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민은 국민이 아닙니까?”

  • 입력 2016.01.22 14:53
  • 수정 2016.02.17 20:41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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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연 대국민 담화 및 신년 기자회견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사전에 준비한 각본에 따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연출돼서다. 기자회견의 방식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내용이다.

지난해 11월 수많은 농민들이 서울 한복판을 메우면서까지 벼랑 끝에 내몰린 농업·농촌·농민의 현실을 전했음에도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선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농민을 상대로 80kg 기준 17만원 수준이던 쌀값을 21만원까지 회복시키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농민들은 지난해 11월 전국농민대회에 이어 연말까지도 밥쌀용 쌀 수입중단과 쌀값에 대한 대책을 촉구해왔다. 게다가 이상기후로 인한 병충해와 습해 등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 대책이 더욱 시급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달라며 전남 보성에서 올라온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의 물대포 조준사격으로 쓰러져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맨 지가 벌써 두 달을 넘겼다. 책임있는 정부 관계자 누구 하나도 백씨의 상태를 살피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두고 백 씨의 큰딸인 백도라지씨는 “농민과 농업 정책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며 “농민은 국민이 아닙니까?”라고 되물었다. 백씨는 또한 아버지를 쓰러뜨린 것과 농업 관련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두 번의 사과와 함께 남은 2년 임기 동안의 공약 실천 계획을 대통령에 요구했다. 청천병력같은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와 두 달이 넘도록 백씨를 간병하며 경황이 없는 가족들 또한 제대로 된 정부의 농업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농민의 절규를 외면하는 정권아래에서 결국 또 농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민중총궐기라는) 대중투쟁을 위대하고 힘차게 했지만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라는 꼭지를 못 따고 있다”며 “총선이 내일모레로 다가온 암담한 현실이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밝혔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등 민중의 정치세력화가 우리가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울력’, 예부터 농촌공동체에서 남일 내일 가리지 않고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함께 일을 함을 뜻하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울력’을 다해온 농민들이 4월 총선과 내년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격변기 속에서 농민을 살리는 길을 만들어 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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