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나 사나 월동채소 … 대안이 없다

콩·유채·보리·메밀 … “그나마 월동채소가 나아”

  • 입력 2016.02.05 09:01
  • 수정 2016.02.05 09:02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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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작목편중과 시장과잉의 불안에 매년 허덕이면서도 제주 농민들에겐 월동채소 외에 특별한 대안이 없다. 도청에서 콩, 유채, 보리, 메밀 등 대체작목을 힘써 권장하고 있지만 소득은 대체로 월동채소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또 하나의 제주 특산물인 콩나물콩은 6월부터 파종해 11월부터 첫 수확에 들어간다. 수확시기가 월동채소와 엇비슷하지만 안정적이진 못하다. 제주시 구좌읍에서 콩 4만평을 재배하는 강철석(56)씨는 “아무래도 콩보단 월동채소가 소득이 좋다. 콩이 40kg 한 포대에 20만원만 한다면 작목전환을 할 만도 하겠지만, 지금 농협서 책정한 예상가격이 10만원이다. 평당 1,000원을 받는 셈인데, 임차료가 최소 500원에 인건비와 비료값도 500원 이상 들어간다. 농협에서 얼마나 추가로 가격보전을 해줄지 모르겠지만 이대로는 적자다”라고 탄식했다.

▲ 제주지역 농민들이 월동채소 대체작목으로 콩나물콩 등을 재배하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대안은 되지 못하고 있다. 강철석씨가 지난해 말 잦은 강우로 수확기를 놓친 콩밭을 둘러보고 있다.

콩을 재배한 자리에 후작으로 유채, 보리, 메밀 등을 재배하기도 하지만 쏠쏠한 건 하나도 없다. 유채는 기계수확이 어렵고 수확기인 6월엔 일손 구하기도 쉽지 않다. 보리·귀리·메밀 등 곡류도 생산비를 건지기 힘든 여건인데다 수확할 때 떨어진 씨앗이 콩과 함께 발아해 오히려 잡초가 돼 버리는 문제도 심각하다.

송천일 구좌농협 지도팀장은 “유채나 보리 같은 작목은 사실상 소득작목이 아니다. 단지 땅을 놀리는 사이에 녹비·퇴비용으로 재배하는 것이다. 결국은 콩 가격 하나만 보는 건데, 요즘은 이조차 소득이 안되고 판로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철석씨는 현재 콩을 수확한 자신의 밭에 아무 것도 심지 않은 채 그냥 놔두고 있다. 예전엔 보리도 심어 봤지만 수익이 평당 400원 혹은 그조차도 안될 때도 있었다. 건조장 사용 비용을 따지면 거의 본전이다. 올해는 제주 동쪽지역 메밀 가격이 꽤 짭짤했지만 해마다 큰 폭의 널뛰기를 할 뿐 안정성은 없다. 잡초 문제 등을 고려하면 후작을 해 봤자 큰 득이 없으리라고 판단했다.

도 차원의 지원도 농가에서 체감하는 효과는 미미하다. 강씨는 “이런저런 지원금이라 해봤자 ha당 몇십만원 수준으로 딱히 도움 될 정도는 아니다. ha당 몇백만원 준다면야 도움이 되겠지만 이 정도 지원은 그저 농민들한테 생색내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월동채소 재배 농가들이 선뜻 대체작목으로 발길을 돌리기란 쉽지 않다. 도청의 작부체계 개선 계획에 농민들의 물음표가 따라다니는 이유다. 김두식 구좌농협 당근공선출하회장은 “당근을 재배하면서 다른 작목에 대한 생각을 수백 번씩 한다. 당근만큼만 소득이 되는 품목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전환하고 싶지만 도무지 전환할 만한 품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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