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감기는 빨리 나을 수 있는 병인가

  • 입력 2016.01.30 17:53
  • 수정 2016.01.30 17:56
  • 기자명 방민우 생명마루한의원 분당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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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우 생명마루한의원 분당점 원장

살다보면 감기 같은 일들은 수도 없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때마다 느끼는 점은 특별한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사실 감기도 그렇다. 그런데 하루라도 빨리 낫는 약을 찾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참으로 사는 게 팍팍하게 느껴진다. 아파도 편안하게 푹 쉴 수가 없는 삶이 우리의 현실이다. 당장 내가 감기 걸려서 콧물을 흘리고 열로 고생을 한다면 누가 좋아하랴. 우리의 몸은 누구보다 정직하다. 아프면 아프다고 쉬면 쉬어야 한다고 신호를 주는데 우리는 항상 그 신호가 불편하다. 내가 아프다 하더라도 내일은 또 시작되기 때문이다. 병이 당장 나아야 내일 일을 할 수 있다. 병이 낫는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신체의 신호가 진정되거나 꺼지면 그것이 곧 나았다고 믿는다. 약이 감기를 하루 이틀이면 빨리 낫게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에 항생제 처방률이 가장 높다. 

항생제가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 

항생제의 탄생은 실로 인간 역사의 혁명적 사건이다. 이전에는 인간을 가장 위협하는 질환은 감염성 질환이었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을 예를 들자면 미국에서만 50만명이 죽어나갔고 전 세계에서 2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에 최대 5,000만명이 죽었다. 1930년대까지도 감염성 질병 대부분은 여전히 치료가 어려웠다. 항생제는 커녕 세균이라는 실체가 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만 해도 감염병을 귀신이나 마귀의 장난이라고 여겼었다. 영국의 내과의사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항생제는 1941년에 임상적으로도 유효함을 입증했다.

이렇게 시작된 항생제로 인류는 무시무시한 전염병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항생제의 역사는 100년이 안되었음에도 인간 의학의 꽃이 되었다. 외과수술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것도 항생제 덕분이다. 역사와 전통이 깊은 페니실린, 안약에 많이 들어있는 오플록사신, 신종플루의 타미플루, 감기에 많이 쓰이는 아목시실린 이 모든 것들이 항생제이다. 병원성 세균의 특성에 맞게 제작된 항생제들을 통해 매독, 디프테리아, 결핵, 콜레라, 장티푸스 등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이 미생물을 지배할 수 있다는 믿음은 오래가지 않는다. 요즘 자주 언급되는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이 그렇다. 세균은 내성을 갖는다. 한번 약을 경험한 세균들은 내성을 전이하여 개체를 늘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내성균으로 진화하게 되면 좀 더 강한 항생제를 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무리 약을 먹어도 병이 나아지지 않고 더 악화되는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가 내성이 생긴 경우이다. 현대 과학의 혁명과 이에 따라오는 한계를 자주 경험한다. 과학의 위대함 만큼이나 과학이 발견한 약이 결코 만능일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한다.

면역력이 중요한 이유 

한의학에서는 면역력을 키워 우리 몸이 스스로 이겨내는 치료법을 근간으로 한다. 쌍화탕은 ‘방약합편’에 수록된 기와 혈이 손상된 사람에게 유효하다는 처방이다. 대중에게 감기약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좋은 처방인데, 한방에서는 감기는 우리 몸이 면역이 약해진 상태에서 걸린다는 관점으로 보기 때문에 감기에도 좋은 약이다. 쌍화탕에 들어간 숙지황, 당귀, 천궁, 작약, 황기, 감초 등의 구성성분들은 소모된 영양과 에너지를 보충하고 피를 생성하여 공급이 원활하게 도와준다. 즉 면역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우리 몸에서 보내오는 신호를 빨리 끄기 위한 약이 아니다. 주식도 장기 투자라고 하듯이 우리 몸도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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