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당신을 지지합니다

  • 입력 2016.01.30 18:05
  • 기자명 구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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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점숙(경남 남해군 삼동면)
뭐니뭐니 해도 명절 하면 설이 최고 으뜸입니다. 새해 새날이 그만큼의 설렘을 주는 까닭이겠지요. 아무리 현실이 팍팍하다 해도 내일에 대한 희망만큼 삶의 동기를 주는 것이 무어 있겠습니까? 지난날을 되돌아보자면 분명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오늘의 연속이었음에도 미지의 세계인 내일은 언제나 자그마한 희망으로 살아온 것이지요. 굳이 희망이 아니라 하더라도 믿지도 않는 신에게, 또는 자신에게 기도와 격려를 했던 것이지요. 잘 될 것이라고, 잘 되게 해달라고.

명절이 달라졌다고들 하지만, 설을 준비하는 마음만큼은 모두들 그대로인 것이 틀림없습니다. 설이 오기도 전에 설준비로 마음이 바빠집니다. 여성들에게 있어서 설준비의 핵심은 역시나 음식입니다. 사람들이 모이면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손이 많이 가서 평소에는 잘 안 해먹던 음식, 귀해서 자주 먹을 수 없는 음식, 제사상에 올릴 음식을 하나 둘씩 준비해 갑니다. 아니다, 명절음식 준비의 가장 기본은 역시나 참기름 짜기 이지요. 지난 가을 잘 여문 참깨를 준비해 두었다가 설명절을 앞두고는 기름집에 가서 너도나도 기름을 짭니다. 그것도 여러 병을 한꺼번에 짜서는 설에 집에 온 자식들에게 한두 병씩 나눠 줍니다. 참기름은 맛도 고소하거니와 그 정성도 참말 고소합니다. 고향 어른들께 참기름을 받은 기억이 있다면 최고의 사랑을 받은 것에 틀림없습니다.

대처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생활하는 자식들의 설준비도 그 마음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 않을테지요? 가족들에게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합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고향에 계신 어른들을 생각하며 빠듯한 살림에도 이것저것 선물을 챙기며 서로의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지요. 그것이 부담스러워 고향방문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지요? 그러니 이번 명절은 좀 다르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저기서 경제가 어렵다고들 합니다. 전 세계가 다 어렵다고 하니 유난을 떨 필요가 없다만 그래도 나라마다 해법이 다르니 각자가 체감하는 어려움은 조금씩 다를 듯합니다. 힘들 때 누군가의 따뜻한 한 마디, 스치는 위로에도 마음의 안식을 가질 때가 있지요. 일자리가 없어서 여기저기 공부만 하는 청년들이 넘쳐납니다. 어디에 취직했냐고 묻지도 따지지도 말 것이며, 누구는 번듯한 어디에 취직했다는 자랑 아닌 자랑의 전파자가 되지도 말고 그저 무심한 듯 서로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이면 충분하겠지요. 결혼과 재취업이 어려운 이들, 무엇보다 우리 농업이 제일 걱정이지요. 허나 남들에게 보이는 그 무엇보다 내 마음 네 마음이 훨씬 값진 것이라고, 살아보니 그렇더라고 격려하는 그런 시간이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의 자존심 지키기는 숙명과도 같은가 봅니다. 남에게 없어 보이기 싫은 마음, 있어 보이고픈 마음이지요. 그 마음 모를 리 없지만 허세로 자신을 포장해서 지키는 것이 습관이 되면 솔직한 자신의 모습도 보지 못하고 그런 타인에게도 지지하는 것이 인색해집니다. 없는 사람이 없는 사람을 지지하지 않는 까닭도 여기 있겠지요. 설명절,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시간입니다. 세상살이가 고달프니 사람들의 마음도 고달플 터인데도 고달프다 말하지 않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허세를 피우니 그 내면은 위축되어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도 딱히 말할 곳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고향은 금의환향하는 곳만은 아닌, 가장 힘들 때 찾고 싶은 곳이기도 할 것입니다. 어린 시절의 내가 성장한 곳이기에 더한 애정이 있을 테니까요. 이 어려운 시기에 이만큼 살아가는 것도 우리 모두의 훌륭함이라며 서로를 격려한다면 분명 새로운 힘이 솟아나리라 봅니다. 서로에게 따뜻한 안식처 되기, 이번 설날의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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