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민자 이장님을 응원합니다
[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민자 이장님을 응원합니다
  • 구점숙
  • 승인 2016.01.23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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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점숙(경남 남해군 삼동면)
우리 면에는 23개 마을이 있고 스물 세 분의 이장님이 계십니다. 마을 이장 선출의 과정은 작은 선거입니다. 주민의 손으로 직접 뽑는 직접선거이고, 1가구당 1표를 행사하는 평등선거이며, 마을 주민이면 누구나 제한 없이 참가하는 보통선거이자, 대개는 합의제로 선출하지만 경선일 경우에는 비밀로 투표를 하게 되므로 민주사회 선거방식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경선 투표까지 가는 경우는 드문데 이는 세가 백중세이거나 양측 후보의 의지가 완강할 경우에나 하는데 보통은 마을주민끼리 극한대결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 어른들이 조정해서 만장일치로 선출하게 됩니다.

이장은 부녀회장과 달리 서로 하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행정에서 제공되는 온갖 정보를 1차적으로 접하므로 관계의 중심에 설 수 있는 힘이 주어집니다. 이것만큼 큰 권력은 없습니다. 게다가 마을영농회장으로 임명되어 농협과의 관계가 높아집니다. 마을 단위로 농산물을 출하할 때 검수작업을 책임지기도 하고 농협에서 제공되는 영농자재를 공급하는 담당자이기 때문입니다. 이러니 마을주민들이 성실한 이장, 편한 이장, 공명정대한 이장을 선호하겠지요. 이렇게 놓고 보면 이장직을 수행하는데 꼭 남성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 것이 아닌데 암튼 남성들이 독식하다시피 합니다.

스물 세 개 마을 중 유일한 여성이장님, 민자 이장님을 소개드리지요. 가까이 있지 않아서 잘은 모릅니다만, 또 사람을 안다 하여 얼마나 많이 알겠습니까? 남의 머리카락 개수를 다 세어본 적도 없거니와 간밤에 자다가 몇 번을 깼는지 다 알 수는 없지요. 사람을 안다는 것은 몇 가지 징표로 큰 구분을 하는 정도 일테니까요. 우리의 자랑스런 여성이장 민자 이장님께서 지난 연말에 큰 상을 하나 탔습니다. 이른바 제2 새마을운동으로 마을 꽃길 조성 및 환경개선으로 군으로부터 1등상을 탔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포상으로 거금 1천만원을 탔으니 경사 중의 경사인 셈입니다. 도대체 제2 새마을운동을 어떻게 했길래 1등상을?

며칠 전 동네 형님들과 인근마을에 새로 생긴 농가형 레스토랑에서 유럽식 돈까스를 먹었습니다. 그 볕살 좋은 오후의 만남이 아까워 모두들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할 때 누군가가 민자 이장님의 마을방문을 제안했습니다. 다들 궁금하던지라 이른바 선진지 견학을 간 셈입니다. 마을입구에 들어서자 해변 경치를 조망할 수 있도록 배 모양을 한 전망대를 설치해두었고, 그 주위에 꽃을 심었던 흔적들이 남아있었습니다. 마을회관 옆의 벽에는 귀촌한 화가의 손을 빌려 벽화를 그려놓았고 마을길 옆의 커다란 공터에 있던 그물을 다 치우고는 돌탑을 쌓고 꽃밭을 조성하여 관광객들의 쉼터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길가의 장식품들은 선구(배에 쓰이는 도구)를 재활용하여 가꾸었습니다. 솟대를 만들어 칠하고 대나무를 세우고 잡풀을 제거한 것이 보통 손이 많이 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민자 이장님을 수소문하여 찾아가니 마을의 할머니댁에서 여러 어르신들과 함께 쉬고 계셨습니다. 쉬는 시간도 혼자 사시는 할머니들과 어울리는지라 그것 또한 보기 좋았습니다. 마을가꾸기 사업에 대해 이것저것 여쭤보니, 사람손이 보통으로 많이 간 것이 아니라고, 우리 이장이 정말 고상(할머니들 표현대로)많이 했다고, 꽃이 있을 때 왔으면 참 좋을 텐데 이제 보러 와서 뭐 볼거나 있냐며 아쉬워하는데 이장 자랑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이 일을 해냈냐고 하니까, 5명이 수시로 마을을 가꾸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온 마을 사람들이 서로 힘을 모으는 일을 같이 했다며 자랑을 하셨습니다. 분명 상 타려고 마을을 가꾼 것은 아니었을 텐데, 어떻게 저렇게나 열심히 마을을 가꿨을까? 해오던 일도 아니고 새로이 개척하는 일을, 자기 일이 아닌 마을일에 사람들의 마음을 설득하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돌아오는 길에 혼자 희죽희죽 웃었습니다. 아마 저 일, 여성이장이라서 가능했을 거야, 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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