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찾아온 폭설, 시설농가 피해도 눈덩이

하우스 농가, 시설복구 막막 … 올해 농사 포기
지자체·농협 등 폭설 피해 복구 지원방안 검토

  • 입력 2016.01.29 10:31
  • 수정 2016.01.31 17:34
  • 기자명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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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정읍 지역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설에 포도 하우스 13동 모두가 붕괴된 차성민씨가 엿가락처럼 휘어진 하우스 철골 밑에 망연자실하게 서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박선민 기자]

10년 만에 내린 폭설로 인해 전국의 시설 하우스가 결국 눈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한 해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농민들의 심정도 함께 무너졌다. 각 지자체는 현재 피해를 파악 중이며 시설복구 지원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기록적인 폭설로 서해안을 따라 전남, 전북, 제주 등 지역의 피해가 속출했다. 폭설에 취약한 하우스가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제주의 경우 평균적으로 30cm 이상 적설량을 보였고, 특히 표선면에서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딸기, 블루베리, 한라봉 등을 재배하는 시설의 피해 신고가 108건이 접수됐으며 피해 금액은 약 1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남 또한 폭설 기간 동안 나주 36cm를 비롯해 장성·영암 등에서 30cm가 넘는 눈이 내렸다. 이로 인해 11개 시군에서 386개 동의 비닐하우스 18ha가 반파 또는 전파됐고 함평군 등 5개 군에서 축사 72개 동이 파손돼 약 44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전북의 경우 고창, 정읍 등지에서 시설 피해가 발생했으며 현재 631농가가 피해 신고를 했다.

시설 농가들은 갑작스런 폭설에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문제는 하우스가 무너지면 한 해 농사는 끝이 난다는 점이다. 시설 복구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현실적으로 다시 농사를 지을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전북 정읍시 감곡면은 정읍시내에서 하우스 붕괴 피해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지난달 24일 오후 37.5cm라는 적설량을 기록해 전북 지역 중에서도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감곡면에서 하우스 포도농사를 준비하던 차성민(41)씨는 지난달 24일 오전 폭설 때문에 하우스 13동이 모두 전파돼 피해를 입었다. 차씨는 “2006년에 폭설이 왔을 때에도 살아남았던 하우스라 올해도 무사할 거라 생각했다”며 “철제 하우스라 부식도 없고 멀쩡했는데 이번 폭설엔 하염없이 무너졌다. 눈이 계속 오니까 비닐을 찢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차씨는 “융자로 땅을 사서 올해 원금 2,000만원을 갚아야 하는 원금상환기간에 접어들었다”며 “하우스를 다시 지으려면 평당 10만원의 자재비가 드는데 우리 같은 경우 3억원을 들어야 다시 하우스를 지을 수 있어 그 부담도 엄청나다. 원금 2,000만원도 갚아야 하는데 지금 1년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설 복구는 못 할 것 같다”며 막막한 심경을 드러냈다.

차씨는 우선 눈이 녹기를 기다리고 있다. 시에 피해 현황을 보고한 상황이며 재해보험도 가입했다. 그러나 보험금으로는 하우스를 복구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정읍의 한 오리농가는 오리축사 7동 중 6동이 무너져 복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농민은 “축사를 복구하려면 눈도 치워야 되고 복구비용으로 3,000만원 정도가 들지만, 치울 사람도 없는데다 돈도 없어서 그냥 놔두고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오리를 출하하고 난 소득이 아직 안 들어와서 재해보험 가입을 미룬 사이에 이런 일을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감곡면사무소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감곡면은 하우스 2ha가 피해를 입었고, 현재 피해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눈이 녹으면서 피해가 추가로 발생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농가들에게 하우스를 찢어 눈을 흘러내리게 해야 한다고 지도하고 있지만 문제는 비닐을 다시 씌우는 비용도 만만찮고, 무너진다는 보장이 없으니 다 찢을 수 없어 막막한 상황이다”라고 감곡면의 현 상황을 전했다.

각 광역자치단체는 현장 조사와 복구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북도 재해 담당 관계자는 “지금은 눈이 녹기 전이어서 철거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농가로부터 피해 접수를 통해 상황 파악에 힘쓰고 추후 전북도내 시군 및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해서 재난지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피해지원계획을 밝혔다.

전남도는 재해복구비로 일반 철제파이프 비닐하우스의 경우 1.000㎡당 794만원을, 단동하우스는 1,50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작물이 피해를 입은 경우 딸기 등 과채류 기준으로 1,000㎡당 종자값 39만5,000원을 지원한다.

한편, 농협은 중앙본부와 지역본부, 피해지역 전 사무소에 비상근무체계를 위한 재해대책상황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피해농민에 대해선 △재해대책자금 신용보증지원자금 안내 및 확대 △신규 저리자금 우선 지원 △기존 대출에 대한 12개월 이내 이자납입 유예 △농작물재해보험금 즉시 지급 등 긴급 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해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 폭설피해 복구에 대한 긴급 여신지원은 행정기관의 피해사실확인서를 발급받은 농민을 대상으로 피해복구를 위한 소요자금 이내에서 지원하며 1.0%p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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