 자체가 불가능해 이전은 불가피하다. 도매시장이 일차적으로 수행해야 할 임무는 산지에서 매일 올라오는 농수산물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소규모 식자재 도소매업을 하는 분들만을 위한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취지를 충분히 설득하고 이해시켜서 올해 상반기 내에는 모두 이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우려했던 가락몰 물류, 면적, 환기 부분도 충분한 검토를 거쳤다. 지금보다 물류가 20~30% 증가할 것이라 가정하고 정밀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문제가 없었고, 통로 폭도 전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다. 구매 패턴을 고려해 주차장이 층별로 붙어 있고, 지하 1층 전체에 방수 공사를 하고 있으며 출입구·화물용 엘리베이터 등을 신설 중이다. 실제로 이곳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 많은 분들이 가락몰로 이전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취임 당시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시장의 요구에 의해 앞으로 시장도매인제는 활성화 될 것이고, 그 요구는 막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설현대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지어 30~50년을 사용해야 하는데 현행 거래 시스템에 맞출 경우 미래의 변화를 담아낼 수 없다. 최근 농협 자료를 보면 농협이 거래하는 물량 중 공동 출하·선별 비중이 평균 15%다. 이 사람들은 경매 방식이 불편하다. 네덜란드도 1943년 경매법을 만들었다가 시장과 농민들의 불편함에 의해 1965년 경매 의무를 폐지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경매 거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협상 거래 방식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나라 농민은 영세 소규모기 때문에 경매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그 논리에 따르면 앞으로 우리는 50년이 지나서도 경매만 해야 한다. 이탈리아는 소농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협상 방식으로 거래를 한다. 농민들이 조직화 돼 있기 때문이다. 농민 혼자서는 도저히 상인들을 상대할 수 없으니까 도매법인이라는 보호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다수가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면 보호자가 필요 없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산지 조직화로 공동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스스로 이익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제까지 보호를 자청할 수 없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그 부분에 대해 공감대를 만드는 노력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이 논의에 교수들은 참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나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해 관여해 진영 논리처럼 됐다. 이제는 이해당사자들이 직접 판단을 해 봤으면 좋겠다. 출하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출하자위원회를 운영할 계획이다. 

올해 공사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물류 효율화 사업 계획은. 

가락시장의 물류 효율화가 더딘 이유는 시장에서 파레트를 요구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비용 증가 때문에, 도매법인은 자기 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중도매인들은 한 파레트를 다 처리할 수 없고, 하역노조는 수입이 줄어드니 원하지 않는다. 물류 효율화를 추진하기 위해선 이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동기를 부여해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공사는 올해 8억 정도의 예산을 들여 파레트 촉진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당장 급한 무·수박을 중심으로 해 나갈 것이며, 내년부터는 국가 지원도 요청할 생각이다. 아울러 도매법인도 물류 효율화를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역노조의 경우, 과거엔 물류 효율화를 구조조정으로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노조원들이 고령화 된 상태라 “우리도 힘들어서 손으로 못 하겠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또 상당수가 일일 노동자를 고용하는 등 외부 인력에 의존하는 실정이기 때문에 정부, 공사, 도매법인이 의지를 갖는다면 지금이 하역기계화를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양곡도매시장에 대한 공사의 대책 및 방안이 있다면. 

현재 양곡시장은 그 기능이나 역할에 비교해 너무 커 서울시와 공사는 다른 부지로 이전시켜 잡곡류 도매시장으로 새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양곡시장에서 거래되는 쌀은 주로 수입산 이지만, 잡곡류는 소비가 증가하고 있고 국내 잡곡 전문 도매시장이 없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친환경농업인단체로부터 부지 일부에 친환경도매시장을 설립하자는 요청도 있었는데, 친환경 농산물 시장은 경기도에도 있고, 서울시의 R&D지구 개발 계획도 있어서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 앞으로 가락시장 시설현대화를 통해 공간적 여유가 확보되면 친환경 농산물도 체계적으로 거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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