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농산물 물류비 부담, 어떻게 줄이나

지역 내 모든 농산물 품목, 높은 물류비 부담에 신음
“농민도 농협도 아닌 유통업체만 돈벌이”

  • 입력 2016.02.05 12:38
  • 수정 2016.02.05 12:41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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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우리나라 겨울철 채소 수급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주지역 농민들은 그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여러 이유 가운데 높은 물류비 부담도 그 중 하나다.

제주도에서 생산한 농산물 대부분은 도내에서 유통되지 않고 육지로 운송된다. 농산물을 육지로 공급하려면 항공운송이나 해상운송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직거래 방식을 제외하면 물류비 부담도 출하주의 몫이다.
 

▲ 제주지역 농업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높은 물류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제주공항 활주로 인근 계류장에서 직원들이 비행기에 선적할 양채류를 컨테이너로 옮기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 중 항공운송은 농산물 운송에 활용할 수 있는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제주지역 농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제주-김포 노선을 운항하는 대형 항공기는 15편에 달할 때도 있었으나 4편까지 줄어들었다가 현재 6편이 운영되고 있다. 제주지역 농업계가 지속적으로 대형 항공기 수송 확대를 요청했지만 수익성을 따져야하는 민간 항공사들을 설득하긴 역부족인 모습이다.

결국 산지 집하장에서 세척 및 포장작업을 거친 농산물은 보통 제주항을 통해 인근 항구인 목포항이나 고흥군 녹동항으로 운송된다. 이 곳에서 차량으로 전국에 제주지역 농산물이 공급된다. 지역별 농산물 도매시장에선 하역비와 상장수수료를 부담하기까지가 제주지역 농산물이 거치는 물류단계다.

제주지역 농업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물류비 부담이 지나치게 높다고 하소연했다. 이부철 성산일출봉농협 유통사업소 과장은 “농산물 가격의 등락과 관계없이 물류비는 안정적으로 들어간다. 그러니 농산물을 팔아도 돈은 농민도 농협도 아닌 유통업체가 벌고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 과장은 “농협 유통센터 외에 민간 무 세척장이 20여 곳이 있다. 각 작업장별로 다르겠지만 보통 이 지역에서 생산하는 월동무 20kg 1포대에 운송비가 1,600원 이상이 들어간다”면서 “1포대의 생산원가를 평균 4,700원 남짓으로 보니 굉장한 부담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월동무 생산이 시작됐을 때 시세가 포대당 평균단가가 5,000원대였다. 폭설로 시세가 회복되지 않았다면 명절을 앞두고 다들 울상이었을 것이다”고 혀를 찼다.

양성집 구좌농협 유통센터장은 “구좌지역 당근 출하의 40%는 농협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포전거래가 40%, 나머지 20%는 대농을 중심으로 한 개별출하 형태다”라고 사정을 전했다. 제주시 구좌읍은 전국 당근 물량의 6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양 센터장은 “상차비, 제주육로 운송비, 해상운송료, 육지부 운송비, 하역비, 상장수수료 등을 따지면 20kg 기준으로 3,000원 정도 나온다. 수확작업비를 3,000원으로 책정하고 여기에 포장비 1,000원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근은 부피가 커서 항공운송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고성효 전 전농 제주도연맹 정책위원장은 “브로콜리(8㎏ 기준) 운송비는 4,000원대 수준이고 이외에 쪽파나 잎채소 등은 항공수송을 하면 800원 정도 더 추가된다”며 “일부러 항공수송을 선호하는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다각적인 물류문제 해결 시도 있었지만

제주지역에선 농산물 물류비 부담을 덜고자 다각적인 시도가 진행됐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제주도가 기대를 걸었던 평택항 제주종합물류센터 사업은 사실상 실패란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도는 2013년 최대 농산물 소비처인 수도권에 속한 경기 평택항에 물류센터를 조성했지만 같은해 12월 해상 화물수송 운항이 중단돼 차질을 빚고 있다.

농협 차원에선 제주권역 농산물 물류센터 건립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치솟는 땅값 때문에 미처 부지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조천읍 지역에서 부지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전하며 “물류센터 사업이 수익성이 큰 사업이 아닌데 부동산 시세는 높아 곤란하다”고 난감해 했다. 이어 “지역농협 유통센터들의 사업영역과 겹치지 않도록 사업구상을 하고 있다”라며 “평택물류센터도 사업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농협 물류센터는 수급조절 기능 강화나 부가가치 창출로 방향을 잡지 않으면 농산물 취급이 힘들다”고 내다봤다.

지역여론은 정부 차원의 해상운송비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역시 벽에 부딪힌 모습이다.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산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은 도서지역 해상운송비 지원이 보장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도서개발촉진법상 제주도는 도서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제주지역을 지원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한 제주도청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등에서 제주도가 낙후된 섬도 아닌데 조건불리직불제도 지원하고 있는데 해상운송비까진 지원 못하겠다고 막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제주도 차원에선 지난해 연말부터 해상물류비 지원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원품목은 브로콜리, 깐쪽파, 잎마늘, 취나물, 유채나물 5가지 품목이며 지원규모는 평균운임의 50%를 기준으로 산정했다. 이에 따르면 브로콜리는 해상출하가 예상되는 7,363톤에 대해 평균운임의 50%인 1㎏당 29.4원을 지원해 2억1,7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제주도는 올해 지원규모를 4억 5,000만원 가량으로 책정하고 있다.

제주발전연구원은 지난달부터 제주농산물 해상운송 물류비 조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진행해 해상운송 유통물류비 원가 조사 통계자료를 구축하고 물류비 산출결과 활용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 연구결과로 섬이라는 지역특성을 고려한 농산물 물류비 지원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지역에선 제주도 차원에서 유통공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척을 보이고 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예비후보자들이 저마다 유통공사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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